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완생' 드라마 안된 1%의 아쉬움[종영②]

입력 2014. 12. 21. 07:11 수정 2014. 12. 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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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윤지 기자] 올 연말은 '미생'으로 뜨거웠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높은 완성도를 유지해주길 바랐던 애청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20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동명의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직장인의 삶을 그려냈고, 시청자들은 공감과 지지를 보냈다. 촘촘하게 짜인 대본, 섬세한 연출, 누구하나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미생'은 세 박자가 꼭 맞는 작품으로 불렸고, 10%에 가까운 시청률이 이를 입증했다.

찬사가 지나쳤던 것일까. "취해 있지 마라"고 말하던 드라마는 중반부를 지나며 '웰메이드 드라마'에서 조금 비켜났다. 지나친 서비스 신과 과도한 간접광고(PPL) 등이 그것이다. 19회에서는 성(姓) 상품화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줬다. ◇ 서비스 신, 꼭 그래야 했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을 중심으로 흘러간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존재감 원작에서 존재감이 미비하던 인물들까지 고루 활력을 불어넣었다. 원작 보다 좀 더 입체적으로 묘사된 장백기(강하늘)과 한석율(변요한)부터 '일리 있는 악역' 박과장(김희원), 조주연할 것 없이 출연진 모두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이유다. 자원팀의 하대리(전석호)와 유대리(신재훈), 철강팀의 강대리(오민석) 등도 인기를 끌었다.

주변인물들의 인기는 일부분 독이 됐다. 시청자 반응을 반영한 듯 한 서비스 장면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장백기와 강대리의 사우나 장면이나, 대리들만의 회식 장면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물론 서비스 신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다. 인물 묘사와 전개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서비스 신들은 '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PD와 작가가 '미생'을 '잘 만든 코미디 드라마'로 칭한 만큼, 한 템포 쉬어가며 웃음도 던져줬다.

하지만 19회에 등장한 여성 품평회 장면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하대리와 강대리의 전혀 다른 이성관을 말해주는 장면이었지만, 그 방식은 아쉬웠다. 여성의 다리와 가슴에 집중한 화면 클로즈업이나 "마른 볏짚 같은 스타일" 등의 대사 때문이었다. 앞서 박과장이나 마부장(손종학)의 악질을 강조하는 데 사용된 성희롱 장면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또한 과거 여자 상사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여직원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됐다는 하대리의 캐릭터 설정과도 차이가 있었다.

◇ 간접광고, 지상파와 다를 바 없네

초반 '미생'은 PPL마저 자연스럽다는 극찬을 받았다. 숙취음료, 홍삼 농축액, 커피, 복사용지 브랜드 등이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했지만, 드라마 속에 불편함 없이 녹아들어 있었다. PPL의 진화라는 평가를 받기 부족함이 없었다. 결과적으론 때 이른 이야기였다.

후반부에는 남성의류 브랜드를 위해 뜬금없는 에피소드가 추가됐다. 장백기가 안영이(강소라)를 대신해 마부장이 쏟은 커피를 맞게 되는 신으로, 이후 장백기가 안영이에게 구두를 선물하는 전개로 이어졌다. 이는 마치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고, 초반 '러브라인은 없다'는 기획의도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닭갈비 브랜드도 있다. 오차장(이성민)은 중반부 "양미리 보단 닭갈비"를 외치며 닭갈비집에서 회식을 했다. 허름한 포장마차가 더 어울릴 법한 영업 3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음식점인 터라 애청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천과장(박해준)이 장그래과 술을 마시며 절주를 선언하는 장면도 이곳을 배경으로 했는데,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와 캐주얼한 식당 분위기가 비교됐다.

김원석PD는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PPL을 후반부에 몰아놨다"며 "연출자는 PPL신을 잘 녹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몇몇 장면은 PPL이 과하게 돋보여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 '완생' 드라마가 되지 못한 1%의 아쉬움

'미생'의 성공요인은 공감에 있다. 신입사원의 철없는 행동, 중간 관리자들의 고충, 사내정치를 모른 척 할 수 없는 상사 등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냈다. 젊은 세대는 신입사원들에, 중장년층은 과장과 부장 캐릭터에 몰입했다. 러브라인도, 출생의 비밀도, 극단적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다.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꼴뚜기 사건 등 좀 더 극적인 에피소드들이 추가됐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해치지 않았다. 즉 '미생'은 장그래처럼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는' 드라마였다.

마지막까지 그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시' 에피소드는 그것이 지닌 파급력에 비해 촘촘히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원작에 없던 주변 이야기들이 당초 설정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특유의 현실감이 희미해지고, 일부 캐릭터가 집중력을 잃었다.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기대됐던 안영이나 선차장(신은정) 등은 점점 평범해졌다. PPL은 늘어났다. 20회에 등장한 요르단 페트라 장면은 아름다운 장관이었지만, 꿈에 대한 오차장의 대사를 위한 장면치곤 길고 화려했다. 요르단 관광청 PPL 아니냐는 말이 나온 이유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후반부에 몰아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세상에 완벽한 이야기는 없다.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미생' 역시 드라마이기에 타협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미생'이 쌓아온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물론 '미생'이 이룬 성과는 분명 존재한다. 러브라인이나 이른바 '막장' 요소를 배제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끝까지 흠잡을 데 없는 '완생' 드라마 이길 바랐는지 모른다.

jay@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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