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슘 기준치 2540배 후쿠시마 개볼락이 수입된다면?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검토, 국민들은 일본 생선·여행…둔감해진 '방사능 피폭'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비가 왔어요. 저는 그 날 창문 다 닫고 한 발짝도 안 나갔어요. 방사능 비라고 해서 피폭된다는 이야기도 많았고. 지금은 걱정은 해도 그렇지는 않죠. 일본 출장도 다녀왔고요. 생선은 안 먹으려고 노력 했지만 출장 마지막 날 결국 먹었어요. (28세 직장인 권아무개씨)
#2. 피폭된 일본산 먹으면 병 생긴다고 엄마들끼리 이야기들 많이 했죠. 그때는 마트에도 '일본산 취급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쓰여 있으니까 신경이 쓰였어요. 지금은 마트에 가도 '아프리카산 취급하지 않습니다'라고만 돼 있어요 에볼라 때문에. 후쿠오카는 괜찮다고 해서 아이들 데리고 일본도 갔다왔어요. (38세 주부 이아무개씨)
후쿠시마 원전 사고 3년 반, 한국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 단적으로 일본 여행객 증가가 이를 보여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광국은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1000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일본 관광국은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이 저렴해진데다 방사능 유출에 대한 경계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방사능과 관련된 여러가지 일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후쿠시마 고철의 대량 수입이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8월 오나하마 세관지서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후쿠시마현 고철 9만톤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철 수입량은 2011년 9700여 톤(약 56억 원), 2012년 4만3000여 톤(약 110억 원), 2013년 3만9000여 톤(약 130억 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일본에서 원전사고 여파로 후쿠시마현 고철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자 방사성 물질의 오염 여부에 관계없이 매년 수입량을 늘려 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검사시스템의 가동을 통해 방사성 물질의 노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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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수산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검토에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지난 15일 후쿠시마 등 8개현 수산물의 수입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8개현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임시특별조치' 이후 1년만이다. 정부는 '합리적인 기간' 이 됐으니 "과학적 타당성을 검토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일본 정부는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해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하지만 음식 섭취를 통한 내부피폭 문제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2006년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선 내부 피폭 경로의 80∼95%는 음식 섭취였다. 전문가들도 사고 이외의 지역에서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고 지역에서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부 피복보다 내부 피폭에 주의해야 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12년말 후쿠시마현 근처에서 잡힌 개볼락에는 일반식품 기준치 (1kg 당 100베크렐)의 2540배에 해당하는 25만4000 베크렐(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당시 일본 수산청은 "원전 앞바다의 세슘 농도는 감소 경향이 있으나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연안에서 잡은 쥐노래미에서 2만 5800베크렐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현 어린이 30만 명 중 104명이 갑상선암에 걸렸거나 걸렸을 의혹이 있다고 판정받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아사히신문 따르면 사고 당시 104명의 평균 연령은 14.8세이며 이 중 암이라고 확정된 것은 57명이고 양성은 1명이었다. 확정만 놓고 따졌을 때는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가 아니나 의혹까지 포함하면 평균의 3배 수준이다.
물론 한국은 지난 1년간 후쿠시마 등 8개현의 수산물은 수입하지 않았지만 후쿠시마현 수산물가공품은 수입하고 있다.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원전사고 이후 2013년 8월까지 한국이 수입한 후쿠시마산 가공식품과 식품첨가물은 2012년 6만4243kg, 2013년 6만3244kg으로 매년 6만kg이 넘게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양념젓갈, 건어포 등의 수산물 가공품이었다.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탈원전목소리가 높다. 올해 초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전국 여론 조사에 따르면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여전히 90%(크게 느낀다 36%, 어느 정도 느낀다 50%)에 육박했다. 미래에 원전을 없애는 탈원전에 대해서도 찬성이 77%로 반대 14%를 크게 앞섰다.
최근에는 전직 총리 두 명이 탈핵 관련 기구를 설립하기도 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지난 5월 "원전이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청정 에너지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자연에너지로 전환해 방사능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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