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에 따른 성관계 vs 강압에 의한 성폭행..기준은

입력 2014. 8. 5. 17:25 수정 2014. 8.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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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여성 시각에서 판단..적극적·명시적 동의 없으면 성폭력"

법원 "피해여성 시각에서 판단…적극적·명시적 동의 없으면 성폭력"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합의에 따른 성관계일까, 강압에 의한 성폭행일까.'

성폭행 혐의를 다투는 법정에서 왕왕 등장하는 질문이다.

최근 법원이 이런 '미묘한 선상'에 있는 성폭행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언급해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술을 마시며 어울리던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인 A(38)씨와 터키인 B(2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러시아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 여성 C씨를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고 집으로 데려가 집단 성폭행을 하고 이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이들은 2심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C씨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고, 폭력·협박 등 억압 행위 없이 묵시적인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당시 동영상이 합의하 성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도 "가해자 남성들의 억압 정도가 다소 미약해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를 성폭행으로 봤다.

가해 남성의 입장이나 제 3자의 시각이 아닌 피해 여성의 인식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하고, 적극적·명시적 동의 의사를 얻은 것이 아니라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겉으로는 순응하는 태도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성관계를 동의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회·문화적 도의에 어긋난 성관계는 일단 상대방으로부터 거부할 것이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옳다"며 "적극적·명시적 동의를 얻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행동하고, 순응적 태도를 동의로 임의 간주해 성관계를 맺는다면 이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고 보고 형량을 낮췄다.

법원 관계자는 "여성들은 동의하지 않은 상태의 성관계를 다양한 형태로 경험한다. 이 중 어느 선까지를 성폭행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과제"라며 "다소 판명이 어려운 사건의 경우 남성이 아닌 피해 여성이 인식한 바를 기준으로 성폭행 성립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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