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취하고픈 당신에게.. 추억을 선곡해드려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감수성이 폭발한다. 계절 탓이다. 지난해 퇴직한 구보(66)씨는 어디 한적한 LP바에 들어가거나 다방에 틀어박혀 음악에 젖고 싶다. 오호통재라, 시간도 돈도 없다. 당연히 CD 플레이어도 없다. 하릴없이 거릴 배회하던 구보씨는 생각난 듯 스마트폰을 켠다.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시대별, 장르별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국내 최초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비트(Beat)'가 출시됐다. 라디오 프로그램 녹음분뿐 아니라, 1970~90년대 가요, 팝송, 홍대 인디 음악, 모던 록, 재즈, 힙합, 트로트 등 총 360만 곡이 수록돼 있다. 1980년대의 추억에 잠기고 싶을 땐 '돌아온 마이클 잭슨' 채널, 조용한 노래를 원할 땐 '21세기 자장가' 채널, 흥이 필요할 땐 '인생이란 코미디' 채널에 접속하면 된다. 평소 노래 제목을 많이 알지 못하는 구보씨에게서 선곡 고민이 사라졌다.
구보씨는 앱을 내려받기 위해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깔린 'Play 스토어'를 클릭한다. 검색어에 '비트'를 넣는다. 클릭해 설치를 누르니 준비가 끝났다. 화면을 손가락으로 쓱쓱 넘기다 '70s POP'에서 멈춘다. 1970년대 유행하던 팝송이 잔뜩이다. 엘튼 존의 '유어 송'(Your song)이 흘러나온다. 구보씨는 흡족해진다.
평소 스마트폰을 거의 시계 수준으로 사용하는 구보씨지만, '비트'를 다룰 땐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조작법이랄 게 따로 없는 탓이다. 별도의 아이디도 필요 없다. 기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혹은 이메일 계정 중 아무거나 입력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듣다가 마음에 들어 따로 담아두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화면 중앙의 별 모양(☆)을 클릭하면 된다. 자동으로 그 노래들이 '별표함'으로 이동해 모아 들을 수 있다. 특히 기기 작동에 막연한 공포를 느끼는 중·장년층에게 편리하다. 스마트폰 조작에 미숙하더라도 걱정이 없기 때문. 요즘엔 TV나 라디오에서도 듣기 힘든 7080 노래가 가득 담긴 것도 큰 이유다. 세대 불문 접근 가능한 앱이라 하겠다.
비트는 MBC FM 라디오 3개 프로그램(배철수의 음악캠프, 써니의 FM 데이트,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과 제휴를 맺었고, 아이돌 그룹 위너(Winner)와 씨엔블루의 정용화, 장기하와 얼굴들, 악동 뮤지션이 2주에 한 번꼴로 직접 DJ가 돼 노래를 골라 들려주는 스타 채널도 따로 만들었다. 검색으로 듣고 싶은 노래를 따로 찾아 들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액정 위로 손가락을 굴리던 구보씨는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젊어지는 기분이다.
구보씨는 불현듯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화면 상단에 있는 '친구들'을 클릭한다. '초대하기'를 클릭해 카카오톡 친구 2명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이젠 친구가 좋아하는 곡, 친구가 최근 들은 곡도 들어볼 수 있다. '함께 듣는 친구들' 목록을 클릭하자, 친구가 듣고 있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다프트펑크의 '겟 럭키'(Get lucky)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악이지만, 친구와 함께 이어폰 좌우를 나눠 꽂고 듣는 기분이다. 구보씨는 흥얼거린다. 노래는 역시 함께 들을 때 더 따뜻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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