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은 지금' 기숙사 신축 논란 '시끌'.. '학생 주거권 vs 주민 생존권' 대립

오동현 2014. 10. 1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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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알바해서 집세내기도 사실 버겁죠. 때문에 학교의 기숙사 확충은 적극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신촌의 한 여대생). "빚을 내 집을 짓고 방을 넓혀 지금까지 학생들과 살아왔는데, 기숙사로 학생들을 다 빼앗기면 우리더러 죽으라는 말입니까" (신촌의 한 원룸 주인)

최근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기숙사 신축을 둘러싸고 치열한 생존권 다툼이 일고 있다. 대학측이 학생들의 기숙사 수용인원을 대폭 늘릴 목적으로 최근 공사에 착수하면서, 이 같은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대체로 학생들은 원룸·하숙비보다 기숙사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기숙사 수용률이 낮고 주변 주거비가 비싼 지역의 대학을 공공기숙사 건립 대상 학교로 선정했고, 서울시도 '희망서울 대학생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통해 기숙사 신축을 적극 지원하면서 최근 대학들의 기숙사 신축이 줄을 잇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현재 연면적 6만1118㎡(1만8488평)에 해당하는 지하 4층~지상 5층짜리 건물 6개동을 짓고 있다. 총 368실로 총 2344명을 수용할 수 있다. 2016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화여대 기숙사 수용률은 현재 8.4%로 서울지역 대학 평균(18.3%)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번 기숙사 신축을 통해 수용률을 평균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세대 신촌캠퍼스에는 신축 기숙사 '우정원'이 완공돼 지난 6일부터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에 169실로 구성돼 총 415명을 수용할 수 있다.

◇ 원룸·하숙집 주인들 '생존권' 주장 이유는?

연희동·봉원동·대신동·창천동·신촌동 주민 40여명은 10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정문 앞에서 이화여대의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피켓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대학이 영리를 위한 기숙사가 웬말이냐" 며 "이화여대와 연세대가 세워지면서 뿌리를 박고 살아온 주민들을 벌거숭이로 만들 것인가. 대학은 교육사업에 몰두할 것이지 부동산 투기와 임대업에 몰두하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빚을 내어 집을 짓고 방을 넓혀 지금까지 학생들과 살아왔다. 대학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주민들의 아픔을 아느냐"며 "지금이라도 주민들의 아픈 가슴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연희동에서 3년째 원룸 임대업에 종사하는 안모(59)씨는 "회사 명예퇴직 후 대출을 받아 원룸 임대업을 시작했다. 주변에는 하숙업을 하는 60~80대 노인들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학생 입장에서도 기숙사 신축이 비용면에서 반드시 좋다고만 볼 수 없다"며 "연세대 신축 기숙사의 경우 2인실은 1명당 월 36만5000원을 내야 한다. 원룸 및 하숙에 비해 그리 저렴한 편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대·이대 기숙사 건립 대책위원회(가칭)'에 따르면 현재 신촌 지역 원룸 및 하숙집 공실율은 평균 20%다. 연세대 송도캠퍼스가 생기면서 신입생 4000여명이 빠져나간 데 따른 여파다.

한 대책위 관계자는 "2년 후에는 공실율이 50%에 육박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상권이 죽는다면 학교 주변은 우범지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대학생들 "주민 반대, 설득력 없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개강이 다가올 때마다 한 학기를 지낼 보금자리 찾기에 분주하다. 운이 좋아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 비싼 원룸이나 하숙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촌 대학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50만원, 관리비 5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숙집의 경우 원룸보다 보증금은 적지만 월세는 50만원 선으로 비슷하다.

형편이 넉넉치 못한 학생들에게 기숙사보다 좋은 곳은 없다. 비용적인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통학의 편리성 ▲식당·도서관 등 교내시설 접근성 ▲외부인 통제 등 안전성 등 장점이 많다.

연세대 경영학부 13학번 김모(20)씨는 하숙생활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돼서 로망이 깨졌다. 신촌 대학가를 배경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현실과 달랐다.

김씨는 "타향 살이가 외로울 것 같아 하숙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던 것과 달리 진짜 가족같은 따뜻한 분위기는 커녕 금전으로 엮인 관계 같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문과학부 새내기 이모(19)씨는 "인근 주민들이 지난 달 기숙사 근처에서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 있다"며 "솔직히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지역 이기주의인 것 같다. 하숙집은 몰라도 번듯한 원룸 건물을 지어놓고 생존권 타령을 하니 기가차다"고 말했다.

신촌 대학가 근처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한다는 박모(22)씨는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 벌어도 원룸 월세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며 "지금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원룸에 살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측은 주민들의 반대 주장에 대해 "학생 주거불안정 및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교육 목적의 기숙사 신축사업에 상업화라는 주장을 펼치는 주민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본교의 경우 학생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컸다.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교육적 목적의 학생 기숙시설을 신축 중이다. 주민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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