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의 창과 방패] AG가 끝나도 잊으면 안 되는 것들

인천 아시안게임이 모두 끝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대회 유치와 개최 사이 시장이 3명 있었다. 누가 싼 X, 누가 치운다는 식의 투정도 많았다. 일이 잘 진행될 리 만무했다. 경기장 시설도 너무 낭비적으로 지었다. 예산도 부족했다. 국비를 쓰지 않겠다고 한 인천의 큰소리는 허언이 된 지 오래다. 이미 엄청난 액수의 국비가 지원됐다. 어쨌든 인천을 아시아 전역에 알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과연 그렇게 알려진 인천의 이미지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대회를 마친 지금 인천에는 엄청난 짐이 남겨졌다. 10년 넘게 갚아야하는 엄청난 액수의 빚이다. 가뜩이나 나쁜 인천의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됐다.

 개념 없이 엉망이 된 개막행사.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운영상 잡음들. 세균이 들어간 도시락 파문, 성추행, 성폭력 등 외국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추행을 넘어서는 범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저조한 대중적 관심, 자원봉사자들이 받는 푸대접과 일부 인원의 근무 태만…. 우리나라가 종합 2위에 올랐고 적잖은 스토리와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성적 이외 운영과 흥행 등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대회가 끝나가는 만큼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그래야 대회 유치과정 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그래야 가까이는 평창올림픽, 멀게는 또 다른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고 진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은 우리끼리 모여서 기량을 겨루는 전국체전이 아니다. 아시아 45개국이 인천이라는 곳에 모여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실력을 가늠하고 우애와 평화를 다지는 대회다. 세계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도 있었지만 몰디브, 부탄 등 인구가 소수인 스포츠 약소국가도 있다. 이들이 포함돼 OCA 회원국 전부가 인천을 찾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대회 영문 슬로건인 'Diversity Shines Here(다양성이 여기서 빛난다)'처럼 말이다.

 메달 개수로 순위는 가려졌다. 이제 45개국 선수들은 모두 자기 나라, 자기 고장으로 돌아가서 일상의 삶을 다시 이어간다. 아시안게임은 화합, 평화, 공존, 우애를 강조했지만 실제 아시아 곳곳에는 적잖은 갈등과 싸움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갈등은 삶 자체다. 그리고 그건 인천아시안게임을 하는 동안 잠시 묻혔을 뿐 사라지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남과 북은 여전히 군사적 대치 상태다. 이번 대회에 북한이 참여했지만 남북관계는 이전보다 더 악화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북한 선수단이 6만 관중의 뜨거운 환영 속에 경기장에 입장하기 며칠 전, 한국 해군은 영해를 침범한 북한 선박에 경고 사격을 했다.

 중국 남쪽 바다에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중국명 난샤군도, 베트남명 쯔엉사)는 중국이 어종 보호를 위해 어업금지조치를 내렸다. 그러면서 중국은 브루나이,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인근 나라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중국이 국경을 접한 거의 모든 나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또 대만은 중국으로부터 나라로 인정받지 못해 타이완이 아니라 차이니즈 타이페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홍콩도 홍콩 차이나로 나왔다. 중국이 보기에는 중국은 단 하나다. 나머지는 중국 아래 속해 있는 종속적인 존재라는 의미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카시미르 등 지역의 국경문제로 갈등을 빚고 전쟁까지 치렀다. 중국과 인도는 카시미르 지역, 아루나찰 프라데시(인도 북동부 특별 행정구역) 등을 놓고 여전히 반목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일본 하키 대표팀은 부평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전범기가 새겨진 핀(배치)를 나눠줘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에는 한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적잖은 나라들도 엄청난 혐오감을 갖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일본 선수단에 항의한 것은 당연했다.

 중동 국가들은 종교, 신념 등 문제로 싸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은 1954년부터 1974년까지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으나 1981년 다른 중동 국가들의 손을 들어준 OCA로부터 축출 당했다. 현재 중동은 이슬람국가(IS) 문제로 또 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가 그 와중에 있다. 그래도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시리아, 이라크, 예멘, 이란 모두 선수단을 파견하기는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에 200명 안팎 선수단을 보냈다. 그런데 여자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그만큼 여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증거다. 인권 단체들이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사우디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대회 기간 중에도 중동 선수들이 나쁜 짓을 저질렀다. 팔레스타인 축구 선수와 이란 팀 관계자가 한국 여성 자원봉사자의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을 저질러 본국으로 쫓겨났다. OCA 회장은 "그런 행동에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되고 다시 발생해서도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아시아 대륙에는 많은 문화적 차이가 있다. 우리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해 또 다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일본도 자국 수영 선수가 한국 취재진의 사진기를 훔친 게 들통이 나 국가적인 망신을 당했고 일본 선수단은 공개사과까지 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인천은 이번 대회를 치르는 데 약 20억 달러(약 2조원 1200억원)를 투자했다. 정말 엄청나게 만든 돈이다. 물론 아시아 지역의 경제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으며 그 걸 리드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이다.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유치했고 한국은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가져갔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면서 세계 스포츠 최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무려 423명 선수단을 파견한 카자흐스탄은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른 데 이어 2022년 동계올림픽까지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충분히 잘 살고 있으며 세계적인 이벤트를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아직도 심각한 가난에 시달린다. 대규모 국제대회 유치는 이들에게는 누릴 수 없는 사치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에도 베트남이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다음 아시안게임 개최 의사를 포기했다. 아프가니스탄,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선수들은 훈련시설이 부족해 연습도 제대로 못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한국은 831명 선수들을 출전시켰고 중국도 899명을 보냈다. 그러나 동티모르는 31명만 보내왔고 캄보디아는 21명뿐이다. 이렇게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게 아시아의 현주소다.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 만연한 불평등, 가난, 차별, 편견, 갈등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는 아시아 구성원이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지금도 아시아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경쟁, 분열,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요즘 시대는 화합과 공존, 평화, 배려를 외치고 있다. 그런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 아시아 대표적인 국가들은 아시아의 고른 발전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 안에 한국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한국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외친 공존, 평화는 구호가 아니라 행동으로 옮아가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한국 정도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라면 나홀로 잘 살겠다는 것을 넘어서 아시아라는 사회 속에서 한국에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걸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다수 거주하는 마을에 사는 부자가 이웃의 고통을 나몰라하고 나만 잘 살겠다며 자기 배만 배불린다면 그를 존경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