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사고 방사능 확산 모의실험..90km 떨어진 곳이 가장 오염 심해

2014. 10. 10.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올해 개정한 비상구역 30㎞와 큰차

"계절·아침저녁 등 상황 따라 달라

기상조건 반영된 대피계획 필요"

기상청, 3억 들여 실험모델 개발

보고서만 받아놓고 후속조처 손놔

핵발전소 사고 때 주민이 대피해야 하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보다 3배 먼 지역에서 오염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난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9일 기상청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한테 제출한 '동아시아 방사능 물질 확산 예측 모델 개발' 보고서를 보면,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규모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18시간 뒤 90㎞ 떨어진 경남 고성 지역에서 최대 대기농도의 오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단법인 대기환경모델링센터는 기상청의 의뢰를 받아 새로운 방사능 물질 확산 모델을 개발해 2010년 3월17일 0시에 고리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가상해 17~18일 이틀 동안 방사성 물질이 퍼져나가는 모의실험을 했다. 지표 부근 세슘-137(Cs-137)의 농도는 1시간 뒤에는 발전소에서 560베크렐(㏃)/㎥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18시간 뒤인 17일 오후 7시에는 발전소에서 서남서쪽 90㎞ 지점(경남 고성군)에서 1079㏃/㎥로 최대값이 나타났다.

이곳은 최근 정부가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반경 30㎞를 훨씬 벗어난 지점이다. 국회에서는 5월2일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방사능방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통과돼, 핵발전소 반경 8~10㎞ 범위로 지정돼 있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반경 30㎞까지 확대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비상계획구역을 기계적으로 몇 ㎞로 확대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절별로,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기상 상황이 반영된 실질적인 방재구역 설정 작업이 중요하다. 특히 모의실험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해 주민들이 사고 발생 때 대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는 20㎞로 돼 있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30㎞로 확대해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나 정작 핵발전소에서 50㎞ 떨어진 후쿠시마현 소마군 이타테무라 마을에서 기준치의 2천배가 넘는 방사선이 검출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모의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타테무라는 뒤늦게 주민 소개 지역으로 설정됐으며 지금도 귀환이 어려운 지역으로 남아 있다.

새 모델은 아시아지역 핵발전소 사고 때 방사성 물질의 확산 예측을 위한 현업용 모델 구축을 목적으로 개발됐음에도 고리 핵발전소에만 모사(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설정됐을 뿐 현업에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델 개발에는 지난 2년 동안 3억1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억울해서 국민신문고에 글 썼더니…IP 경찰에 넘겨우리 아버지가 사실 차승원 집 '경비 아저씨'였습니다카카오 변호사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비겁한 중생들"[화보] 이게 교회라고?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교회들[화보] 한글이 최고! '예쁜 엽서' 수상작들 한자리에…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