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났다. 하지만 그 여운은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
각종 논란이 계속된 탓도 있겠지만 짜릿했던 결승전 역적승의 감동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을 지켜주던 8회에 역전에 성공했다는 스토리가 더해지며 짜릿함이 배가됐다.
하지만 안지만이 없었다면 '약속의 8회' 따윈 추억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기적 같은 역전을 만든 건 누가 뭐래도 안지만이 지배한 7회였다.

선발 김광현이 6회말 2-1로 앞선 가운데서 동점 적시타,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2-3 역전을 내준 상황. 7회말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분위기는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안타 2개를 내주며 무사 1,3루.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안지만이었다.
땅볼 한 개, 외야 뜬공 한 개라도 허용하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상황. 아웃 카운트와 바꾼다면 1실점 정도는 감안해야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에서 1점을 더 내준다는 건 대표팀 사기를 크게 꺾는 무거운 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 숨 막히는 상황을 막은 것이 안지만이었다. 첫 타자 주리런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고 8번 타자 린쿤셩은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2아웃까지 잡고 나니 여유가 생겼다. 안지만은 3구만에 9번 타자 판즈팡을 뜬공으로 잡고 무사 1,3루 위기를 마무리지었다. 벤치의 분위기는 다시 급격히 바뀌었다.
안지만은 대회 전 "내 할 일만 하면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다짐과 달리(?) 그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것뿐만 아니라 완전히 경기 자체를 지배했다. 그의 7회 호투가 없었다면 8회 역전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감동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안지만이 경기 후에 밝힌 소감의 한 대목은 여전히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그의 말 속에서 팀이 '강한 불펜'을 가질 수 있는 단초를 찾은 듯 했기 때문이다.
안지만은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던 중 "내 뒤에 7명의 훌륭한 투수가 더 있었기 때문에 마음편히 던졌다"고 했다.
혹여 자신이 좋지 못한 결과를 냈다 하더라도 뒤에 또 좋은 투수들이 있는 만큼 실점을 최소화 하며 이길 수 있는 여지를 끝까지 만들어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는 뜻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삼성 불펜 투수들의 대부분이 같은 말을 했었다.
최강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던 권오준은 "뒤에 나 보다 좋은 투수가 있다는 믿음이 마운드에서 더 자신있게 내 공을 던지게 한다. 삼성 불펜이 강한 건 그런 믿음을 모든 투수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이 마지막에 나서야 하는 '끝판 대장' 오승환도 "정작 중요한 고비는 대부분 앞에 나가는 중간계투 투수들이 해결해 준다. 그들 덕분에 편하게 기록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안지만의 등판 상황은 그가 삼성 소속 선수로도 수 없이 겪었던 일이다. 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결과를 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았다. 안지만 등이 포함된 삼성 불펜이 늘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안지만의 한 마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팀이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불펜이 약한 팀은 쉽게 FA등에 손을 내민다. 상대적으로 투수 트레이드가 어려운 만큼 외부 수혈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KIA의 경우는 아예 외국인 투수로 마무리를 삼았다.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동시 출장할 수 없다는 규정을 알면서도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선택을 한 팀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 두명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팀에서 버젓이 잘 던진던 불펜 투수도 팀을 옮기면 무너지는 일이 잦았다.
어쩌면 믿을 구석이 사라지며 그 불펜 투수의 가려졌던 약점이 도드라졌기 때문일 수 있다. 안지만과 삼성 불펜 투수들의 공통된 증언이 이런 해석의 근거일 것이다.
결국 불펜 강화는 팀 내에서 좋은 투수들을 많이 육성하는 것이 먼저라는, 아주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문제와 직면하게 된다. 유망주 투수를 성장시키는 교육이 없다면 '강한 불펜'이라는 강팀의 절대적인 조건은 결코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우리 팀의 투수 코치들을 한 번 돌아보자. 그들은 과연 어떤 투수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가. 강팀이 되고 싶다면 그 점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