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봐야 할 비경, 미국 국립공원④ 아치스
(모압<미 유타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그랜드 서클 안에 위치한 국립공원은 대부분 주된 경관이 협곡 아니면 바위다. '캐니언'이라는 말이 앞이나 뒤에 붙었다면 협곡이고, 이외 지역은 바위가 많은 산이나 기둥이다.
하지만 캐니언랜즈 국립공원에서 약 40㎞ 거리에 있는 아치스 국립공원은 특색이 조금 다르다. 암석덩어리 지형임에는 틀림없는데, 바위들이 허공에 떠 있다. 세게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아치 2천여 개가 모여 있다.
아치스 국립공원의 아치는 물과 얼음, 극한의 날씨가 만든 절경이다. 탄생 과정을 이해하려면 3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이곳은 바닷물이 들어찬 내해였다. 그런데 해수가 증발되고 흘러드는 과정이 수십 차례 일어나면서 염분이 많고 무른 지대가 생겨났다.
다시 수백만 년이 지나는 동안 홍수와 바람에 의한 퇴적물이 쌓이면서 바위처럼 단단한 지층이 염분 지대를 덮었다. 마치 엎드린 어린아이 위에 어른이 누워버린 형국이었다.
염분 지대는 단단한 지층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찌그러지거나 휘어지면서 상층부의 바위가 떨어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틈으로 들어간 물은 침식 작용을 일으켰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고체화된 얼음은 팽창하면서 균열을 가속화했다.
결국은 밀도가 높고 균형이 잡힌 부분만 살아남아 아치가 됐고, 나머지 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치의 생성과 확장, 소멸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에는 높이 18.2m, 폭 3.4m, 두께 1.2m의 바윗덩어리가 아치에서 추락하기도 했다. 아치스 국립공원의 침식과 풍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 아치가 만든 창으로 바깥을 보다
아치스 국립공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경승지가 배치돼 있다. 일단 입구를 통과해 방문자 센터를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펼쳐진다. 옆으로는 아찔한 절벽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늘어서 있다.
북쪽으로 난 길은 '악마의 정원'을 의미하는 '데블스 가든'(Devils Garden)까지 뻗어 있다. 일반 자동차가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으로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제일 긴 트레킹 코스와 가장 유명한 아치가 있다.
산책로 초반부는 나무가 거의 없어서 햇볕이 강하지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악마'를 떠올리게 하는 사물은 없고, 관목과 다육식물이 자라는 '정원'만 있다.
데블스 가든에는 볼만한 아치가 여럿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은 랜드스케이프 아치에 집중된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는 두 기둥 사이의 길이가 88.4m로 세계에서 가장 길지만, 얇은 부분은 두께가 1.8m에 불과하다. 아치가 당장 끊어지거나 무너져도 의아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롭다.
랜드스케이프 아치부터는 경로가 트레킹이 아니라 난도가 높은 등산에 가깝다. 일부 구간은 바위에 붙어서 기어가야 할 만큼 경사가 심하다. 밧줄이나 난간이 없어서 노약자가 오르기에는 쉽지 않다.
산책로의 종착점에는 더블 오(Double O) 아치가 있는데, 아치 아래로 보이는 풍광이 수려하다.
랜드스케이프 아치와 함께 아치스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아치는 델리커트 아치다. 델리커트 아치는 유타주 자동차 표지판에 배경으로 쓰이고, 미국 국립공원 소개 책자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델리커트 아치를 대면하기 위해서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울프 랜치'에 차를 세우고 약 2.5㎞의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땀을 흘려가며 발걸음을 떼야 도착하는 델리커트 아치는 명불허전이다.
랜드스케이프 아치가 워낙 커서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면, 높이가 13.7m인 델리커트 아치는 아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2천여 개의 아치 중에 두세 개만 보고 돌아가기가 아쉽다면 윈도스 구역으로 향한다. 안경처럼 아치가 나란히 형성된 노스 윈도와 사우스 윈도, 아치가 'V'자 형태로 2개 있는 더블 아치가 모여 있다. 이곳은 길이 평탄해서 다니기에 좋다.
물론 아치스 국립공원에 아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방문자 센터와 윈도스 구역 사이는 돌이 된 사구, 기괴한 흉상을 연상시키는 밸런스드 록 같은 볼거리가 있다.
고층빌딩이 즐비한 뉴욕 맨해튼의 거리 이름과 같은 파크 애비뉴 구역은 널찍한 바위들이 건물처럼 솟아 있다. 해가 질 무렵 파크 애비뉴의 좁은 길을 거닐면 몽환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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