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한번 가 봐야 할 곳] 캘리포니아주 해안을 달리는 1번 국도 라구나비치

2014. 8.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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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달리다 도시에 들어선다. 빅버거에 차가운 콜라 한 컵 마시고 잠시 휴식, 도시를 빠져나가면 또 다시 푸른 바다와 단조로운 해안도로가 기다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멕시코 국경 도시 샌디에고까지 이어지는 미국 1번 국도 캘리포니아 구간의 길이는 약 1000km가 넘는다. 무조건 머물러도 좋을 비치만 해도 수 십 곳이다. 라구나비치도 그 가운데 한 곳, 그러나 뛰어난 미술 도시라는 점에서 꼭 한 번 들려볼만 한 곳이다.

꿈의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지구의 풍경들

지구를 감싸고 있는 다섯 곳의 바다 가운데 가장 커다란 곳 태평양. 태평양과 닿아있는 모든 해안은 그 규모와 파도의 묵직함에서 다른 바다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곳이 한국의 제주도 남단이든 일본의 동해안이든 호주, 뉴질랜드든, 캐나다의 밴쿠버든 똑같다. 파도의 높이, 깊이, 세기가 다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을 향해 달리는 1번 국도에서 만날 수 있는 비치는 수 백 곳이다. 치안이 좋고 여행 환경을 갖춘 도시만 곳만 추려보아도, 산호세, 산타크루즈, 몬트레이, 산타마리아, 산타바바라, 산타모니카, 말리부, 라구나, 샌디에고 등 수두룩 하다. 이곳의 비치들은 대부분 '롱롱비치'들이다. 미국 서부 해안에는 '롱비치'라는 이름의 해변이 한 두 곳이 아니다.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해변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지 않고는 전체를 조망할 수 없는 기나 긴 만이다. 때로 해안선에서 조금씩 튀어나온 미니 단(육지에서 바다로 뒤어나온 부분)이 있는 해변은 자연이 만들어 준 경계로 지역별로 안온함을 만끽할 수 있다.

라구나비치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어바인'(Irvine)에서 약 20km 지점에 있는 해변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쉬지 않고 해안, 또는 인접 도로로 가려면 9시간 이상, 고속도로로 달려도 7시간은 잡아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어바인은 한때 미국 속의 한국으로 불리던 LA코리아타운이 밀집화, 슬럼화 되고 그곳에서 자리 잡은 교포들이 집중 이주하면서 새로운 한인 타운이 된 도시다. 라구나비치를 다녀온 것은 지난 6월의 일이었다. LA 다운타운을 여행하고 말리부로 들어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다시 어바인 숙소를 들려 찾아가는 코스였다.

라구나비치가 가까워오면서 띠엄띠엄 보이기 시작한 건물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영혼', '영감', '예술' 따위의 단어들이 떠올랐다. 사막으로 이뤄진 캘리포니아의 산은 불그죽죽한 민둥산이 대부분분이다. 나무도 마치 간신 수염처럼 듬성듬성한 편인데, 그 사이사이에 있는 건축물들이 그 자연과 나름 잘 어우러진 느낌이다. 그러다 비치에 거의 도착할 무렵 발견한 '라구나 컬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Laguna College of Art and Design - LCAD) 캠퍼스를 보며 '라구나의 예술적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더 하게 되었다. 나중에 구글링을 해 보니 이 캘리포니아 시골 구석 라구나 캐니언 아래에 있는 조그만 학교에서 파인아트,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과 디지털미디어, 게임아트, 애니메이션, 리버럴아트 등 순수미술부터 응용미술 전반에 이르는 커리큘럼이 운영되고 있으며 졸업생 대부분이 쟁쟁한 파인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이 학교의 설립과 라부나비치의 언덕, 산, 절벽, 그리고 태평양의 거친 바람과 파도가 무관하지 않아보였다.

라구나비치의 결정적 장점이자 특징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바로 언덕과 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은 절벽으로 이뤄지기도 했는데, 절벽 아래는 해변, 그 위로는 도로와 주택단지가 있어서 집과 시가지와 여행지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져 있다. 전망이 끝내주는 산동네 꼭대기에는 미국 부자들의 저택과 세컨드하우스 등이 즐비하게 서 있고, 언덕과 비치 사이의 다운타운에는 크고 작은 숍과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다.

갤러리는 라구나비치의 가장 흔하고도 중요한 볼거리들이다. 평생 라구나비치에 살며 오직 라구나 풍경만 수채화로 담아내는 작가들, 그 풍경에서 얻은 영감으로 빚은 조각품들, 상식의 허를 찌른 풋나기 작가들의 기발한 작품만 전시하는 실험적 갤러리 등이 한 집 건너 한 집 규모로 이어져 있다. 미술 작품 구경만 하는데도 몇날 며칠이 걸릴 정도로 이곳에는 수많은 갤러리들이 있다. '드루스 파인아츠', '빈티지 포스터 LA', '에스더웰스 컬렉션' 등 30여 곳의 갤러리들은 그 이름에서도 특징을 찾을 수 있어서 취향에 맞춰 찾아갈 수 있다. 비치의 분위기를 미술이 지배하는 느낌이라 그런가 흥청거리는 유흥가도, 화려한 쇼핑센터도 눈에 띄지 않는다.

