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슴으로 노래?" 퓨어킴 향한 찬사 혹은 성희롱

2014. 9. 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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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가슴으로 노래한다'는 말이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담은 노래로 듣는 이에게 감동을 전할 때다. 가수에게 이만한 찬사도 드물다. 하지만 이러한 칭찬이 조심스러운 가수가 있다. 바로 퓨어킴(29)이다.

퓨어킴이 새 미니앨범 '퓨리파이어(Purifier)'를 들고 돌아왔다. '정화(淨化)'라는 의미의 앨범명처럼 듣는 이는 그녀의 신선한 음악적 세계와 교감할 수 있다. 20대 끝자락을 살고 있는 그의 정서가 앨범 깊숙이 스며들었다. 여기에 그 특유의 독특한 음색과 작법은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89와 만나면서 대중 곁으로 한발 더 다가섰다.

퓨어킴은 학창시절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 명문 버클리 음대를 졸업했다. 이후 2011년 영어 미니앨범 '맘 앤 섹스(Mom & Sex), 2012년 한국어 앨범 '이응'을 발표하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공식 데뷔라고 하기에는 활동이 없었으나 그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창의적인 가사, 매력적인 음색은 이미 많은 국내외 음악 팬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이를 눈여겨 본 윤종신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다소 아이러니한 현실은 그가 뒤늦게 주목받은 이유가 '남다른' 몸매 때문이라는 점이다. 앨범 발표에 앞서 미스틱89 측은 단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사진 속 그의 풍만한 상체가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그의 이름은 이날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하루 종일 다툴 정도로 뜨거운 인기였다.

소속사 측은 퓨어킴에 대한 갑작스러운 '폭풍 관심'에 행복해 하면서도 난감해 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시 "포토샵 보정 등을 전혀 거치지 않은 사진이다. 굳이 신체 일부를 과장되게 표현할 이유가 없다"면서 "그의 음악적 역량이 가려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의 앨범을 더 기대해 달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정작 퓨어킴 본인은 '쿨'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최근 만남에서 그는 "이렇게 29년을 살았다. 미국에서도 가슴으로 주목받을 정도여서 익숙하다. 개인적으로는 날씬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다듬어 주시길 바랐는데 사진에 손을 대지 않으셨다더라. 여자들은 정작 가슴 사이즈보다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퓨어킴과의 일문일답.

- 사진 한 장의 반응이 대단했다 ▲ 기존 곡 '마녀 마쉬'가 오히려 조금 더 야했다. 왜 이번에 화제가 되는지 이상하다. 지난 활동 때는 몸에 꽉 끼는 살색 의상에 노출도 있었는데 주목받지 못했다. 나에게는 워낙 익숙한 일이라 괜찮다. 회사에서 놀랐다.

- 평소 불편한 점은 없나 ▲ 운동하면 된다. 몸에 밀착되는 옷을 입은 채 갑자기 어깨를 피거나 하면 주변 분들이 놀라긴 하지만 내가 댄스가수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관점의 차이다. 미국에서 중요한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예민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가슴) 축소 수술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다.

- 음악 보다 몸매를 먼저 주목하는 현실이 씁쓸하지 않나 ▲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다. 사람들이 날 신기해 한다고 우쭐해 하거나 기분 상해하지 않는다. 내 이미지나 생김새, 목소리와 음악적인 모든 부분이 다 '나'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먼저 보는 법이다. 그 점에서 어떤 분들은 내 신체 일부를 먼저 봤을 뿐이다. 그들의 가치를 내가 판단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 20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앨범이다 ▲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 20대를 지나오며 느꼈던 소소하면서도 진심 어린 감정들을 풀어놓았다. 20대 여성이라면, 혹은 20대를 지나온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이길 바란다.

