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와 작가가 만드는 드라마?.. 예능형 드라마가 뜬다
시트콤이 사라졌다. 현재 지상파 3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은 단 한편도 없다. 시트콤의 빈자리는 예능 PD나 작가가 투입된 '예능형 드라마'가 채우고 있다. 케이블채널 tvN이 주도를 하고 있다. 웃음을 유발하는 독특한 소재와 감칠맛 나는 대사 등은 예능형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 시트콤, 어디로 갔나?
SBS '순풍산부인과(1998)'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 KBS 2TV '달려라 울엄마'(2003)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MBC '안녕, 프란체스카'(2005) '거침없이 하이킥'(2006) 등 과거 시트콤은 지상파 프로그램들 중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시트콤은 시들시들해졌다. 지상파 마지막 시트콤은 지난해 8월 종영한 KBS 2TV '일말의 순정'. KBS는 '일말의 순정'을 끝으로 시트콤을 폐지시켰다. tvN은 지난해 9월부터 5월까지 총 120부작으로 일일시트콤 '감자별 2013QR3'을 방송했다. '시트콤의 대부'라 불리는 김병욱이 연출을 맡았다. 그러나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사라진 시트콤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시트콤만이 가졌던 매력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시트콤만이 가질 수 있었던 코믹적인 요소들을 기타 예능프로그램이나 코믹한 소재의 드라마나 영화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트콤은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우수한 방송 시스템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편성에 있다. 국내에서 시트콤은 매일 하루에 한편씩 보여주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시트콤에 많은 작가들이 붙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어려운 작업이 된 상태에서 웃음의 포인트가 떨어져버렸고 시청자들도 조금씩 외면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예능형 드라마
시트콤 부재의 아쉬움은 예능형 드라마가 달래주고 있다. 시트콤 못지않은 코믹한 상황과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tvN에서 가장 활발하게 방영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고교처세왕'과 '꽃할배 수사대'는 시트콤과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작가들이 투입됐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목요드라마 '잉여공주'는 'SNL 코리아'의 백승룡 PD가 연출을 맡고 있다. 금토미니시리즈 '아홉수 소년'은 '더 로맨틱' '세얼간이'를 연출한 유학찬 PD가 맡았다. 극본 역시 KBS 2TV '스펀지'와 MBC '우리 결혼했어요4' 등에서 활약한 박유미 작가가 집필 중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며 예능 PD와 작가의 만남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신원호 PD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연출했고 이우정 작가는 '해피선데이-1박2일'의 메인작가였다. 특히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1994'가 방송되던 중 '꽃보다 누나' 메인작가로 일정 차 크로아티아로 떠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예능을 오가며 활약을 펼친 것.
지상파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가 이러한 크로스 역할을 가능케 했다. 또한 예능시스템을 드라마에 들여왔을 때 충분한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tvN 역시 이러한 조합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KBS 예능국 프로듀서였던 유학찬 PD는 tvN 대해 "분위기가 정말 자유롭다. 지상파에 있었을 때 예능 PD가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실제로 드라마를 찍고 싶어 했다. 예능 PD들 중에서 드라마를 찍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잘 돼서 그들을 이끌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털어놨다.
▲ 예능형 드라마, 시트콤의 대안?
그렇다면 예능형 드라마는 자취를 감춘 시트콤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방송관계자들과 문화평론가들은 "시트콤 자체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에서 예능형 드라마는 시트콤의 진화한 콘텐츠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평론가는 "예능을 제작했던 PD나 작가들이 드라마를 만들면 예능적인 코드를 많이 가져온다. 예능형 드라마는 열악한 시트콤 제작의 한계를 벗어나 드라마 틀 안에서 제작할 수 있으면서도 시트콤적인 鴉撚湧?쓸 수 있다. 대안적인 요소는 분명히 있다"라며 "시트콤적인 요소를 써도 연출을 하는 사람이 이것을 영화적인 혹은 드라마적인 연출로 만들겠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스템에 도달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예능형 드라마는 본격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시트콤이라도 할 수 없는 중간 형태의 콘텐츠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 기자 jhjdhe@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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