뮤지엄 언덕 꼭대기에서 시작되는 비치 투어

라구나 다운타운에 접어들어 목적지인 라구나 뮤지엄아트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2.5km의 메인비치와 언덕 위의 고급 주택, 다운타운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동산이다. 라구나 해안이 공원(비치파크) 개념의 비치라고는 하지만 농구장와 산책로, 화장실 등 기본 시절 외에 인공의 손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백사장에도 안전 감시용 시설 외에는 별 다른 안내문도 없다. 해안은 백사장과 갯벌로 나눠져 있는데, 갯바위 지역에는 태평양에서 떠밀려 온 해초류들과 고기, 소라, 고동, 성게 등이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때로는 바닷가재도 발견되지만 그것들을 채취해 가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다. 작은 '버드록 (Bird Rock, 조도)'이 이곳의 명물이 된 것은, 이곳이 가마우지, 브라운펠리칸, 갈매기, 바닷사자 등의 휴식처이고 1939년, 폭풍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바다전망대가 버드록까지 연결되어 명물로 자리잡았던 스토리 때문이다.

비치파크가 해수욕과 갯바위 산책,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나머지 해안(헤이슬라공원)들은 조각공원과 산책로, 선탠용 비치다. 파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보드를 시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산책로 곳곳의 설치 미술, 조각품, 벽화들은 아마추어가 보아도 그 완성도가 꽤 높은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바다다. 바다의 신을 형상화 한 작품(비록 갈매기 똥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착석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소파 스타일의 석상, 등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작품 위에 올라가 서퍼의 폼을 잡게 되는 돌 보드에는 물이 빠져나간 해안의 웅덩이에 갖혀있는 해양 생물들을 투명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라구나뮤지엄아트는 조각공원 산책 전후에 들려볼 만한, 라구나비치의 예술적 감성이 집약되어 있는 시립 미술관이다. 기획전과 컬렉션 상설 전시로 운영되고 있는데, 라구나비치에서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장에 많은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라구나비치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은 결혼식이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도 하와이나 사이판, 오키나와 등으로 원정 결혼식을 하러 떠나는 풍속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눈여겨 보게 되었다. 머무는 동안 서너 커플의 결혼식을 기웃거려 보았는데, 눈길이 가는 장면은 백발 노인의 결혼식 장면이었다. 신랑, 신부와, 신랑의 친구로 보이는 카메라맨 겸 운전기사 등 세 사람이 산책하다 사진 찍고, 뽀뽀하고 또 걷는 모습이 라구나비치의 푸른 풍경과 제대로 만난 느낌이었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했던가, 기쁨과 수줍음이 교차하고 있는 신랑, 신부의 표정에서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노인 커플의 단촐함과 달리 젊은 신랑, 신부들은 대여섯명의 하객, 주례는 물론 예쁘게 차려입은 들러리까지 세워놓고 최소한의 격식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전망 좋고 유서 깊은 라구나비치의 레스토랑

라구나비치 여행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현지인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라 브리사스(La Brisas)'와 '라구나빌리지' 안에 있는 '더클리프(The Cliff)'였다. 예약은 라 브리사스로 했다. 라구나뮤지엄아트 옆, 해안 공원 꼭대기에 있는 이곳은 태평양이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으로 1938년에는 빅토 위고의 이름을 딴 작은 호텔이 있던 랜드마크였다. 1979년에 오늘의 라 브리사스 레스토랑으로 변신했고, 오늘날까지 라구나비치 전망과 역사의 정점에 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전통을 대접하는 미국인에게 이곳은 라구나비치 여행 시 꼭 들려야 하는 곳으로 음식은 멕시코 서해안 스타일에서 가져와 캘리포니아 스타일로 변신한 퓨전 요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텃밭 채소, 베이컨, 감자, 유기농 과일, 해산물, 소고기, 닭고기 등을 재료로 하는 요리들을 코스 또는 일품으로 맛볼 수 있다. 식사의 경우 약 20달러에서 40달러 선(28%의 봉사료와 세금 제외).

info

주소 361 Cliff Drive Laguna Beach, California 92651 전화 949-497-5434 www.lasbrisaslagunabeach.com 라구나빌리지라는 부제가 붙은 '더 클리프(The Cliff)'는 다운타운을 산책하다 발견한 전망좋은 작은 마을이다. 갤러리, 소품숍 등이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다. 레스토랑 '클리프(Cliff)'는 절벽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년 내내 예약이 이어지는 명소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결혼식장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조식부터 런치, 디너 모두를 맛볼 수 있으며 메뉴는 해산물과 스테이크, 파스타 중심으로 제공된다.

info

주소 577 South Coast Highway, in Laguna Village, Laguna Beach, California 전화 949- 494-1956 문의 www.thecliffrestaurant.com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43호(14.09.0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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