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느라 직장인들 고역

2014. 10. 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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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SNS 바이럴 마케팅의 함정

공기업 직장인 한 모씨(30)의 일과업무 중 하나는 매일 회사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는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린 정부 과제에서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에도 빠짐없이 '좋아요'를 눌러야 하는 점은 고역이다. 한씨는 "지인들에게 지나치게 '충성파'처럼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점차 사적 용도로는 페이스북을 기피하게 된다"며 "회사 입장에선 '좋아요'가 늘어나면 과제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적극 독려하기 때문에 무시할 순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업들 사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이 온라인 홍보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직장인들의 고충도 깊어지고 있다.

바이럴이란 바이러스(virus)와 구술(oral)의 합성어로, 보통 입으로 전해진 자발적인 소문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사 공식 계정은 물론 새로운 제품 출시를 앞두고 홍보를 위해 만든 페이지마다 '좋아요'나 '리트윗' 등 클릭 수를 늘리는 데 직원들을 동원하는 일이 다반사다. 기업 입장에선 기존 인맥을 활용한 효율적인 홍보 수단이지만, SNS를 '사적 공간'으로 여기는 젊은 직장인들에겐 달갑지 않은 요청이다.

올해 초 광고 대행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안 모씨(26)는 "회사가 광고하는 제품마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기본이고 친구들에게도 홍보하라고 압박을 해왔다"며 "한두 번은 친한 친구들에게 부탁했지만 눈치가 보여 나중엔 가짜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활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좋아요'가 곧 실적이 되는 홍보 업계에서 SNS 계정이 보험이나 카드처럼 영업대상이 된 것이다.

기업에 '을(乙)'인 취업준비생은 주요 먹잇감이다. 1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오 모씨(25)는 "주요 기업들이 채용 과정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것은 물론 가끔 댓글 이벤트를 통해 인사담당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곤 한다"며 "관심 있는 기업은 모두 '좋아요' 목록에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사용자의 특성이나 사용자 간 연결고리에 대한 분석 없이 '좋아요' 수만 늘리는 것은 어뷰징(Abusingㆍ인기 검색어에 오르기 위해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SNS 마케팅 효과를 고려할 때는 기업들이 기존 마케팅 방식에 적용하던 단순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현 기자 /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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