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1.5명 이하..'초저출산' 늪에 빠진 대한민국

윤시내 입력 2014. 9. 16. 09:35 수정 2014. 9.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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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데다 높은 양육비 부담 때문에 '한 자녀'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다. 다둥이 가정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될 정도다.

출산율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추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출산율 1.5명에 못 미쳤다. 출산율이 1.5명을 밑돌면 '초(超)저출산'으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출산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9명으로 전년(1.30명)보다 0.11명이나 감소했다. 합계출산율이 1.5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98년(1.45명) 이후 15년째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 사이의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인 2.08 이하면 '저출산', 1.5명 이하면 '초저출산' 상태로 본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6월 발간한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분석 대상 224개국 중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0.80명), 마카오(0.93명), 대만(1.11명), 홍콩(1.17명) 등 4개국뿐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1.24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을 뿐 아니라, OECD 평균 합계출산율(1.70명)을 크게 밑돈다.출산율 하락 속도도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0ECD 34개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1970년 2.76명에서 2011년 1.70명으로 1.06명 줄었지만 한국은 4.53명에서 1.24명으로 3.29명이나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은 2001년 이후 13년째 합계출산율이 1.3명을 밑돌았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으로 떨어진 나라는 12개국에 불과하다. 한국은 가장 오랫동안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OECD에서 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과 헝가리, 폴란드 등 3개국뿐이다.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계속되면 70년 후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120년 후에는 5분의 1로 급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수명연장률 추이를 고려해 합계 출산율 1.19명 지속 시 대한민국의 인구 변화를 예측한 결과다.

그 결과 2084년엔 인구가 절반으로 줄고 2136년엔 1000만 명으로 5분의 1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2172년 500만 명, 2198년 300만 명, 2256년 100만 명, 2379년 10만 명, 2503년 1만 명으로 대폭 줄다 2750년에는 대한민국 인구가 멸종한다고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1998년 출산율이 1.5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저출산 국가에 진입했다. 출산율은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이런 반등은 '반짝 현상'에 그치고 말았다.

출산율은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2012년 1.30명에서 2013년에는 1.19명으로 급감했다.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4550명에서 43만6455명으로 1년 만에 4만8100명(9.9%)이나 감소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가리키는 '조출생률'은 전년(9.6명)보다 1.0명 감소한 8.6명을 기록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5년(8.9명)보다도 0.3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상반기 출생아 수는 22만4100명으로 전년 동기(22만5000명)보다도 9000명(0.4%)이나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후 2005년(22만29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것이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결혼과 출산 연령대가 높아졌기 때문에 출생아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출산 인구인 29~33세 여성 인구가 2013년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초혼 연령이 상승하고 기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것이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7.0%로 2000년(54.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12년 기준 29.6세로 1990년(24.8세)보다 5살 가까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출산 연령대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출산 여성의 평균 연령은 31.84세로 전년(31.62세)보다 0.22세 상승했다. 10년 전인 2004년(29.83세)과 비교하면 1.91세나 높아진 것이다.

20~24세 여성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출산율이 2004년 20.6명에서 2013년 14.0명으로 떨어졌고 25~29세 여성은 2004년 104.5명에서 2013년 65.9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30~34세 여성 출산율은 83.2명에서 111.4명으로, 35~39세 여성 출산율은 18.2명에서 39.5명으로 증가했다.

출산 연령대가 30대로 높아지다 보니 둘째 아이를 낳는 여성들도 줄어들고 있다. 전체 출생아 중 첫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51.1%에서 51.6%로 늘었지만 둘째 아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39.3%에서 38.0%로 줄었다.

하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한 것을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늘고 있지만 아직도 OECD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비 수준도 아이를 낳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급속한 도시화로 주거비용이 많이 오른 데다 과도한 경쟁에 따른 높은 교육열로 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것도 출산율 하락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으로 최종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7%에 달한다. 미국(2.4%), 일본(2.1%), 영국(1.5%), 독일(1.0%), 프랑스(0.8%) 등 주요 선진국의 3∼7배 수준이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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