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깊어지는 불평등 사회

문수정 기자 입력 2014. 9. 6. 03:35 수정 2014. 9. 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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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8명은 '절대빈곤' 인구다. 만 65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은 '상대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근로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런 상황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일부는 더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는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선임연구위원은 5일 "외환위기 이후로는 경제 성장이 빈곤율 감소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며 "우리는 지금 아랫목이 절절 끓어도 윗목은 냉골인 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빈곤·불평등 현실을 담은 보사연 보건복지포럼 9월호 보고서 4건을 분석했다.

◇지표로 보는 우리나라 빈곤·불평등 현실=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절대빈곤율은 7.6%다. 매달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그 정도라는 소리다. 상대빈곤율은 14.0%다.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순위 중 정중앙) 50% 미만으로 살아가는 비율을 말한다. 상대빈곤율은 만 65세 이상 노인으로 가면 49.2%로 급등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4%의 3배가 넘는다.

빈곤 지표는 고용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강신욱 보사연 연구위원의 '산업구조 변화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비정규직 차이가 불평등에 기여하는 비율은 17.5%로 다른 어떤 요인보다 높다. 직종(16.3%) 학력(16.2%)도 불평등 기여 요인으로 꼽혔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2.6%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수준은 정규직 근로자의 61.3% 수준이다.

정부는 조세정책이나 사회복지정책의 소득재분배를 통해 빈곤율을 낮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빈곤율을 개선하는 효과는 14.1% 정도다. OECD 평균(59.85%)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치다. 영국(68.4%)이나 독일(67.3%)의 5분의 1 수준이다.

◇소득재분배 효과 낮은 조세·복지정책의 문제=빈곤율만 낮추지 못하는 게 아니다. 소득재분배 효과 자체도 낮은 편이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우리나라의 소득불균등 추이 및 조세부담·재정지출 수혜 분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14.0%로 영국(29.8%)의 절반 이하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소득재분배 효과는 낮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 소득 하위 10%가 낸 가구당 평균 세금은 86만원인데 복지혜택은 522만원씩 돌아갔다. 전체 가구로 보면 평균 704만원을 세금으로 내고 754만원을 복지혜택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영국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세수 규모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수 규모가 작다 보니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여지가 좁아지는 것이다. 특히 소비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하거나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사치세 기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음주·흡연율이 높다 보니 주세·담뱃세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내고 있는데 이 세목이 늘면서 소득재분배의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연금제도가 성숙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며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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