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이 시험 30분내 풀어봐".. 과외시장 '학부모 甲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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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25) 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고등학교 1학년 수학 과외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서울 강서구의 한 학생 집에 찾아갔다.
학생증과 재학증명서 등을 준비해 신분을 확인하고 수업 진행방식 등을 설명하며 학부모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구직까지는 한 가지 관문을 더 통과해야 했다. 학부모는 김 씨에게 한 사립 학원에서 실시한 모의고사 시험지를 건네며 30분 동안 문제를 풀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90점을 넘긴 뒤 어렵게 '취직'을 하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최근 과외 시장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인해 '갑'의 위치를 이용한 학부모들의 횡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과외 선생님을 정할 때 '모의고사'를 보거나 시범 수업을 진행토록 하는 등 테스트는 기본이고, 과외비 지급조차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국립대 3학년 이모(26) 씨는 원래 구두로 합의했던 과외 수업료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 당초 주 2회 8회 수업 후 4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10회 수업이 넘어가도록 수업료 입금을 미루던 학부모는 이 씨의 독촉에 35만 원만 입금했다. 답답한 마음에 학부모에게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지만, 응답은 없었고 이 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적은 돈을 받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2학년 박모(여·21) 씨는 과외 구직을 위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과 한 차례 시범 과외 수업을 했지만, 학부모로부터 "학생과 잘 맞지 않아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박 씨는 우연히 같은 학교 친구로부터 같은 학생에게 시범 과외를 하고 비슷한 문자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학생은 자신이 취약한 부분만 시범 과외 수업 명목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과외 시장의 학부모 '갑질'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서울의 한 과외 업체 대표는 "최근 온라인 강의 등의 발달로 대학생 과외를 찾는 수요가 많이 줄었다"며 "아쉬울 것 없는 학부모들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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