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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창과 방패] 인천AG주경기장, 첫 단추부터 잘못 꿰졌다

조회수 2014. 6. 2. 09: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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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 연희동에 위치한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이 1일 개장했다. 2009년 1월 신축공사가 결정된 뒤 5년 만, 2011년 6월 착공 후 3년 만이다. 공사비는 4900억 원으로 다른 경기장에 비해 두 배 가량 많다. 경기장은 원래 7만석 규모로 설계됐다가 6만2000석으로 축소됐다. 인천시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자랑했다.

■문학운동장을 재활용했어야 했다.

정부는 당초 문학운동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라고 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신축을 고집했다. 그러면서 인천시 돈으로 짓겠다고 약속한 뒤 2009년 6월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 약속이 깨졌다. 인천이 추진한 민간자본 유치가 20%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돈이 없었다. 그리고 인천은 적자투성이 도시다. 결국 정부에 돈을 내밀 수 밖에 없었다. 전임 안상수 시장 시절 유치한 아시안게임을 현재 송영길 시장이 치르면서 둘 간 책임소재 논란도 있었다. 어쨌든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호주머니를 풀 수밖에 없었다. 총 공사비 4900억 원 중 정부가 1300여억 원을 댔다.

■도심 속은 좋은데 대중교통이 없다

인천이 서구 연희동을 원한 것은 그 지역에 경기장이 없고 땅값이 싸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 지역을 원한다면 초대형 경기장을 짓기보다는 시민들이 운동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체육공원 등을 짓는 게 옳았다. 돈도 덜 들었을 것이고 활용도도 높았을 것이며 만족도도 제고됐을 것이다. 어쨌든 경기장 위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파트 숲 속에 있으니 일단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경기장은 경기장으로 노릇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대중교통이다. 버스노선이 소수이고 전철역으로부터 3㎞나 떨어져 있다. 개인차량이 없으면 이동 자체가 힘든 곳이다. 그리고 개인차를 이용한다면 엄청난 혼잡이 불가피하다. 일단 인천은 아시안게임 기간 중 전철역과 경기장을 오가는 버스 400대를 동원한다고 한다. 비용, 혼란 등은 불가피하다. 대중교통이 형편없다는 것은 사후 활용에도 엄청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너무 크게만 지었다

한국 사람들은 최초, 최대, 최다 등 최자가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뭔가 큰일을 해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도 엄청나게 크다. 부지도 넓고 좌석도 많다. 건설비용, 관리비용 등이 엄청나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렇게 큰 경기장이 필요했을까. 아시안게임 한번 치르려고 지역특성이 맞지 않은 경기장을 초대형 크기로 지은 것은 어리석었다. 한국 사람들은 건물의 외형을 무척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기장 외형도 빛, 바람, 춤을 모티브로 한 아시아의 물결을 형상화했단다.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하다. 그러나 경기장은 밖에서 구경만 하는 조형물이 아니다. 다양한 기능을 하면서 살아 움직여야하는 유기적인 건축물이 돼야 한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천문학적인 관리비를 빨아먹은 초대형 조형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주객전도, 쇼핑몰, 영화관만으로는 안 된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 이후 가변좌석 3만석을 없앤 뒤 쇼핑센터, 영화관 등을 세울 방침이다. 없앨 좌석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짓지 말았어야 했다. 짓는 데 돈이 들어가고 철거하는데도 들어단다. 아마도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이 될 것이다. 경기장에 쇼핑센터 등 대형 상점을 입점 시켜 돈을 버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일은 아니다. 그것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수익원이 된다. 그러나 이 때 심각하게 생각해볼 것은 그렇다면 경기장 자체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다. 그곳에 갈만한 프로구단도 없다. 종합경기장이라서 축구단을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간인들의 체육활동만으로는 경기장 활용도를 높이면서 운영비를 벌기 힘들다. 즉 스포츠가 배제된 경기장 활용은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요즘 스포츠경기장 건설 트렌드는 SAD(Sports Anchored Development)다. 스포츠가 닻처럼 중심지에 자리를 잡고 그로 인해 그곳에 오는 사람들을 보고 상점 등이 들어서는 식이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주경기장은 거꾸로 됐다.

■세금으로 막아야하는 천문학적인 관리비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신축경기장 16곳, 기존경기장 10곳에 대한 관리비가 매년 400억 원이 들어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천시는 그 중 60~65%를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하고 남은 35~40%는 세금으로 메운다는 계산이다. 그래도 혈세로 메워야할 게 매년 150억 원 안팎이다. 물론 이 금액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경기장 운영비로 발생하는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천시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이 인천시의 과도하고 무분별한 전시행정으로 인해 쓸 데 없는 곳으로 흘러가면서 낭비될 게 뻔하다. 이는 인천시민 전체는 물론 경기장 근처 지역에 사는 지역민들에게도 득보다는 손해가 크다. 게다가 인천시는 적자투성이 도시다. 인천시가 이걸 메우려면 중앙 정부에 또 손을 벌리거나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정말 잘못했다.

■적자투성이 인천, 세금이 눈 먼 돈이냐

인천시의회 강병수 의원은 14개 경기장 건립비용으로 1조5000억 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 중 30%를 국비로 받아도 나머지 70%인 1조원은 인천시기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이자 등을 포함해 경기장 건립비용을 갚는 데는 매년 1000억 원씩 15년이 걸리게 된다. 인천시의 현재 부채는 13조원 규모다. 지역 경제도 인천시의 규모 등에 비하면 열악하다. 현재 채무도 많고 그 채무를 변제할 능력도 약하다는 의미다. 그런 지자체에서 굵직한 국제대회를 하려고 했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적으로 대회를 치렀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장을 크게 짓고 여러 지역에 경기장을 지으면서 나눠 먹기 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조만간 인천시민들은 세금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확 뜯어고쳐야하는 경기장 건설 관례

우리나라 경기장 건설관례는 엉망이다. 특히 경기장 건설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아파트 등 일반 건물을 짓는 업자들이 경기장을 짓는다. 그리고 경기장 부지 선정, 경기장 컨셉트 마련도 스포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공무원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스포츠 자체를 위한 경기장이 아니라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받는다. 그렇게 모든 게 정치적으로 결정된 뒤 경기장은 다른 건축물처럼 지어진다. 비전이 있을 리 만무다. 비전이 없으면 생존전략도 있을 수 없다. 즉 비전 없이 전략 없이 경기장이 지어지고 있으니 사후 활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경기장 건설 전문 업체, 전문 인력들이 부지선정 등 초기단계부터 참여해야 경기장의 현재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경기장 몇몇 곳을 지어본 사람이 경기장 1000곳을 둘어본 공무원과 교수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문적이다.

※해외 경기장 사진은 로세티닷컴에서 다운받았다. 로세티닷컴은 출처만 밝히면 사진을 써도 된다며 사진 게재를 허락했다. 참고로 로세티닷컴은 스포츠경기장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회사다. 저작권 문제로 미국 경기장 사진을 마음대로 게재할 수 없어 하는 수없이 경기장 건설 전문 업체 홈페이지 사진을 쓰게 됐다. 로세티를 홍보하려는 뜻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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