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린 아이 낳는 게 고통이 됐을까?"

이유주 기자 입력 2014. 7. 18. 14:17 수정 2014. 7. 1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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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게 들어본 아이 낳지 않는 이유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누구든지 아이를 낳고 싶을 때, 아이를 낳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복지의 시작이고 끝이다."

이태한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1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에서 열린 4차 인구포럼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 세대간 소통'에 참석해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개최한 이런 포럼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출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포럼에는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비롯해 김두섭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상균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조희금 교수 대구대학교 가정복지학과 교수, 이창준 보건복지부 인구정책과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출산에 관한 젊은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 "국민들이 누릴 최소한의 자유, 보장돼야"

한 가정의 가장인 김석준(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시간강사) 씨는 '저출산 문제에 처한 우리 세대의 현실'을 주제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며, 결혼을 미루게 되는 우리세대의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다.

김 씨는 "28살 결혼할 당시 잘 살 자신이 있었지만, 결혼 후 두 번의 전세 계약을 거치고, 꼬박꼬박 내야 하는 원리금, 높아진 물가로 인한 생활비 등으로 저축은커녕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그 때마다 우리나라 부동산 대책이 저출산 문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체감했다"고 고백했다.

김 씨는 "우리 세대에 결혼하자마자 집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월세만 낼 경우 한 달에 부담해야 할 금액이 만만찮다"며 "전세나 월세나 모두 보증금을 내기 위해서는 무조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 대출을 받고 나서도 이번에는 적당한 매물이 있는지 없는지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어찌해서 집을 구하더라도 대출을 받는 등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되면 아이를 더 낳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돌봄 부담에 더해 양육비, 교육비와 같은 경제적 부담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씨는 "2006년 이후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과 같은 여러 노력을 기울여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왔지만 실효를 거둔 것은 거의 없었다"며 "실제 피부로 체감할 만큼 도움이 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나는 분명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는데 왜 매달 생활비 걱정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지, 왜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에 후회해야만 하는지 그런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은 자유롭게 아이를 낳아 키우지도 못하는 국가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마치 개인들의 선택의 문제인양 접근하고 저출산에 대한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될 때마다 현실 가능성을 운운하며 거부하는데 이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저출산 대책이 부동산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면 퇴근시간 앞당기기 등 단순하게 접근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퇴근시간을 앞당기면 맞벌이를 하는 부부는 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돌봄 부담 역시 줄어든다. 또 종일반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추가적인 보육비 부담 역시 낮아진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끝으로 김 씨는 "정치권은 기업과의 의리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과의 의리도 생각해주길 바란다"며 "정치나 이념 같은 거창한 것을 떠나 국민들이 누릴 최소한의 자유를 국가가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를 대표해 발표자로 나선 김석준, 권순범, 전예지, 임현정 씨(사진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저출산, 새로운 패러다임을 필요할 때"

30대 초반인 직장인 임현정(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박사과정·회사원) 씨는 '저출산,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라는 주제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현행 정책들의 구조적 한계점들을 지적하며 출산율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임 씨는 "저출산의 문제를 다루는 관련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한 느낌이 있다. 한국의 특수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지난 시절 서구의 사회가 겪었던 사례들을 주된 모델로 저출산 해법을 찾고자한다"며 "저출산의 문제는 거시적이고 상호복합적인 관계 틀에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씨는 "저출산의 문제는 유급 노동의 현실과 가사일의 분담 등 다양한 요인들로 나타나지만, '마녀사냥'의 식으로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왔다"며 "저출산의 문제, 남녀 비율의 불균형 등은 이러한 국가의 정책, 분위기와 가부장제 의식이 40년 전부터 만들어 온 예견됐던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임 씨는 "개별 가정에서 많은 시간의 가사노동과 육아를 담당하는 기혼여성에 대한 노동가치가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출산의 기피나 연기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임 씨는 "여성의 가사노동 및 육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가정가치 증진 보조금의 일환으로 출산, 보육 보조금 체계에 일정 부분 반영해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 씨는 "이제는 저출산 현상에 대한 대책을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를 지닌다. 아무리 국가경쟁력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득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며 "국민 모두에게 한시라도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많이 낳자고 장려만 하는 방법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임 씨는 "동시에 국가의 경계를 넘는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며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출산율 저하는 국민 인구 감소라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국가별로 출산율의 차이가 아직도 크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저출산의 극복은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구의 이동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다인종 국가인 미국은 높은 출산율을 나타내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등에 대한 이민 정책을 통해 국가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단일 민족, 단일 국가 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내면화돼 있는 우리사회에,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등 다양한 이주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해 준다.

끝으로 임 씨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회적인 문제로만 바라보거나 정부가 이러한 시대의 물줄기를 억지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실천해 나가고 있는 인생설계에도 저마다의 깊은 속뜻이 있을 것이다. 저출산의 시대에서 개인 저마다의 진정한 행복의 본질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틀린 것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해야"

20대 후반의 미혼인 전예지(성균관대학교 가족학 석사수료 대학조교) 씨는 '다름이 아닌 다양성'을 주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젊은이들을 틀린 것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현실을 다양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실질적으로 청년들은 결혼을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취업은 안 되고 모아둔 돈은 없고, 또 결혼을 해야 하는데 집값은 감당하기 너무나 힘들다"며 "만약 취업을 해서 결혼도 하고 자녀를 낳아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주말에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슈퍼맨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 씨는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했으니 취직을 해야 하고, 돈을 모으고 결혼을 해야 한다. 또 자녀도 가져야 하며 좋은 엄마, 아빠가 돼야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정해진 삶의 순서대로 살고 있으니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너무 다르지 않게 그것을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청년들은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하루 종일 학원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좀처럼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며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점점 겁쟁이가 돼 어떻게든 남들과 비슷해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사회에 맞추지 않으면 다르고 틀린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씨는 "저출산 문제를 미래세대인 청년들의 노력부족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사회의 구조적인 측면의 문제로 보고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가려는 시각이 필요하다"며 "청년이 겁쟁이가 된 것은 '너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이니 함께 사회를 바꾸어 나가자'고 말해주는 따뜻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씨는 "청년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할 수 없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을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변화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 씨는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각 세대가 서로의 다름을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조금은 가벼워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김두섭 한양대학교 사회학교 교수는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과의 원활한 소통과 균형 및 조화가 중요하지만 그간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은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며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 세대간 소통'-2014년도 제4차 인구포럼에서 김석준 씨가 '저출산 문제에 처한 우리 세대의 현실'이란 발표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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