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실의 눈] 우려한 것에 비하면 훌륭한 경기였다

손병하 입력 2014. 6. 18. 11:15 수정 2014. 6.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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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대한민국-러시아 관전평

전반적으로 잘 준비한 경기였다. 특히 수비 조직력이 좋았다. 무엇보다 앞서 튀니지와 가나와 치른 평가전에서 보인 졸전을 떠올린다면 우려했던 것보다는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아주 잘했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컸던 우려를 확실하게 지운 경기였다.

18일 아침(한국 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32강 조별 라운드 H조 1차전서 한국이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한국은 후반 23분 교체 투입된 이근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후반 29분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 처지에서는 이길 수도 있었기에 아쉬운 한판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잘 준비한, 그리고 준비한 것을 잘 풀어 낸 경기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포 백의 안정감이었다. 특히 홍정호-김영권 센터백 조합이 좋았다. 월드컵 본선 경험이 하나도 없어 걱정했지만 안정적으로 90분을 소화했다. 후반 29분 실점 상황은 홍정호가 부상으로 교체돼 나가면서 순간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좌우 측면 수비도 괜찮았다. 공격 가담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수비란 본연의 임무만 놓고 보면 합격점을 줄 만했다. 포 백 안정화의 숨은 공로자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선 이용이었다. 최근 경기력이 떨어져 있어 걱정했는데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러시아 공격을 봉쇄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한국영 콤비도 좋은 수비력을 과시했다. 이들이 포 백 앞에서 상대 공격수들을 1차 저지하는 바람에 수비수들이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다만 공격으로 전개하는 과정에서 날카로운 패스나 창의적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조금 안타깝다.

수비수와 중앙 미드필더가 좋은 활약을 펼친 데 비해 공격진 활약은 좀 미흡했다. 특히 박주영이 그랬다. 박주영의 움직임을 잘 살피면 컨디션과 경기 감각은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볼을 주고받을 때 패스를 보면 안다. 그럼에도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한 이유는 '부담' 때문이라고 봐야 옳다. 여러 부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손흥민은 두 차례 결정적 기회를 날렸다. 과정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나빴다. 물론 월드컵 본선이 처음인 어린 선수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잘 털고 다음 경기에서는 보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수비형 윙어' 구실을 한 이청용과 전반 중반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인 구자철은 공격진 가운데서 그마나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4년 전 아픔을 훌훌 턴 이근호와 골문을 안정감 있게 지킨 정성룡도 오늘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라 할 수 있겠다.

러시아전에서 귀한 승점을 챙겼다. 이제 중요한 것은 나쁘지 않은 지금의 흐름을 잘 이어 남은 알제리(23일 새벽 4시)와 벨기에(27일 새벽 5시) 경기에서는 보다 많은 승점을 따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드라진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 키 구실을 할 선수다. 러시아전에서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격 쪽에 연결되는 날카로운 패스를 찾기 어려웠다. 당초 기성용이 그 역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늘 경기처럼 수비 부담이 많으면 공격적 재능을 보일 수 없다. 수비 부담을 줄이든지 다른 선수에게 그 역을 맡기든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

두 번째는 박주영의 자신감 회복 여부다. 사실상 홍명보호 성적이 박주영의 발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주영은 러시아전에서 후반 초반 교체돼 자신감이 더 떨어졌을 것이다. 때문에 본인은 물론이고 홍명보 감독에게도 큰 부담이 됐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글=이흥실(경남 FC 수석 코치)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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