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세월호 유족 앞에서 이번엔 '초코바 패륜'

입력 2014. 9. 13. 17:50 수정 2014. 9.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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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단식중 초코바 먹었다"며 시민들에게 초코바 나눠줘

유족들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시민들도 '눈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수컷닷컴 회원 등 30여명은 13일 세월호 유가족 단식은 거짓이라며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시민들에게 초코바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 6일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장 앞에서 떼지어 치킨과 맥주를 먹는 이른바 '폭식 투쟁'을 벌여 비판을 받았다.

일베 회원 등은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민을 속이고 초코바를 먹으며 단식을 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50일을 단식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국민을 속이며 초코바를 먹으면서 단식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3시부터 광화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나라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젊은이들이 나섰다. 가져가시면서 드시라. 마음껏 가져가셔도 된다"며 초코바를 나눠주었다.

지난 6일 "광화문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피자를 나눠주었던 인터넷방송 진행자 검풍(30)은 "세월호 사고의 아픔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데도 사람들은 공감한다"며 "초코바를 사면 경제 활성화도 되고 무작정 경제를 죽이는 단식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일베숫컷종정'이라고 자처하는 성호스님은 "국민을 속이고 단식중인 유가족들에게서 국민에게 광화문 광장을 돌려줘야 한다. 지금 광화문 광장은 종북좌파가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일베 회원은 "초코바 네 개를 먹더라도 단식으로 인정해드립니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족 및 시민들의 단식을 비아냥대기도 했다.

이들이 준비한 초코바 4000여개는 30분이 안 돼 동이 났다. 그러나 정작 초코바를 받아든 시민 대부분은 이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김주현(38)씨는 "딸과 나들이를 나왔다가 초코바를 가져가라기에 아이에게 주려고 한 움큼 집어 왔다. 왜 나눠주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마음껏 가져가라기에 가져왔다"고 말했다. 정아무개(29)씨도 "아무 것도 모르고 가져왔다. 세월호 유족들을 비난하려는 행동이라는 걸 알았다면 안 집었을 것이다"며 초코바를 반납했다.

이들의 행동에 길을 가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김광훈(34)씨는 "대체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이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한다는 것인지 유족들이 나쁘다는 것인지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다"고 했다. 정수영(44)씨도 "아무런 감동도 깨달음도 주지 못하는 퍼포먼스"라며 "이들의 행동에는 비하와 조롱만이 있을 뿐이다. 자기들끼리 자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 시민은 초코바를 밟고 지나가 일베 회원 등과 가벼운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초코바를 먹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대응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초코바를 먹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자식 잃은 부모가 내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고 싶다고 단식을 하는데 배가 고프지도 않고 먹으려고 해도 넘어가지가 않는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자신들의 행동이 옳지 못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하는 건지 안타까울 뿐이다"고 했다.

일베 회원 등은 오후 6시쯤 숫자가 300여명으로 불어났고, 동아일보 사옥 앞으로 이동해 피자와 치킨 등을 먹으며 두번째 '폭식 투쟁'을 이어갔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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