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조롱, 패륜이 당당한 사회.. 왜?

입력 2014. 9. 13. 06:03 수정 2014. 9. 13.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기 기준만으로 판단하는 극우 활개, 합리적 보수에도 심각한 도전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인터넷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 일명 '일베' 회원인 A(24) 씨는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이 광화문광장에서 거짓으로 단식농성하는 게 꼴사납다"며 일베 회원들이 단체로 이른바 '폭식 시위'를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손에 쥐여준 치킨 상자를 든 A 씨는 다른 많은 회원들 틈으로 섞여들어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 앞에 자리를 잡았다.

A 씨는 "일베가 집단적 행사를 한 것은 처음이라 다들 거기에 나가고 싶었던 것"이라며 "정말 모이는 게 맞나 호기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광장에 계속 앉아 있으면서 A 씨는 생각보다 훨씬 심한 무더위를 느꼈다고 한다.

"'덥고 불편한 광장에서 오랫동안 농성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마음이 불편했다"고 A 씨는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일베 회원들의 폭식 시위를 곁에서 지켜봤던 세월호 농성장 자원봉사자 홍종철(60) 씨는 "솔직히 육두문자를 쓰고 싶었다"며 한숨만 쉬었다.

홍 씨는 "자기 가족을 잃지 않았다고,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며 행패를 부린 것 아니냐"며 "사람이라면 그런 행동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때같은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족의 처참한 심정을 조롱하며 단식 농성장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고 즐기는 일베의 패륜적 행동은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 차이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심지어 일베가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던 여권 측에서도 "역효과만 나타났다"고 비판할 정도다.

하지만 일베는 스스로를 '사회 혼란을 막고 광화문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준 '애국 보수''로 칭했고, 일부 회원들은 "'2차로 치맥(치킨과 맥주) 파티'를 벌이자"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민경배 교수는 "일베의 극우 성향은 이미 어버이연합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인터넷 하위문화를 보수주의 진영에서 포섭한 첫걸음이라는 점이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극우 집단이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키울 뿐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공개적 패륜 행위까지 저지르는 배경으로 서울대학교 정근식 교수는 "진보도 보수도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정치권이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 기준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맹목적이고 적대적인 자신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판단하면서 상식에 벗어나는 극단적인 일을 벌이는 극우파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애국 보수'라고 자칭하는 게 전통적인 극우파의 특성"이라며 "일베와 같은 극우파의 활동은 오히려 합리적 보수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연대나 정치적 합의를 혐오하고 타인을 배척하는 극우파가 오히려 시민의 자유와 덕목을 강조하는 합리적 보수주의로부터 '보수'라는 이름을 빼앗아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일베의 정치화를 내심 반긴 보수정권의 집권이 사회 우경화를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경배 교수는 "2008년 촛불집회 등 그동안 진보 진영이 인터넷 하위문화를 주도했는데 이를 지켜본 보수 진영의 반격이 일베"라며 "지난 대선을 분기점으로 제도정치권에서 일베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입장을 나타내는 게시물은 표현의 자유로서 용납할 수 있지만, 세월호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닌 인도적 문제"라며 "이번 폭식 행사와 같은 패륜적인 행동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ten@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