[사설]노임단가가 SW산업을 망친다
한국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신세는 건설현장 일용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마구 취급된다. 알고리즘 설계와 코딩을 잘한 것은 중요하게 평가받지 않는다. 연차나 학위, 자격증 개수 등에 따라 매겨진 등급을 따라 임금을 받는다. SW 기술자 노임 단가표다. SW 개발자와 업체들은 이 단가표가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게 만들며 하도급 구조를 재생산한다고 주장한다.
한 벤처기업가는 아르바이트 최저시급에 빗대 대기업은 물론이고 정부와 공공기관마저 이 기준에 맞춰 SW 개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한다고 주장했다. 실력이 뛰어나 정해진 기간보다 더 빨리 SW 개발 사업을 끝내면 보상은커녕 임금을 더 적게 받는 모순이 생긴다.
이 단가표를 만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발주사와 수주사 간 인건비를 포함한 대가 산정에 필요하며, SW업체가 능력 있는 개발자를 투입했을 때 적절한 대가를 받도록 해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단가표는 발주사가 가격 협상을 할 때 단가를 후려치는 수단으로 쓰였다. 이런 폐해를 없애고자 정부가 단가표를 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시간당 단가가 중요한 개발 사업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이 단가표가 모든 기준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역량이 뛰어난 개발자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면 도전과 경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개발자가 기본 대우가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풍토도 바꾸지 못한다. SW산업 전체를 멍들게 만든다.
SW 개발자가 고졸 출신이라도 박사 출신보다 더 능력이 뛰어날 수 있는데 단가표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가보면 가능하면 해외에 나가 일하라는 얘기가 많이 거론된다. 거의 예외 없이 이 단가표를 언급한다.
박근혜정부는 SW 중심 사회를 선언했다. 발주사가 인건비뿐만 아니라 제 비용과 기술료도 주지 않는 행태를 비롯한 악습부터 고쳐야 한다. SW 개발자를 중심에 두고 법과 제도를 고칠 때 SW 중심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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