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16강 진출 좌절.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마 '팀의 리더 부재'도 한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 그 승리를 지켜낼 수 있는 리더, 팀이 지고 있을 때는 선수들을 독려해서 공격에 나설 수 있는 리더. 물론 나이가 많다고 '리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팀을 이끌어 줄 수 있는 '형님' 그런 형님의 부재가 크게 느껴진 대회였다.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더 이상 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을 것 같은 '형님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물론, 4년뒤 그들이 어디에 있을지, 그들이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볼 수 없을 것 같은 선수들. 더 이상 활약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선수들을 만나보자.( 아, 나이에 관계없이 얼마든지 뛸 수 있는 포지션인 골키퍼는 예외로 한다. 콜롬비아의 골키퍼 몬드라곤 형님(710621)은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이자, 역대 월드컵 출전 최고령 선수 기록(43세3일/일본전 교체투입)을 세운 형님인데, 이 형님을 다음 월드컵에서 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Part. I. 박수 받으며 떠날 수 있는 형님들.
1. 안드레아 피를로 (790519 / 이탈리아)

모방송사의 실수로 이번 월드컵 최고령 선수가 될 뻔 했던 형님이다.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경기. 모방송사가 피를로의 프로필을 177세, 35cm로 표시해서, 많은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었다. 177세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련한 플레이와 아직도 녹슬지 않은 프리킥, 패스마스터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패스의 질. 비록 우루과이에 밀려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피를로의 존재감만큼은 정말 굉장했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던 그였지만, 새로 오게 될 감독이 필요로 한다면 남을 수도 있다며 은퇴를 번복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피를로 형님이 대표팀에 남더라도, 러시아에서 다시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2. 디에고 포를란 (790519 / 우루과이)

공교롭게도 이탈리아를 밀어내고 16강에 올라간 우루과이의 포를란 형님은 피를로와 생년월일이 같더라. 지난 남아공 대회에서 골든볼(MVP)을 받은 형님이지만,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보며 4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많이 지쳤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젠 그 자리를 1차전에서 자신과 교체되어 들어간 로데이로에게 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우루과이가 수아레즈 없이 남은 대회를 소화해야 하기에 포를란 형님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포를란의 월드컵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사실. 그의 마지막 월드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3. 디디에 드로그바 (780311 / 코트디부아르)

A매치 104경기 출전에 65골. 드록신(神)의 16강 꿈도 인간의 심판 앞에선 어쩔 수가 없었다. 드록바의 월드컵은 그리스와의 3차전 추가시간에 나온 PK 하나로 끝이 나고 말았다. 사상 첫 16강 진출이 경기종료 단 몇 분을 앞두고 무너진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에서 형님의 존재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본전에서는 후반전 투입되며 경기 흐름을 바꾸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눈물 어린 호소로 국가의 내전도 멈추게 했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현재는 터키에서 뛰고 있지만 빅리그로의 이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다시 빅리그에서 뛰는 형님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4. 미로슬라프 클로제 (780609 / 독일)

강력한 우승후보중에 하나인 독일은 G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3차전 미국과의 경기, 전반을 0:0으로 마친 뢰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클로제 형님을 투입했는데, 이것이 독일 공격의 흐름을 바꿔 1:0 승리를 이끌어낸 것이다. 미국의 수비들은 월드컵 역대 최다골 기록을 갖고 있는 클로제 형님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생긴 공간에서 동생들의 활약할 수 있었던 것. 클로제 형님은 가나와의 경기에서 득점을 하며, 역대 월드컵 최다골 기록(15골)과 동률을 이뤄냈다. 이번 월드컵이 형님의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독일이기에 클로제 형님의 최다골 단독 기록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5. 라파엘 마르케스 (790213 / 멕시코)

마르케스 형님은 멕시코 대표팀의 맏형이다. A매치 122경기 출전. 2002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무려 네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고 있는 대단한 형님.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선 헤딩 선제골까지 기록하기도 했는데,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세 대회 연속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멕시코의 16강전 상대는 B조 1위 네덜란드. 과연 마르케스 형님이 이끄는 멕시코가 파죽의 네덜란드를 꺾을 수 있을까?
6. 신들의 나라, 그리스의 노장형님들.

그리스를 흔히 신들의 나라라고 하지만, 아마 그리스 대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신들이 나라가 아닌 노장들의 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무려 77!년생인 카라구니스(770306)형님과 카추라니스(790621)형님, 게카스(800523)형님까지. 81년생인 살핑기디스 형님은 아마 라커에서 다리도 못 꼬고 있을 것 같다.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 PK골로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이 노장 형님들의 마지막 월드컵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Part. Ⅱ. 쓸쓸하게 떠나게 된 형님들.
1. 잉글랜드의 두 형님, 프랭크 램퍼드 (780620) & 스티븐 제라드 (800530)

초반 2연패로 스페인과 함께 광탈한 잉글랜드. 하지만 잉글랜드 팬들이 토너먼트 탈락보다도 더 아쉬워할 점은 아마도, 더 이상 제라드와 램퍼드를 대표팀에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 아닐까? 물론 윌셔나 핸더슨 같은 젊은 선수들이 훌륭하게 해주겠지만, 두 선수의 빈자리는 아마 작지 않을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제라드와 램퍼드가 어떻게 하면 공존할 것인가와 같은 전술적 설전은 이제 추억이 되어버렸다.
2. 사무엘 에투 (810310 / 카메룬)

'흑표범' 에투 형님은 아마 이번에 가장 쓸쓸하게 월드컵 무대를 떠난 형님이 아닐까 싶다. 1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는 선발 출전했지만 패했고, 2,3차전에는 부상으로 출장하지 못한채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3패로 A조 4위. 탈락. 카메룬의 이번 월드컵은 팀의 내분, '알렉스 송'의 조금 황당한 퇴장까지, 굉장히 어려운 대회였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흑표범 형님은 다리를 절룩이며 쓸쓸히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3. 사비 알론소 (811125 / 스페인)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디펜딩 챔피언의 탈락. 호주를 상대로 1승을 하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지만, B조 3위로 탈락한 스페인. 스페인의 허리를 단단하게 책임져주던 사비 알론소는 이번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실패했지만, 워낙 선수층이 두터운 스페인이기에 다음 유로 대회에서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스페인 함대에 알론소 형님이 타고 있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조금 슬프다.
4. 다리오 스르나 (820501 / 크로아티아)

여러분은 최고의 오른쪽 풀백을 꼽으라면 누구를 꼽겠는가? 알베스? 람? 사발레타? 물론 모두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아마 이 선수 역시 그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크로아티아의 주장 다리오 스르나 형님. 빅리그가 아닌 자국리그 '샤흐타르'에서 뛰고 있지만, 그 실력만큼은 모두가 알아주는 형님이다.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 굉장히 분전했지만, 홈팀인 브라질과 16강 단골손님 멕시코에 밀려 아쉽게 토너먼트엔 진출하지 못했다. 스르나 형님 역시 이젠 나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월드컵 무대에서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의 멤버가 정말 좋았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월드컵에서의 16강 탈락이 더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글. 송군(songgun)본업은 라디오작가. 축구를 입과 손으로 즐기며 얄팍한 지식으로 잔글을 쓰는 축구잔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