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엄마가 좋아야 태교에도 좋아요"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음악 태교는 임신부가 음악을 들으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태아의 잠재적인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훌륭한 태교법이다. 실제로 태아는 지능 중에 청각 지능이 가장 먼저 발달하기 때문에 음악을 통한 자극은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의 효과는 태어나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영유아기는 청각 자극에 가장 민감한 시기로, 이때 듣는 음악은 양질의 청각적 자극이 되며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많은 음악을 접한 아이는 신경망이 섬세하고 두뇌 발달 속도가 빠르다.
김하얀(35) 피아니스트는 "음악은 태아와 아기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자질을 전면적·조화적으로 육성할 수 있돌 돕는 행복한 도구"라고 힘줘 말한다.
김하얀 피아니스트는 잘 다듬어진 테크닉과 유연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이화챔버앙상블 콘서트, 한국반주협회 연주회, 성악예술학회 정기연주회, 한국반주음악연구소 신인음악회 등 다수의 연주회와 오페라를 반주했으며 현재 인천예고, 협성대학교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구리 심포니 수석 피아니스트 및 전문 반주자로 활동 중인 실력파 피아니스트다.
그는 아이에게 어떤 음악적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지 고민하는 많은 부모들을 위해서 지난달 엄마와 아기를 위한 클래식 음반 '엄마가 들려주는 노래'(Songs from Mother)를 발매했다. 엄마와 아기가 함께 들으면 좋은 곡들만을 선곡해 심혈을 기울여 연주한 첫 작품이다.
현재 4살 아들과 13개월 된 딸을 키우며 누구보다도 음악 교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그를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엄마가 들려주는 노래' 클래식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 김하얀 씨는 태교를 위해선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 하다고 강조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 "태교음악은 빠르지 않은 안정적인 곡으로"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음악태교를 하기에는 환경이 그리 좋진 않았어요. 그래도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플루트나 피아노 연주곡, 성악 등 좋은 음악을 찾아서 많이 들려주려고 노력했어요."
김하얀 피아니스트는 30살 유럽에서 한창 음악 공부를 할 때, 첫 아이를 임신했다. 학위 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쿵쾅쿵쾅 소리가 시끄럽고 불협화음이 있는 어려운 곡들을 매일 연습해야 했다. 듣기에도 힘든 큰 소리의 곡들을 연주했던 터에 뱃속 아이에게 미안했다는 그. 당시 교수들도 그의 태교를 우려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음악을 따로 들어야 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아이를 위한 음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가 태교를 위해 선택한 음악은 사람의 호흡이 그대로 묻어난 플루트 연주곡과 자연소리와 제일 비슷한 성악곡 그리고 박자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피아노 연주곡이었다. 특히 그가 많이 감상한 피아노 연주곡은 바하처럼 안정적이고 듣기에 어렵지 않은 곡이다.
"뱃속 아이의 뇌세포가 자극받기 위해서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제일 좋아요. 엄마가 듣기 싫어하는 클래식으로 억지로 태교를 하면 그게 과연 태아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까요?"
태교음악은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고전음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재즈도 팝송도 얼마든지 태교음악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엄마가 좋아하는 트로트도 괜찮다. 단, 아기는 항상 뱃속에서 엄마의 규칙적인 호흡소리, 심장소리를 들으므로 이러한 템포와 비슷하거나 그 이하 템포를 가진 곡들을 들려주는 것이 태아에게 안정감을 준다.
또 배음(음의 협화·불협화에 깊은 관계가 있는 음색의 큰 요소)이 많이 나오는 음악이면 더욱 좋다. 배음은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가장 가깝다. 스트레스가 없고 기분이 좋을 때 나타나는 '알파파' 상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배음은 전기 악기로 인공적으로 만든 음악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이올린, 피아노 등 생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에만 있을 뿐이다.
아울러 수동적으로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것보다 박자에 맞춰 토탁토닥 배를 두드려주면 태교에 훨씬 효과적이다.
"'너도 듣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배를 만져 줬어요. 뱃속 아이에게 엄마와 같은 음악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고, 또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죠."
◇ "음악 많이 접한 아이가 감수성도 풍부해"
"아기에게는 태교 때 들려주던 음악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좋아요."
태아와 아기는 듣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 태아는 양수 속에서 음악을 듣는다. 때문에 또렷한 멜로디를 듣기 힘들다. 마치 우리가 수영장 물속에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뱃속에서 나온 아기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직접 음악을 들으므로 선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음악의 장르와 템포를 다양하게 들려줘도 아기는 충분히 받아 들일 수 있다. 아이의 편식을 고치기 위해 엄마가 여러 가지의 반찬을 식탁에 내놓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로 장르를 한정짓지 말아야 한다. 아기의 음악적 기억을 점점 풍부하게 만들어,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김 피아니스트 역시 두 아이에게 항상 많은 종류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저는 집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니까 굳이 음악을 틀지 않아도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음악을 듣게 되고, 또 남편이 올드팝을 좋아해서 다같이 밥을 먹을 때도 팝송을 틀어 놓아요. 동요도 가끔 틀어서 같이 놀기도 하죠."
