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쏟아지는 팔레스타인의 낮과 밤
7월 초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7월18일 현재 팔레스타인 민간인 2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상자만 1500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집계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도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쏘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는 단 한 명이다. 그만큼 양측의 전력이 불균형하고 이에 따라 사실상 일방적 학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월17일 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가자 지구에 전격 투입되면서 상황은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소년 납치 살해범'으로 지목(그러나 증거는 없다)하고 있는 하마스는 원래 이슬람 자선단체로 출발한 조직이다. 탄생부터 정예 이스라엘군과는 많이 다르다. 팔레스타인의 자체 복지 시스템이 전무했던 시절, 하마스 소속 대원들은 팔레스타인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게 봉사했다. 자연스럽게 대중 가운데 하마스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치솟았다.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갈등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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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2012년 12월2일 하마스 창설 25주년 기념 행진을 하는 '알카삼 여단' 요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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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마스가 2000년 9월에 시작된 제2차 인티파다(민중봉기)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을 주도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마스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하마스는 국민 지지를 업고 성장을 거듭하며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의석 132석 중 74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 의회의 다수당이 된 하마스는 무장투쟁을 더욱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제1 공적으로 떠올랐다.
하마스 안에는 '알카삼(Izz ad-Din al-Qassam Brigades) 여단'이라는 군사 조직이 있다. 하마스의 국방부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공격을 주도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 알카삼 여단을 이끌던 아흐메드 자바리가 1996년 해외의 무기 전문가들을 초빙하면서, 하마스의 무장력이 엄청나게 증대되었다고 평가된다. 알카삼 여단의 한 사령관은 "쉽게 말해 자바리는 AK47 소총과 RPG(휴대용 대전차 로켓 발사기)가 고작이던 하마스의 무장력을 텔아비브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의 사정거리는 100㎞에 이른다. 7월9일에는 가자 지구에서 80㎞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디모나로 로켓을 쏘기도 했다.
그러나 명중률은 낮았다. 하마스의 로켓은,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데 필요한 유도장치나 위성항법장치(GPS) 등 첨단 장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13일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로켓 80여 발을 쐈다. 하지만 대부분 개활지나 공터에 떨어졌다. 인구 밀집지역으로 향한 로켓 13발은 거의 모두 이스라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에 격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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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2014년 7월10일 가자 지구 접경에 이스라엘군 탱크가 집결해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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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국제법에 금지된 백린탄 사용 의혹
이에 비해 전투기와 미사일을 동원한 이스라엘의 폭격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7월8일부터 하마스의 무기시설과 주요 인사 제거를 목표로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을 개시했다. 가자 지구 상공으로, 하마스는 꿈도 못 꾸는 공군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있다. 하루에도 100여 발의 미사일이 가자 지구 주민 바로 머리 위로 쏟아진다. 그러니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백린탄'을 사용한다는 소문도 설득력 있게 떠돌고 있다. 백린탄이 토해내는 안개 같은 화학물질은 인체에 닿을 경우 즉각 발화한다. 한번 불붙으면 인체가 완전히 탈 때까지 꺼지지 않아 그 시신조차 끔찍한 모습으로 남는 무시무시한 무기다. 민간인에 대한 사용이 국제법상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로 유명해진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이스라엘 내 주민 거주 지역으로 날아오는 하마스의 로켓포를 거의 완벽하게 격추하고 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 '사예렛 메트칼(sayeret metkal)'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예렛 메트칼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서 핵심 전력이었다. 그 유명한 엔테베 작전, 1964년 6일전쟁의 쉬라크락 작전,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사보이 작전, 1982년 레바논 전쟁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대원들의 신원도 철통같이 비밀이 지켜진다. 부대원들이 외신에 등장하는 경우, 얼굴을 헬멧으로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할 정도다. 가자 지구 공격을 주도하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 형제들, 그리고 모세 아론 국방장관 등이 모두 사예렛 메트칼 출신이다. 심지어 이스라엘 정치 엘리트는 모두 이곳에서 나온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이 특수부대는 이스라엘 정치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 체급으로 치면 헤비급과 라이트급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가 엄청난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가자 지구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납치 살해된 이스라엘 소년들'에 대한 복수가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오히려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정치·외교적 행보를 우려해왔는데, 이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2012년 유엔이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인한 이후 팔레스타인은 하나의 국가로 가는 초석을 만들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정치권의 양대 라이벌인 하마스와 온건 정파인 파타당이 서로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에는 하마스와 파타당이 7년간의 분열 시대를 끝내고 요르단 강 서안 지구(파타당의 통치 구역)와 가자 지구(하마스의 통치 구역)를 통합하는 새 정부 구성 계획을 밝혔다.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새로 출범하는 팔레스타인 통합정부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 다른 속셈 있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통합에 긴장했다. 마냥 폭탄이나 지고 다닌다고 폄하되던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은, 하마스는 물론 새로 출범한 팔레스타인 통합정부까지 와해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이스라엘 내부에도 우환이 많았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스라엘 국민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부로서는 팔레스타인을 분쇄하는 강한 정부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고 싶었을 것이다. 분열된 이스라엘 우파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정부에 이번 사태는 괜찮은 소재인 셈이다.
하마스도 마찬가지다. 하마스는 2007년 팔레스타인 정권을 장악한 바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활고 해결에 실패한 데다 과격한 무력 투쟁으로 민심까지 잃으면서 파타당에 정권을 내주어야 했다.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확산시키면서 파타당을 침몰시키겠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시작되자 하마스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지하 벙커로 숨어들었다. 지금까지 저명한 하마스 인사의 사망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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