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간 청진동 골목, 대형 빌딩에 스며든다

김범수 기자 2014. 11.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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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2번 출구로 나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 교보문고까지 대로변을 따라 걷다보면 줄지어진 대형 건물에 이질적인 구조물이 눈에 띈다. 대림산업이 공사중인 D타워의 한옥구조물, 그랑서울에 유리 바닥 아래 청진동 시전 터, 르메이에르 건물에 붙어있는 피맛골 나무현판 등이다. 최신식 건물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런 구조물은 문화재 보전과 청진동 옛 피맛골 거리를 녹여놨기 때문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청진 재개발 지역에서는 광화문D타워와 청진8지구 업무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이 일대에 이미 들어섰거나 새로 지어지는 빌딩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물 1층에 청진동의 과거를 품고있다는 점이다. 우선 D타워와 그랑서울이 들어선 곳에는 유리 덮개가 깔린 곳 아래 과거 청진동 시장 터가 남아있다. 건물을 짓기 전 터파기 공사 중 매장됐던 이 터가 발견됐다. 이를 훼손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도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공사중 문화재가 발견되면 문화재심의위원회가 보존여부와 박물관 등에 이송 여부 등을 확인한 후 필요할 경우 건물에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보전하게 해 설계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터파기 공사 시 문화재로 간주되는 유물이나 유구 등이 발견되면 문화재청의 문화재심의를 받고 공사 시행, 준공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랑서울은 쌍둥이 빌딩 형태로 지어졌는데 건물 입구 측에 넓게 유리 바닥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 아래에는 조선시대 청진동 시전 행랑의 터를 볼 수가 있다. D타워에도 이 같은 터를 보존해 놨다. D타워 대로변쪽에는 한옥과 같은 구조물을 세워놨다. 이 아래에 청진동 시전 터를 유리 바닥 아래로 확인할 수 있다.

한옥 구조물을 세워둔 것도 역시 청진동의 옛 정서를 살리기 위해서다.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해당 구조물 등을 만들어 과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계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이날 이 곳을 지켜보던 김 모(58)씨는 "길을 지나가다 대형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가 있길래 둘러봤는데 나름대로 옛 터의 정서를 살리는 의미있는 공간이다"라며 "오고가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해 한번더 둘러 볼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건물들은 단순히 과거의 터를 보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에는 과거 청진동 피맛골 처럼 건물 한켠에 골목과 같은 장소를 마련해뒀다. 그랑서울도 청진상점가를 조성하고 이곳에 식객촌을 조성하기도 했다.

예전 청진동 시장 골목을 되살리기 위해 새로 상권을 조성하는 공사도 진행중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하나로 종각역 1번출구부터 D타워까지 지하가 모두 연결된다.

그랑서울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건물 공사를 하는데 문화재가 발견되면 인가를 받을 사항이 많아져 다소 귀찮게 여겨질 수 있고, 도시개발계획 차원에서 상권을 조성하게 되면 설계 자율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여러 심의 단계와 설계 조정을 거쳐 지금처럼 문화재 보전이 가능하도록 시공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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