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0대 우파는 극혐' 이미지 박히면 우파 미래 없어"

조성현 기자 입력 2014. 9. 12. 07:42 수정 2014. 9. 1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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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폭식 투쟁 비판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인터뷰

추석 연휴 내내 일베의 '폭식 투쟁'이 SNS를 달궜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는 유가족 등의 곁에서 피자와 치킨 따위를 먹으면서 조롱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진보 언론은 물론 보수 언론조차 반인륜적인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중앙일보 9월 11일 사설, '일베의 반인륜 집회, 문명사회의 수치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하태경 (부산 해운대 기장을, 초선)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 폭식 투쟁단을 비판해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 의원은 이들 폭식 투쟁단에 대해 '자폭 투쟁', '역풍의 빌미' 등을 언급하며 비난했습니다. 일부는 공감했지만 '(폭식 투쟁에 나선) 그들이 뭘 잘못했느냐'며 하 의원을 공격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하태경 의원을 11일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어떤 동기로 페이스북에 비판 글을 올렸나요?

A. 정치적 동기가 강했죠. 세월호 단식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불만이 많았습니다. 지역구에 가봐도 세월호 유가족을 비판해요.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야당 강경파나 유족 강경파들이 고립돼 가고 있는 상황인데, 느닷없이 엽기적인 방식의 싸움을 하니까 역효과 나겠다, 과거 야당이 나꼼수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것처럼, 이것 때문에 상황이 반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컸죠. 새누리당이 이런 흐름과는 결코 함께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겠다, 그래야 이쪽을 같은 식구로 인식 안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Q. 평소 일베 사이트 글들을 자주 보나요?

A. 자주 보지는 않아요. 제가 보는 건 저에 대한 평가예요.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럴텐데, 자기 이름 넣고 검색하면 가끔 일베 글이 떠요. 그러면 이들이 (나를) 어떻게 보나 이런 걸 스크리닝하는 정도예요.

Q. 스크린 해보니 어떻던가요. 일베가 평가하는 하태경은 어떤 사람입니까?

A. 완전 역적으로 몰린 경우도 있었고요, 크게 반응은 3가지예요. 여당 내 사안을 비판할 때는 역적으로 몰리고, 이를테면 제가 NLL 문서 공개에 강하게 반대했잖아요. 그러다가 야당을 세게 비판할 때는 '하태경이 정신차렸나' 이런 식의 반응을 보여요. 자기 편인지 아닌지 편가르기를 해요.

반응이 몇가지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하태경이 무슨 말을 해도 우리 편이 아니다, 쟤 말은 믿지 말아라고 하는 부류가 있어요. 또 하나는 실용파들인데, 자기들에게 도움될 때는 연대를 해야한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쪽이에요. 세번째 유형은 '하태경 괜찮다'는 쪽도 있어요. 어쨌거나 좌우를 비판하지만 소신을 얘기하는 거다, 바른 말하는 거라는 사람도 조금 늘어나고는 있어요.

Q. 무슨 말 해도 하태경을 믿지 말라는 쪽은, 과거 경력을 문제삼는 건가요?(하 의원은 대학생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이후 전향해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A. 그게 아니고, 자기들을 공격한 적이 있기 때문에, 또 언제 달라져서 자기들에게 맞설 수 있다고 보는 거죠.

Q. 일베가 전직 대통령이나 장애인을 비하한 걸로 문제된 적이 많았는데, 그걸 비판한 적은 있나요?

A. 누가 보더라도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은 제가 비판 안 하더라도 다 거부감을 가지잖아요. 굳이 제가 나설 필요가 없었죠. 정말 반인륜적인 것들 말이죠. 그런데 이번 건은 일베가 처음으로 조직적으로 정치적 액션을 한 거예요. 일베에는 수칙이 몇 가지 있어요. 오프라인에서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그런데 이번에 처음 오프라인으로 나온 거죠. 첫 단추라는 의미가 컸어요. 또 이 부분은 정치적인 행동이고, 어떤 사람은 또 나쁘지 않게 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부분은 발언을 해줘야겠다고 판단을 한 거죠.

Q. 오프라인 첫 정치 액션이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어 실망하고 화가 났다는 건가요?

A. 그렇죠. 그리고 20대 젊은이들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때 강하게 질책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어요. 제 20대 때도 그랬고요.

Q. 그럼 어떤 방식이었으면 비판을 안 했을까요?

A. 마스크 쓰고 침묵 시위를 한다든가, 피켓 시위 정도였으면 비판하지 않았을 겁니다.

Q. 폭식 투쟁 참가자들은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그러냐'고 항변하던데요?

A. 그래서 페이스북으로 비판하고 말았잖아요. 법을 어겼으면 고발했겠죠.

Q. 비판 글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A. 강한 부정적인 반응이 왔는데, 반응의 방향은 달라요. 왜 저쪽을 비판 안 하고 우리를 비판하느냐, 이런 것도 많더라고요. 그 말은 자기들 행위에 대해 강력히 자부심을 느낀다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우리가 잘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는 소수인 것 같아요.

