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 30代, 싸움만 하는 정치에 투표도 포기?

조의준 기자 입력 2014. 9. 3. 03:01 수정 2014. 9.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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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배경으로 히트 쳤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IMF 외환 위기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됐다. 드라마 곳곳에는 미래를 불안해하는 청춘들이 등장했다. 90년대의 키워드는 '불확실성'으로 그려졌다.

90년대에 중·고·대학교를 다녔던 '응사' 세대인 현재의 30대들은 이제 정치에도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일 발표한 '6·4 지방선거 투표율 분석결과'에 따르면 30대의 투표율은 47.5%로 20대(48.4%)보다 낮았고, 40대(53.3%), 50대(63.2%), 60대 이상(70.9%)와는 큰 격차를 보였다. 이 자료는 중앙선관위가 선거인 명부를 근거로 전체 유권자의 약 10%인 429만명에 대한 성별·연령별·지역별 투표율을 분석해 만들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학창 시절에 IMF를 겪은 현재의 30대는 원조 '3포(취업 때문에 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라며 "여야의 끝없는 충돌과,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이제 선거마저 포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지가 중앙선관위를 통해 확인 가능한 1995년 이후 모든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30대의 투표율이 꼴찌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30대는 한창 일할 나이로 원래 투표율이 높지는 않다. 전통적 투표율은 50대 혹은 60대가 가장 높고 이후 40대, 30대, 20대 순서로 낮아진다. 지난 2000년 국회의원 선거 때만 해도 30대의 투표율은 50.6%로 20대 투표율(36.8%)보다 크게 높았고, 2010년 지방선거 때도 30대는 46.2%의 투표율로 20대(41.1%)를 앞섰다. 이 때문에 선관위에서도 "지난 20년간 기록으로 봤을 때는 30대 투표율이 꼴찌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앵그리 맘'의 등장과 야권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면서 30대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었다. 30대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높은 계층으로 꼽힌다.

선거 직전인 지난 5월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30대의 64%가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해 20대(58%), 40대(48%), 50대(28%), 60대 이상(14%)보다 훨씬 높았다. 같은 기간 30대의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율도 40%로 20대(27%), 40대(30%), 50대(19%), 60세 이상(11%)보다 크게 높았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부사장도 "결국 대안 세력으로서의 야권을 미덥지 않게 평가한 것"이라고 했고, 장덕현 갤럽 부장은 "야당 후보 중에 30대가 지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고리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한 야당의 전략에 30대가 동의하지 못했고, 공천 파동 등으로 핵심 지지층인 3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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