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長壽의 그늘]④"당신의 연금은 안녕하십니까?"

김재은 입력 2014. 7. 16. 20:01 수정 2014. 8. 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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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저출산에 연금 재정 악화..국민연금 2060년엔 소진
공무원·군인연금 재정악화로 5년새 14조 혈세 투입
"보험료율 인상·정부지원 확대로 노후빈곤 차단해야"

[이데일리 김재은 최선 김성훈 기자]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노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장 확실한 노후 보장책인 연금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민·사학·군인·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중 가장 재정 상태가 양호한 국민연금마저 2060년엔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저하 등으로 연금을 낼 가입자는 줄어드는 반면, 수급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탓이다. 올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손실 보전을 위해 투입되는 혈세는 각각 2조5854억원과 1조3733억원에 달한다. 20~30년 뒤엔 내가 받을 연금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 저출산·고령화 덫에 갇힌 '용돈' 연금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민연금 가입자는 2074만5000명으로 수급자 344만명보다 6.03배 많았다. 가입자 6.03명이 1명의 수급자를 부양하는 셈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1988년에야 도입돼 아직 미성숙 단계여서다.

그러나 불과 10여년 뒤인 2025년에는 가입자 3.1명이 수급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35년엔 이 비율이 1.83명당 1명으로 높아지고 2050년 가입자는 1547만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32%(491만7000명) 줄어들지만, 수급자는 1560만3000명으로 4.8배 증가할 전망이다. 수급자 수가 가입자보다 많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은 아직 건실한 편이다. 지난해 기준 523조1000억원이 조성돼 96조2000억원이 지출됐다. 전체 인구 3명 중 1명만 국민연금을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2030년에는 2명 중 1명(50.2%), 2040년엔 65.1%, 2050년엔 5명 중 4명(80.6%)이 국민연금 수급자가 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재정은 2043년 2561조4890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계속 줄어 2060년에는 280조7160억원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만 19세인 1994년생이 연금수급 나이인 65세가 되는 2060년엔 국민연금 재정은 바닥이 난다.

그렇다고 현재 지급되는 연금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노인 1명이 받아간 연금액은 월평균 31만원. 가입 기간이 20년이어도 86만원선이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평균적인 노후의 60~70%는 보장이 돼야 하는데 실제로 최저생활 보장금액이 안 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 혈세 먹는 군인·공무원연금…5년간 14조원 '꿀꺽'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3대 직역연금의 연금액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월 200만~300만원 가량이다. 정부가 군인·공무원연금에 혈세를 쏟아부어 손실을 보전해준 덕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지원한 예산은 14조원에 육박한다. 이와 관련 국가예산정책처는 공무원연금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53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학연금도 2033년이면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은 62.7%(33년 재직시)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40%(40년 가입시)보다 월등히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년 중 3대 직역연금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국가 재정에 대한 부담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혈세 먹는 직역연금제도 개선은 공적연금간 균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1984년부터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은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근로자연금을 후생연금(국민연금)과 일원화하는 법을 제정,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권혁창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3개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며 "해외 여러 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보험료율 높이고 재정지원 확대해야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다. 미국 12.4%, 일본 16.8%, 프랑스 16.7%, 독일 18.9%, 스웨덴 18.4% 등과 비교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낮은 출산율 등을 감안하면 가입자가 수급자보다 많아지는 '성숙단계' 진입 또한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금제도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지금의 연금제도는 장기적 측면에서 굉장히 불안정하다"며 "국민연금 제도를 후세에도 큰 부담 없이 공정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면 최소한 보험료를 13% 정도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료율 인상에만 기댈 게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 확대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과 민간보험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리스터 연금' 도입을 검토 중이다. 독일이 2001년 도입한 이 제도는 정부가 저소득층 가입자에게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사후 정산식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해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원승연 교수는 "연금액은 그대로 둔 채 연금 보험료만 올리는 것은 가입자 저항 때문에 어렵다"며 "정부가 세금을 올려서라도 노후소득 보장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은 (alad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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