많은 음악과 함께 해서 그런지 그의 아들은 현재 4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음악적 취향이 뚜렷하다. 또한 또래 아이들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금방 알아차리는 등 감수성이 예민하다. 엄마가 슬퍼하면 함께 눈물을 훔치고, 우울해하면 같이 시무룩해 한다. 자장가를 들을 때면 슬픈 감정을 느껴 혼자 훌쩍거리는 일도 다반사다.
"아들을 볼 때면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행복감에 울컥해요. 따뜻한 아이로 자랄 것 같아서 참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요."
피아니스트 김하얀의 첫 앨범인 엄마와 아기를 위한 클래식 음반 '엄마가 들려주는 노래'(Songs from Mother). ⓒ김하얀 |
◇ "자연스러운 음악적 환경 만들어 줘야"
많은 부모들이 음악이 아이 정서발달에 좋다고 해서 레슨을 알아보곤 한다. 하지만 꼭 비싼 학원에 보내지 않더라도 아이를 음악 환경에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역에서 열리는 무료 음악회나 어린이를 위한 저렴한 공연에 데려갈 수도 있다. 컴퓨터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거나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아이가 음악을 싫어하는데, 무조건 강압적으로 또 주입식으로 들려주는 것은 곤란해요. 아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죠."
이를테면 아이와 함께 놀이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다. 발 위에 아기를 올려 놓고 박자에 맞춰 같이 춤을 춘다거나, 리듬에 따라 시소를 타고, 손뼉을 치는 놀이 등이 있다. 또 아이와 정해 놓은 멜로리 구간에 공을 굴리거나, 일정한 박자에 따라 무언가를 두들겨도 훌륭한 음악 환경이 조성된다.
그는 "한 번은 아이와 음악에 맞춰 두드리기 놀이를 하다 아이가 고무 막대기로 스피커를 두들겨 스피커가 완전히 망가진 적이 있었다"며 "그래도 아이가 음악을 즐기고 재밌어 한다는 증거니까 괜찮았다"고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속에서 아기가 어떤 소리에 관심을 보일 때, 결코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는 거에요. 엄마도 즉시 함께 반응해 줘야 아기가 더욱 음악을 관심 깊게 들어요."
아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이 나오면 엉덩이를 실룩실룩 움직이거나 팔을 힘껏 허공에 가로지른다. 또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이러저리 돌리며, '아', '응', '어'라고 옹알이를 하기도 한다. 이때 엄마는 아기와 같이 엉덩이를 흔들고, 팔을 흔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기가 옹알이 하나를 할 때도 세심하게 '좋아?', '무슨 소리야?'라고 반응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마도 함께 너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아기가 음악을 듣고 반응할 때, 엄마가 무심한 태도를 취한다거나 그 자리를 피하면 아기에게 음악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 엄마들을 위한 태교 앨범, 세상에 내놓다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사실 전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그때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나니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엄마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게 됐죠."
김 피아니스트는 첫 아이를 가진 후 '수술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었다.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다운증후군 수치는 1000:1, 100:1도 아닌 한자리 수치로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10개월 간의 가슴앓이 끝에 건강한 아들을 낳아 4년간의 행복한 육아를 해오고 있다.
그는 "장애아 검사 후에는 '정상으로만 태어나주면 화도 절대 안내고 원하는 것들 다 해줄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었다"며 "정상으로 태어나준게 정말 고맙지만 지금은 초심을 잃고 아이에게 가끔 화를 낸다"고 웃어 보였다.
둘째까지 낳고 난 후 그는 이 세상의 엄마들을 위한 치료의 음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다. 힘든 시기를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힘이 되는 음악 말이다.
"엄마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곡 선정부터 연주까지 철저히 엄마의 입장을 고려해 이번 앨범을 만들었어요. 이 앨범을 듣고 엄마들이 정말 행복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김 피아니스트가 선보인 앨범은 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솔로 앨범, 또 다른 1장은 앙상블 곡들이 담긴 앨범이다. 앙상블 앨범에 참여한 협연자들은 모두 육아맘이다. 엄마들을 위하는 마음을 진심으로 전하기 위해서다.
끝으로 그는 엄마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아이에게 '음악이 좋다니까 너는 들어, 엄마는 집안일 할게'라고 말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음악을 듣지 않으면 아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엄마와 함께 들어야 아이도 행복감을 느끼고 음악의 소중함을 느끼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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