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막스를 앞둔 '정도전', '하륜'의 매력이 절실한 까닭

윤지혜 2014. 6.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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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연출 강병택 이재훈)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조선은 개국되었고, 이제 정도전(조재현)의 이상이 펼쳐질 단계만 남았다. 하지만 조선개국에 힘을 모았던 이성계(유동근)의 아들 이방원(안재모)과 틈이 벌어지면서 정도전은 이전보다 한층 더 강력한 대항마와 마주치게 된다.

이제까지의 '정도전'은 저물어가는 나라, 고려를 유지시키려는 세력과 새로운 세계, 조선의 서막을 열려는 사람들의 대치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기둥이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은 자연히 '대의명분'이 큰 사람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정도전과 이성계다. 정도전은 자신이 꿈꾸는 이상이 현실화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했다.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것은 정도전이 세운 '대의명분' 하에 모여 조선의 서막을 연 사람들이 과연 모두 같은 생각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조선이란 새로운 세계의 질서 안에서 서로의 이익이 상충되기에 뜻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누가 우위를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이 된다. 역사 속에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나서 흔히 한바탕 피바람이 부는 연유다.

'정도전'에서도 조선이 개국되자, '대의명분' 속에 가려져있던 사람들의 욕망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방원과 그를 돕는 책사 하륜(이광기)의 욕망이다. 자연스레 현재 드라마를 이끄는 주된 갈등의 축도 이들이 된다.

하륜은 이방원과 정도전 사이에 생긴 틈을 비집고 등장했다. 남다른 통찰력과 뛰어난 처세술로 갈무리되는 인물인 하륜은, 이방원이 정도전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기까지 묵직한 공들을 세우게 된다. 이성계 뒤엔 정도전이 있었던 것처럼 이방원 뒤엔 하륜이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하륜은 여분의 드라마에서 정도전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캐릭터다.

그만큼 하륜이 가진 매력에 비중이 실릴 수밖에 없는데, 안타까운 것은 지금까지 '정도전'을 이끌어왔던 구심점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실제 역사 속에서 하륜이란 인물이 가진 근본적인 매력 자체가 정도전이나 이성계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더불어 조선 개국 이후 좀 더 치졸해진 갈등의 양상도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역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완벽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느껴질 때 매혹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은 악역이었던 '미실' 덕을 톡톡히 보았다. 심지어 '미실'의 죽음으로 시청률이 하락하기까지 했다. 극 중에서 흔히 말해 '좋은 편'이라 볼 수 있는 선덕여왕이 '나쁜 편'인 미실에게 완벽히 밀린 것이다. 이는 고현정이 미실이란 캐릭터를 하나의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어내면서 시청자들을 압도한 결과였다.

하륜은 조선 개국 역사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내는 공신으로까지 우대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다. 추구하는 가치는 달랐지만 그가 가진 지모와 재략은 정도전 못지않았던 게 분명하다.

지금 하륜에게 필요한 것은 실제 역사에서처럼 정도전에 버금가는 '개인의 매력'이다. 정도전과 맞섰을 때 불안감이 증폭될만한 정도의 것. 현재로서 하륜은 책략가라기보다 그저 졸렬한 꾀나 쓰는 인사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극 속 주인공이 추구하는 가치는 적대자가 강할수록, 압도적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더욱이 정도전은 적대자에 의해 결국 죽음을 맞게 되는 운명이지 않은가. 그만큼 하륜은 정도전을 위협할 정도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 간만에 만난 '잘 만들어진' 사극 '정도전'의 뒷심을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정도전' 홈페이지]

이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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