Q. 폭식 투쟁을 기획하고, 실제 나와서 한 사람들이 일베의 다수라고 보나요?

A. 조직돼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거죠. 다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동의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 있었잖아요. 숫자로 치면 비판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텐데, 사회적 실천을 한다는 게 여러 요건이 구비돼야 하잖아요. 이 부분은 정말 극단적인 사람들, 이들 입장에서 볼 때 실천 욕구를 자극한 것 같아요.

Q. '20대 우파들이 생물학적으로 젊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을 통해 변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생물학적 연령이 중요한 인자인가요?

A. 일베 사건 후 온라인 반응을 보면 20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붙어요. 우파 내에서도 '이건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꽤 강했어요. 그래서 '자정 능력이 상실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를 돌이켜봐도 40대 넘어가면 잘 안 바뀌어요. 내가 안 바뀌는 비유를 든 게 이석기 RO예요. 평균 연령이 40대 이상인. 좌우 상관 없이 20대 때 저런 치기가 작용할 수 있고, 요즘은 개인주의가 강하잖아요. 한두 번 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피드백이 오면 내부에서도 비판이 가능할 수 있죠.

Q. 젊은 보수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나요?

A. 20대 보수가 온라인에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계기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서 시작됐고, 이석기 사건 거치며 크게 확대됐고, 세월호 국면에서의 야당의 태도, 강경한 유족들이 작용을 한 것 같아요.

Q. 하지만 선거 결과를 보면 20대의 쏠림 현상이 극명하지 않나요? 그럼에도 젊은 우파가 점점 늘어날 거라고 보나요?

A. 그건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20대는 이념적이지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훨씬 젊게 바꿔가면... 이번 7.30 재보궐 선거 때는 좀 다르지 않았나요? 일반적으로 연령대로 보면 90년대 학번 30대 중반-40대 초반이 야당세가 가장 강하고, 20대는 조금 덜 세고. 그래서 특히 20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20대 우파가 어떤 사회적 실천을 하느냐가 외연을 확장하느냐 아니면 고립되느냐를 결정한다고 봐요. 그래서 더 우려가 컸던 거죠. 첫 단추를 낄 때 자정 노력이 있어야 우파에도 미래가 있어요.

Q. 보수정당 의원으로서, 20대 보수의 외연을 어떻게 확장할 건가요?

A.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20대 젊은이들은 사회적 액티비즘으로 조직하기 굉장히 어려워요. 좌우를 넘어서... 그나마 불씨가 살아난 건데, 지금 중요한 것은 20대 우파가 극혐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우파엔 더 이상 미래가 없는 거죠. 좀 더 건강하고 교양있고, 이런 게 필요하고요, 최근 온라인에서 자기들끼리 논쟁하는 걸 보니 만들어질 것 같은데요?

Q. 논쟁이라면 인터넷 댓글을 통해 이뤄지는 걸 말하나요?

A 주로 페이스북이요. 일베에 대항하는...

Q. 조직화 된 게 있나요?

A. 아직은 흐름. 경향은 있는데... 머지않아 나오겠죠.

Q. 일베의 성격은 뭐라고 봐야하나요, 극우로 봐야하나요?

A. 편하게 좌우라고 했는데, 이념적으로 보기 보다, 사회 일탈적 성향이 아닌가 해요. '홍어 택배' 비유라든가, 여성에 대한 비하, 혐오스러운 것들... 좌우 개념으로 구분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죠. 이런 현상의 기본 베이스는 절망적인 20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반사회적인 성향이랄까요. 우리 때의 20대는 이념적이었지만, 그런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반 사회적인 성향과 좌파에 대한 반대가 결합한 것이라고 봐요.

Q. 세월호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A. 정말 답이 안 보여요. 저도 최대한 양보할 것은 양보하자는 입장이긴 한데, 법치라는 원칙에서 봐도, 재합의안에서 더 할 게 안 보여요. 상설특검법이 있기 때문에 여야 2명씩 추천하도록 했잖아요. 특검법상 추천권을 줄 수가 없으니까요. 국민이 바라듯, 세월호와 민생법안을 분리해서, 야당이 양보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고요.

상설특검법이 문제가 있어요. 특히 특검을 국회가 추천하는 부분, 누가 추천하느냐를 놓고 싸우는 이유는 누가 추천하느냐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에요. 입법 사법이 분리돼야 하는데, 정치권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예요. 상설특검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특히 국회 추천을 없애고 법조계 내에서, 미국 보니까 연방 법원에서 추천하더라고요. 우리도 대법원이 하는 것으로 바꾸면 어떨까 해요. 대법원에 대해선 사회적 신뢰가 남아 있으니까. 탈출구는 여당이 원칙 세우고 계속 국민 설득해나가는 수밖에 없지 않나 해요.조성현 기자 eyebro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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