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의 폭식투쟁' 패륜과 야만 키운 건 '보수의 침묵'

입력 2014. 9. 10. 10:30 수정 2014. 9. 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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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베 등 100여명 광화문광장 집결

유가족 앞에서 보란듯이 김밥·피자

보수 정당·언론 암묵적 지원·옹호

보수세력 대표한다는 착각 부추겨

비뚤어진 인정욕구…비난도 즐겨"피해자에 책임묻는 혐오범죄 유사"

세월호 단식장서 폭식…보수의 침묵이 키운 '일베의 일탈'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 등 100여명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이른바 '폭식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동조 단식 중인 시민들 앞에서 김밥과 피자를 먹고, 일부 시민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개별적 '인증놀이' 수준에 그쳤던 일베 회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행동한 첫번째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를 '일베의 진화'로 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넘어, 자신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공공연히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9일 "이번 폭식투쟁처럼 일베 회원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행동했다는 것은 기존 양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보수 정당과 언론이 이들의 일탈 행위에 침묵함으로써 이런 행태를 부추긴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보수 정당과 보수 언론은 명시적으로 일베 회원들의 언행에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암묵적 지원, 고무, 옹호를 하고 있다. 이는 일베 회원들 자신이 사회 보수세력을 대표해 행동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정치와 언론이 일베를 진화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하는 셈"이라고 했다.

황준원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뚤어진 '인정 욕구'도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황 교수는 "일베는 기본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에 목말라 있는 집단이다. 긍정적 반응뿐 아니라 부정적 반응까지 피학적으로 즐기는 성향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폭식투쟁은 이런 피학적 성향이 집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데에는 치기뿐 아니라 '지금은 그래도 된다'는 나름의 '정세 판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일베는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애국'이라는 표현으로 '완전한 국가' 형성을 주장한다. 이를 위한 경제발전을 진보세력의 정치적 과잉이 방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베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발전 담론의 재현을 지지한다. 박근혜 정부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발전 체제를 표상하는데, 유족들이 야당과 결합하면서 세월호 사고가 정치적인 것처럼 읽히기 시작했다. 그 틈새를 일베가 비집고 들어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전남 진도에서 여전히 동생과 조카의 주검을 찾고 있는 권오복(60)씨는 "인간의 도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나. 가족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대체 할 짓인가 싶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안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44)씨는 "억울한 죽음의 원인 하나라도 밝히려고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베의 행위는 피해자들에게 오히려 책임을 묻는, 혐오범죄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이러한 행위에 사법적 대처가 가능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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