- 퓨어킴이 말하는 20대란 ▲ 첫째, 사랑의 열병이다. 둘째는 은행. 셋째는 일종의 나비효과. 넷째는 절대적 행복. 다섯 번째는 인지부조화다. 수록곡마다 각각의 주제를 담았다. 20대의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매일매일 저금하듯이 살아가는 성실함이 필요하기도 하다.(은행) 사소한 것들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나비효과) 우리는 상대적 우월감 속 행복을 찾는데 결국 아니다.(절대적 행복) 그리고 '난 아닌 척'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서 여러 삶의 단면을 봤다.(인지부조화) - 타이틀곡은 밝고 경쾌한 '은행'이다 ▲ 20대 키워드 중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게 최고다. 그래서 '은행'이란 곡에 가장 의미를 두고 싶다. 이를 중심으로 나머지 곡들도 일관성 있게 작업했다. 혼자 작업했을 때보다 회사에 들어와 좋은 점이 바로 내 음악적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버클리 음대에 가지 않았다면 ▲ 작사·작곡을 취미삼아 했지만 음악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삶을 살았다. 고교시절, 별다른 목표 없이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고말 평범한 학생이었다. 주위에서는 내가 말을 좀 잘하니 언론인이나 변호사를 기대하셨다. 그런데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가 학교가 예뻐서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해버렸다. 이후 아주 어렸을 적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이 되살아났다. 그 전까지는 항상 주변의 기대에 부합하고 살아야 하는, 부모님이 바라시는 대로 사는 게 옳다고 여겨 내 꿈을 어느새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 고집이 느껴진다 ▲ 그동안 대중에게 다가서기 어려운 음악을 고집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에서 걱정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하기까지 과정이 오래걸렸을 뿐,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 어떠한 음악을 하더라도 이만큼 행복을 확신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집이 부유한가 ▲ 버클리 음대는 일부 장학금을 받아 다녔다. 그 외는 영어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했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시지만 집안과 상관 없는 이야기다. 음악을 하기로 하면서 독립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음악을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고용불안'이 무엇인지 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생각했다. 온실에 갇혀 살 수도 있었지만 가치 있다. 부모님에게 지금 어느 정도 인정받는 부분이 이러한 점이다.

- '가슴으로 노래하는 가수'라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소 불순한 칭찬이 싫지 않나 ▲ 이런 외모를 가진 지가 굉장히 오래 됐다. 그러한 늬앙스의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정말 나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다. 키 190cm의 여성에게 '키카 커서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 차라리 그런 식의 농담은 재미있다. 남일 처럼 웃을 수 있다. 물론 진짜 사실이 아닌 걸 얘기하면 모를까.

- 오해받은, 억울한 사연이 있나 ▲ 체질적으로 술을 전혀 못 마신다. 또 '섹시미'와도 거리가 먼 성격이다. 그냥 생긴 게 이렇다. 술 못 마신다고 하면 내숭 떠는 줄 안다. 진짜 아니다. 클럽에 가본 적도 없다. '말 술 마시게 생겼다'는 말까지 들었다. 속상하진 않다. 그렇다 한들 잘못된 일도 아니지만 사실이 아닌 걸 아니라고 할 뿐이다.

- 실제 성격은 어떠한가 ▲ 굉장히 보수적이다. 섹시하단 말을 아주 상상도 못할 어린 나이 때 들었다. 어떤 아저씨에게 그 말을 듣고 무서워서 울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큰 용기를 주셨다. "객관적으로 볼 때 너의 가장 강점이 섹시함이다. 그걸 부끄러워하거나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나를 싫어해 움츠러들면 끝이 없다. 그 말을 듣고 (헤르만 헤세의 작품 속 주인공) 데미안이 알을 깨쳐나오듯 마음이 바뀌었다. (퓨어킴은 "남성들이 풍만한 여성을 좋아한 게 최근 아닌가. 사실 여자들에게 가슴이 크다는 것은 부끄럽고 싫어하던 시절이 꽤 길었다. 한때는 수치스럽게 여길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예쁜 곳은 어디인가 ▲ 특별히 없다. 난 나를 사랑한다. 단지 그뿐이다. 경계하는 불행 중 하나가 내 스스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향후 활동은 ▲ 때에 맞게 갈 것이다. 난 싱어송라이터다. 섹시 코드를 전면에 내세울 일은 없다. 남자들 기준이 아닌 여자들의 기준이 있다. 내 기준은 여자다. 남자들이 환호할 만한 것들을 일부러 노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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