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내 인생의 책](3) 조선상고사 - 잃어버린 역사 되찾는 가르침

김홍신 | 소설가 2014. 12. 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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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상고사 | 신채호

'민족의 심장을 쳐서 움직인 책' <조선상고사>는 우리 근대사의 걸출한 선비인 단재 신채호가 한국근대사학의 주춧돌이 되도록 해준 명저라고 할 수 있다.

단군시대로부터 백제의 멸망과 부흥운동까지 민족사관의 곧은 시선으로 기술한 <조선상고사>는 기존의 굴종사관에서 벗어나 고조선, 부여, 고구려 중심의 역사인식으로 사대주의적 관점을 바로잡은 역사서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 역시 이 책을 종래의 사대주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민족사관을 수립한 명저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상고시대 우리 역사가 중국 동북지역과 랴오시 지역까지 미쳤고 단군시대에는 산둥반도까지 경략했다는 역사적 진실을 발굴한 점을 크게 평가했다.

나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역사를 되찾기 위해 대하역사소설 <대발해>를 쓰면서 <조선상고사>를 다시 읽었다. 대학 시절 스승의 얼굴이 떠올랐다. 낡은 가방에서 스승이 꺼내 들고 대갈일성하던 책이 바로 <조선상고사>였다. 사학자요, 언론인이요, 독립운동가였던 단재는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는 명제를 던졌고 '독립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한 대선비였다. 삼국통일이 아니라 남북국시대(남에 신라, 북에 발해)였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겼던 내가 문학도 시절 한때 야학에서 역사를 가르친 것도 스승의 가르침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잃어버린 우리의 진실하고 장엄하고 장구한 역사를 뜨겁게 알려준 선현의 핏자국 선명한 발걸음 같은 기록을 어찌 우리가 끌어안고 사랑하지 않는지 마음이 아프다. 단재가 옥사하지 않고 좀 더 정정하게 집필할 수 있었다면 고구려, 백제, 발해의 웅혼한 숨결이 살아나고 고려와 조선의 진실도 빛을 발했을 것이다.

<김홍신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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