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중앙 강원 양구, 인적끊긴 반백년이 빚은 원시 생태비경

김태은 2014. 6. 22. 08:1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흔히 양구 지역을 '한반도의 정중앙'이라고 표현한다. 마라도와 독도 등 우리 땅의 꼭짓점을 연결하면 만나는 한 점이 이곳이다.

전국의 계곡과 명승들 중 사람이 흔적을 남기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인간이 남긴 전쟁의 상처가 역설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양구가 그런 곳이다. 무려 50년 동안이나 철조망과 지뢰밭이 그곳을 보호했다. 제한적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공개한 이곳은 원시의 자연 그대로를 보여준다.

짙은 녹음 사이로 싱그러운 햇살이 쏟아지는 초여름 숲 속을 걷는 일은 자체로 훌륭한 '생태 학습'이자 최고의 '힐링 여행'이다. 그곳이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독특한 생태계를 오롯이 간직한 청정 지역이라면 감흥도 남다르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북쪽에 위치해 휴전 뒤 50년 간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두타연 일부 구간이 개방된 것은 2004년이다. 2009년 관광 코스로 널리 알려지면서 원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생태 관광지로 각광받아왔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강원도 양구의 깊은 골짜기를 흐르다가 굽은 한 부분이 절단되면서 만들어진 폭포 아래 너른 소를 일컫는다. 10m 높이의 아담하면서 우렁찬 폭포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소, 그 주위를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이 어우러져 천혜의 비경을 선사한다.

폭포 위 바위에 설치된 관찰 데크에 오르면 발아래 절경이 펼쳐지고, 탐방로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면 폭포와 소, 소를 에워싼 바위 안벽의 보덕굴까지 정면에서 볼 수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한 두타연에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 산다는 열목어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탐방로를 걷는 동안 금낭화, 큰꽃으아리 같은 들꽃은 물론 올괴불나무, 쪽동백, 회목나무 등 다양한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두타연이라는 이름은 1000년 전 이 자리에 있었다는 두타사라는 사찰에서 유래했다.

두타연 탐방은 이목정 안내소나 반대쪽 비득 안내소에서 시작한다. 예전에는 두타연에 들어가려면 예약과 해설사 동행이 필수였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절차가 간소해져 당일 개별 관광이 가능하다. 출입 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해 신분증과 함께 안내소에 제시하고, 위치 추적 태그가 부착된 출입증을 받아 착용하면 끝이다.

두타연 입구는 이목정안내소에서 3.7㎞ 지점의 두타연 주차장 맞은편이다. 두타연 주차장까지 도보나 자전거, 차량 이동이 모두 가능하며, 자전거는 안내소에서 대여해준다.

'두타'라는 뜻이 삶의 걱정을 떨치고 욕심을 버린다는 뜻을 가지니 자연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이곳과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두타연만 둘러보기 아쉽다면 평화누리길도 걸어보자. 이목정과 비득 안내소 사이 계곡을 따라 조성된 평화누리길 12㎞ 구간은 트레킹이나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다. 양구 전투 위령비, 조각공원, 쉼터 세 곳과 포토 존 등이 마련됐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두타 1·2교에서 멋진 전망도 즐길 수 있다.

양구에 가면 두타연 외에도 생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휴전선 인근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대암산 기슭의 양구생태식물원이 대표적이다. 중부 이남에서 보기 힘든 희귀 식물이 많이 분포하는 양구는 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양구생태식물원에서 다양한 북방 식물과 고산성산지 습지식물, 멸종 위기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입장은 무료, 놀이터와 피크닉 광장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천연기념물(217호)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을 볼 수 있는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도 놓치지 말자. 방사장 울타리 주변의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바위에 우뚝 서 있거나 풀을 뜯는 산양과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여름철 인기 명소는 해발 800m에 자리한 광치 계곡이다. 우거진 원시림 아래 차가운 계곡물이 흘러 물놀이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광치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하는 대암산 생태 탐방로 중에서 원점으로 회귀하는 2시간30분 코스나 양구생태식물원까지 이어지는 5시간 코스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박수근의 생가 터에 건립된 박수근미술관, 천체관측과 캠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국토정중앙천문대도 양구가 자랑하는 명소다. 박수근미술관에서는 8월3일까지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열린다.

펀치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해안분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을지전망대도 빼놓으면 아쉽다. 비무장지대(DMZ) 철책 위에 세워진 을지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는 불과 38㎞ 거리다. 전망대 출입 신청은 해안면 양구통일관에서 당일 오후 4시까지 받는다. 양구통일관 앞에는 6·25 당시 주요 전투 9개를 재조명한 양구전쟁기념관이 있다.

오골계 살을 발라 양념한 뒤 숯불에 굽고 남은 뼈로 탕을 끓여 먹는 오골계숯불구이, 직접 만든 모두부와 순두부를 섞어 매콤하게 끓인 촌두부전골, 특산물을 이용한 시래기정식은 양구가 자랑하는 별미다.

당일 여행 코스는 두타연에서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를 갔다가 양구생태식물원을 둘러보고 오골계숯불구이로 저녁을 먹고 돌아오면 시간이 딱 맞다.

1박2일 여행 코스는 첫째날 두타연과 박수근미술관을 본 뒤 국토정중앙천문대에 들렀다가 광치자연휴양림에 숙박한다. 다음 날에는 을지전망대에 가 펀치볼을 보고, 양구전쟁기념관,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양구생태식물원을 차례로 관람하고 귀가하면 좋다.

j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