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넷]이해하면 무서운 만화, 작가는 뭐라 했을까
한 소년이 망원경으로 옆 건물을 살펴본다. 남자아이를 깔고 앉아 있는 '여성형 괴물'이 눈치를 채고 망원경을 바라보고 있는 소년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다시 망원경을 보니, 이 괴물은 놀라운 스피드로 건물을 뛰어넘어 소년 쪽으로 쫓아오고 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괴물이 난입한다. 이윽고, 머리가 비뚤어진 그 소년이 씩 웃는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이해하면 무서운 만화'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만화다. 2011년께부터이니 얼추 3~4년 됐다.
만화가 흥미를 끄는 것은 음산한 분위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화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은밀한 암호. 전 세계에 걸쳐 이 만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을 뜻하는지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논란을 벌이던 누리꾼들은 만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또 다른 같은 작가의 만화를 발견했다. 하나는 숲속에 등을 보이며 전기버스를 기다리는 주인공의 그림이고, 또 하나는 버스에 앉아 있는 주인공 뒷좌석에서 누군가 고개를 숙이고 숨어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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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하면 무서운 만화'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종종 포스팅되는 작품. | 오늘의 유머 |
이 그림 속 손톱 매니큐어와 머리 가르마 등에 근거해 한 누리꾼의 해석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 해석을 요약하자면, 늙은 요괴가 타고 앉아 있는 남자아이도 소년 자신인데,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목이 꺾인 주인공의 손에 매니큐어가 발라진 것으로 보아 (확실치는 않다), 주인공은 이미 괴물에게 먹혀버렸으며, "(귀신이 된 주인공이 이 만화를 감상하는) 우리에게 찾아온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만화를 본 사람들이 느끼는 섬뜩함이 그래서라는 설명.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런데 맞을까.
해당 만화를 구글 이미지로 검색해보면, 어렵지 않게 작가를 찾아낼 수 있다. 우노 모랄레즈라는 작가다. 작가의 홈페이지도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작품 이외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섬뜩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는 지난 2012년 '코믹 저널'이라는 인터넷 잡지의 작가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올해 46세인 이 작가는 러시아연방공화국의 바슈코르토스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 살면서 프리랜서 상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에서 그가 그린 '픽셀그림(pixel painting)'은 2007년부터 시작했으며, 구소련 시절 몇 권 되지 않았지만 구할 수 있는 마블코믹스 작품들로부터 스타일을 많이 차용했다고 답하고 있다. 그리고 핵심적인 질문. 작품을 그릴 때 어떤 배경 스토리를 생각하고 그린 걸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린 그림들이 하나의 단일한 플롯으로부터 얻어진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말해서 극 만화(comic)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핵심적인 장면만 그려놓고 세세한 부분은 그냥 놔뒀으니까요. 읽는 독자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말이죠." 결국 처음부터 열린 구조였다는 것이다. 정통적인 해석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있을 수 없었으니 "이해 여부와 상관없이 분위기로 무서움을 주는" 만화… 쯤으로 설명을 바꿔야 할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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