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잘 키워준 보양음식 이제는 단골 위해 보글보글"
서울에서 양수리 두물머리를 지나 남한강 주변의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달리다 보면 강원도 횡성 가는 길이 나온다. 7년 전 횡성 인근 산 중턱에 작은 주택을 지어 거의 주말마다 가는 편이다.
국도 6번인 이 도로는 어여쁜 아가씨의 새콤한 미소로 유혹하듯이 언제나 내 마음을 송두리째 낚아채는 마력을 지녔다. 그 길을 따라 1시간 반쯤을 가다 보면 생각나는 집이 하나 있다.
다들 소문난 집이라고 하는데 처음 그 집에 들렀을 때 맛은 남달랐다. 그 후로 지인들과 함께 꼭 같이 가곤 했는데 횡성읍내에 있는 허름한 '추어탕집'이다.
이 집은 가까운 이웃 동네는 물론 횡성을 자주 다니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다섯 자녀를 키우느라 50년 넘게 추어탕을 만들어온 정영화(75·사진) 할머니의 속 깊은 사연을 알고부터는 발길이 더 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아이를 등에 업고 시장통에서 국밥집으로 생계를 이어갔고 골목 귀퉁이의 '추어탕집'에서 등 굽는 줄도 모르고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은 자식 모두 남부럽지 않게 훌륭하게 자라주었다며 뿌듯해한다.
돈 많이 벌어 자식들에게 큰힘이 돼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서글픔만 남는단다. 강산이 수없이 바뀌어도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나 본적이 없는 할머니는 단 한 명의 친구도 없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른채 살아왔다.
큰딸이 사준 빨간 립스틱 구찌베니를 5단 서랍장 제일 높은 곳에 꼭꼭 넣어 뒀다가 꺼내 입술에 발랐더니 얼굴은 어느새 주름으로 얼룩졌다는 것이다. "나도 옛날에는 예쁘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평생을 추어탕만 끓이다 세월을 다 보낸 설움이 이렇게 올 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쉴 때는 가슴 뭉클해진다.
자식들도 다 제 갈 길 떠나고 할머니에게 남은 건 옛날을 추억하며 추어탕집 찾아주는 손님이 제일 반갑다. 그 맛 그대로 할머니는 지금도 그 자리에 계신다. 젊은 날엔 자식들을 위해 한 몸 희생인 줄 모르고 살아내시고 이젠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놓을 수 없다는 할머니의 삶은 또 하나의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조만간 할머니집에 또 들러야겠다. 추어탕 먹으러∼∼∼
횡성=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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