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타' 백성현, 그가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인터뷰)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아역배우로 시작해 어엿한 저녁 일일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배우 백성현.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그였지만, 매번 작품이 한 편씩 끝날 때마다 남는 진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모든 연기자들이 느낄 공통된 감정일 수 있었지만, 백성현에게는 그 아쉬움이 유독 진하게 느껴졌다.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KBS 1TV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 역시 그에게는 그런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 작품이었다.
드라마 종영 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성현이 "8개월동안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그런데 막상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아쉽다. 솔직히 쫑파티 하는 날 연장하자고 할 정도였다. 더 이상 이 캐릭터로 연기를 못한다는 아쉬움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의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박현우로 살았던 백성현과 만나 드라마에 대한 추억과 배우 백성현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열린 결말..그게 최선 아니었을까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부딪혀 처음 만난 뒤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만나다 사랑에 빠졌지만, 출생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고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박현우(백성현)와 공들임(다솜). 마지막회에서도 둘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부딪히며 1년만에 극적으로 재회했지만, 드라마가 끝나갈 때까지도 좀처럼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함께 뮤지컬 무대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직 인연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겼다. 이런 결말에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최선의 결말이 아니었을까요? 현우와 들임이는 잘되도 호불호가 갈렸을 거에요. 말이 되냐 안 되냐라면서. 그렇다고 둘을 이어주지 않으려니 8개월동안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해 준 시청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니 결국 열린 결말을 그릴 수밖에요. 원래 시놉시스대로라면 해피엔딩이었는데, 중간에 시나리오가 바뀌었어요. 현우가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문제가 커진거죠."
마지막을 향해 달리던 '사랑은 노래를 타고'는 현우의 아버지인 박범진(선우재덕) 판사가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결국 아내가 정자 기증을 받아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 밝혀지면서 한 때 막장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우의 친아버지는 박범진 판사지만, 정자 기증을 한 사람이 바로 현우가 사랑하는 여자 들임의 아버지 공정남(이정길)으로 밝혀졌기 때문. 현우는 생물학적 아버지인 정남에게 간 이식을 받기도 했다.
"현우의 아버지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자 기증을 받은거죠. 그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신체적 결함 때문에 그런거잖아요. 자꾸 막장이라고 하시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 정자 기증자가 하필이면 들임의 아버지였다는 점 때문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막장이라고 느낄만한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 첫 촬영은 '막연'…마지막 촬영은 '아쉬움'
일일드라마를 찍는 배우들은 거의 대부분 주 5일씩 출근 도장을 찍는다. 백성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노타' 찍으면서 매일 방송국을 왔다갔다 하니 KBS 직원이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만큼 매일 보는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 자신을 대신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사노타' 첫 촬영 때는 그냥 막연하기만 했어요. 처음 촬영할 때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고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첫 촬영에서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장면만 8시간을 찍었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8개월동안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하셨죠. 그래서 실수하지 않으려 더 노력했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작품이 끝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다시는 이 캐릭터로 연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섭섭하기까지 해요."
첫 촬영과 마지막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백성현은 재밌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백성현은 "첫 촬영 당시 갔었던 피자집이 있었어요. 다행히(?) 마지막 촬영 할 때도 그 피자집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갔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저보고 살이 빠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 배우는 살이 빠져야 멋있다면서..(웃음)"
◆ "실제 백성현도 현우와 비슷한 선택할 것 같아"
백성현이 연기한 박현우는 본래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강압에 못이겨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여전히 가슴 한 켠에는 뮤지컬 무대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현우는 이를 대놓고 드러내지 못한다. 자신이 하고싶어하는 일이 있었고, 꿈도 있었지만 가족 역시 소중한 그였기에 그들의 뜻을 쉽게 꺾지 못했다. 결국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현우는 그렇게 조용히 자신의 꿈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고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 백성현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제가 외아들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소중하게 여겨져서 아마 제 맘대로 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저도 현우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이렇게 쉽게 얘기한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도 정말 고민 많이 했거든요. 그리고 저는 '내 맘대로 하게 냅둬'라든지 '부모님 안 보겠다' 등의 말은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오히려 끝까지 설득을 한다면 몰라도."
백성현의 부모는 다행히 그가 연기를 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네 삶은 네가 사는 것이다"라며 다독였다. 백성현은 "내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기를 하게 된 건 가족들이 내 연기를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을 보며 가족들이 감동 받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백성현은 연기를 하길 잘했다고 마음 속에 되새겼다.
"드라마 끝나고 다 같이 펜션으로 놀러 갔었는데, 펜션 사장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이 사회는 불신의 사회다. 드라마라면 '사랑은 노래를 타고' 처럼 나와야 한다. KBS와 같은 공영방송 드라마는 더욱 그래야 한다. 이익만 좇지 말고, 드라마에서만이라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박현우 같은 역할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는 정말 아낌없이 서비스를 해주셨어요.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를 보람을 느껴요. 정말 고맙죠. 전 요행을 바라진 않아요. 나이들어서 제대로 연기를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깊이를 쌓아야 해요.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20대에 할 수 있는 멜로같은 걸 하나 쯤은 남겨놓고 싶어요. 욕심일까요?(웃음)"
[배우 백성현.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