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프로배구 꼴찌에게 눈독 들이는 이유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는 현재 정규리그 최하위다.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신영석과 박상하에 안준찬까지 군에 입대한데다, 외국인선수 까메호는 다른 팀의 비싼 용병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실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우리카드는 12월 3일 현재 1승 10패로 꼴찌다. 우리카드 팬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날의 연속이다.
암울한 성적만큼이나 팀의 앞날도 불안하다.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배구단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구단을 유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고민했지만 민영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배구단은 주요 관심사가 될 수 없었고 결국 내부적으로 매각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아직 "공개적으로" 새 주인이 되겠다는 백마탄 왕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요한 물 위와는 달리 물 밑에서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골칫거리인 줄 알았던 배구단이 꽤나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것이다. 제 2금융권의 2개 기업이 우리카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프로배구의 꾸준한 인기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 2008-09 시즌 약 23만 명이던 프로배구 관중은 지난 시즌 약 42만 명으로 78% 증가했다. 시청률은 배구의 인기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 2013-14 시즌 프로배구 남자부의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0%이었다. 0.86%로 1위인 프로야구에 이어 2위였다.(프로야구는 2013시즌, 케이블 생방송 기준, AGB닐슨) 프로축구 K리그 0.28%, 프로농구 남자부의 0.23%와 비교하면 남자 배구의 시청률은 압도적이다.
물론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중계방송 접속자 수와 한 시즌 절대 관중 수에서는 남자 농구가 앞서고, 시청률이 인기의 절대적인 척도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배구가 농구보다 인기가 많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배구와 농구는 서로 경쟁하지만 적은 아니다. 동반 성장이 가능한 겨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른 길일 것이다.) 다만 시청률 1%를 넘은 경기가 이미 지난 시즌을 통틀어 기록했던 경기수에 육박하는 등 시청률 지표는 배구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앤캐시 성공 신화라는 학습효과는 배구단 운영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대부업체로 사실 이미지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러시앤캐시는 프로배구단 네이밍 스폰서를 하며 배구단 운영의 단맛을 알았다. 그래서 직접 구단을 창단했고 이번 시즌에는 OK저축은행으로 변신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앤캐시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새롭게 런칭한 OK저축은행의 브랜드 노출 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SMS 리서치 앤 컨설팅의 분석에 따르면, 2012-13시즌 러시앤캐시의 미디어 노출 효과는 약 136억 원, 무형의 효과는 80억 원이다. 합쳐서 216억 원의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당해 시즌 6개 구단 평균 홍보 효과는 약 313억 원이었다. 한해 평균 배구단 운영비가 48억 원임을 고려하면 6배가 넘는 효과다. 수치상 러시앤캐시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중계방송 시간이 짧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는 이 수치를 몇배 뛰어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스펙을 갖춘 인재들이 신입사원 공채에 대거 몰렸다는 러시앤캐시 고위 임원의 은근한 자랑은 배구단 운영이 브랜드 이미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창출한 모범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예전 업계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 이름조차 거의 알 수가 없었던 신창건설이 씨름단 운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도급순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던 것처럼 러시앤캐시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유사한 규모, 유사한 업종의 다른 기업에게는 새로운 깨달임이었다.
우리카드가 지금은 아산에서 경기를 하고 있지만, 서울 연고 구단이어서 다음 시즌부터는 장충체육관을 사용한다는 점도 매입을 고려하는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이다. 프로 종목이 서울 연고라는 것 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군에 입대한 신영석과 박상하는 국가대표 주전 센터다. 이들이 복귀하면 전력도 급상승한다. 외국인 선수만 잘 뽑는다면 당장 우승권이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신영석과 박상하가 있을 때, 국내 선수로만 보면 최강이라고 공언했었다. 서울 연고에 우승권 전력이라면 투자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제는 우리카드 구단과 한국배구연맹이 얼마나 매끄럽게 매각 작업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분명 좋은 상품이 나왔고 사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거래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돈을 지불해야 끝난다. 민영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매각에 나선 우리카드는 끝까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배구연맹은 제 2의 관리구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치밀하고 냉철하게 관리해야 한다. 호의적인 조건의 시장이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라도 무책임과 무능으로 우리카드 선수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배구팬들의 성난 시선은 우리카드와 연맹을 향할 것이다. 우리카드 선수들이 일말의 불안감 없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바로가기[뉴스9] V리그 우리카드 새 주인은? '인기 상종가'
정충희기자 (leo@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