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뛰었다" 문태종의 끝나지 않은 감격


"내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 뛰어 금메달을 땄다는게 정말 자랑스럽다."
그의 입에서 '내 나라 대한민국(My country, Korea)'이라는 표현이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 한국으로 국적을 바꿔 KBL에서 뛰면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 만큼 그가 스스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뿌듯하게 실감한 적이 없었다.
지난 7일 경기 이천 LG 챔피언스파크 농구장에서 만난 창원 LG 문태종(39)의 입가에선 환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지 몇일이 지났어도 남자 농구 우승드라마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짜릿한 감동이었다.
문태종은 지난 3일 이란과의 결승전 승리(79-77)를 떠올리며 "막판에 자유투를 한 개 못 넣어 압박감이 심했다. 이긴 직후엔 해방됐다는 안도감, 그리고 지난 4개월 남짓 기간의 힘든 훈련 과정을 다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 뉴스가 국제적으로 나가 미국에 있는 가족들도 다 알고 기뻐해 더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태종은 결승전에서 19점을 뽑았고, 가장 큰 고비였던 필리핀과의 8강리그에서 무려 38점을 쏟아부으며 한국의 16점차 역전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대회 기간 내내 문태종은 한국 대표팀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문태종은 이제 농구를 넘어 한국 스포츠사에 이름을 뚜렷이 남기게 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남자 농구가 12년만에 4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데 기여했고, 한국이 1954년 제2회 마닐라 대회부터 참가한지 60년 만에 처음 귀화선수로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우승 직후 잠시 눈물을 비쳤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모와 함께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끓어 올랐다"고 말한 문태종은 세 아이의 아빠인 자신이 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쑥스러운지 "하지만 아주 쪼금"이라며 웃어보였다.
한국인으로서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어머니 문성애씨(58)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지난 5월 시즌이 끝난뒤 동생 문태영(모비스)과 정규시즌 MVP와 챔피언 결정전 MVP를 나눠가진 그는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한 해다. 형제가 MVP가 됐고, 금메달도 땄다"면서 "자식으로서 어머니께 효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이었다. "아이들 또한 이 금메달의 의미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우승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즐거운 일로 기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태종은 우승 직후 인천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축하 파티에서 유재학 감독이 맥주잔에 가득 따라 선수전원에게 돌리는 소주를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켰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지만 문태종은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주저없이 '원샷'으로 잔을 비워 동료 선수들과 '한 마음, 한 팀'이 됐음을 보여주었다.
"승리를 축하하는 의식이었다. 그걸 마심으로써 우리는 하나가 됐다는 걸 확인했다. 사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지난 여름 동안 정말 힘들게 운동했고, 우승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그래서 더욱 기뻤다."
지난 5월 중순, 그가 대표팀에 뽑힌 것부터가 사실 뜻밖이었다. 지난 2011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로 한 차례 뽑힌 적이 있지만, 그 때보다 나이가 들었고 좋은 선수가 많아 자신이 태극마크를 달게 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을 아쉽게 준우승으로 마치고 가족들과 여행을 계획했던 그에게 대표 선발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즐거워했던 아이들의 실망도 컸다. 힘들게 현실을 받아들인 문태종은 "한국에 와서 처음 인연을 맺은 도시가 인천이었다. 그 도시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과 나라를 위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천 선수촌 훈련과 뉴질랜드 해외전훈, 세계선수권 출전 등으로 이어진 아시안게임 준비과정은 길고 험했다. "진짜 감옥처럼 힘들진 않겠지만, 자유시간도 거의 없이 준비했다. 4달 넘게 동료들과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끈끈한 정이 들어 이젠 모두가 다 형제같다"고 했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 열매는 너무나 달콤하다. 그는 이제 모든 농구팬들이 '태종대왕'이라며 아끼는 전국민적 스타가 됐다.
'태종대왕' 별명 이야기가 나오자 문태종은 "그 의미를 어머니가 말해주셨다. 우리 가족 모두가 그 별명에 즐거워 한다. 어린 딸은 '그럼 내가 공주야?'라고 묻는다"며 팬들의 사랑에 감사했다.
귀화선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답게 한국의 많은 다문화가정 어린이에게 보내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가 어릴 때 외모가 남들과 다르다고 위축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언젠가 꼭 빛을 본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이 말을 그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젠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11일부터 시작되는 2014~2015 프로농구 시즌에 전념해야 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동생팀(울산 모비스)에 졌던 아쉬움을 이번엔 꼭 씻어야 한다.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도 이젠 상대로 맞서야 한다. 많이 낯설지 모른다.
"KGC 오세근에게 우승해서 이번 시즌에 뛰게 됐으니 나한테는 살살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웃은 문태종은 "동생 태영이와도 코트 안에선 양보없는 대결을 했다. 마찬가지로 대표팀 선수들과도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만나겠다"고 했다.
시즌 중 다시 보자는 끝 인사에 문태종은 "챔피언이 되고 나서 인터뷰를 꼭 다시 하자"고 화답했다. 비시즌 동안 조금도 쉬지 못하고 다시 맞게 되는 새 시즌. 많이 지쳐 있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그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이천|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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