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력직 채용 20%가 학력·경력 위조 '충격'

정원석 기자 2014. 5. 2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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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굴지의 S그룹 계열사는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학력 사기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억대 연봉을 주기로 하고 마케팅 담당자로 채용한 외국인 직원의 학력과 경력이 허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적인 이 외국인의 이력서에는 미국 최고 MBA 스쿨(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M사 B사 등 세계 굴지의 컨설팅 회사를 다닌 것으로 적혀있었다. 하지만 입사한 후 보고서 작성 등 업무성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회사는 그의 학력과 경력을 조회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MBA졸업증명서는 허위 조작됐고, 컨설팅 회사에도 다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한 외국계 투자회사도 경력직 직원 하나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다른 외국계 기업에서 스카우트를 한 직원이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아 마찰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외부 기관에 의뢰해 해당 직원의 학력·경력을 조회해보고 깜짝 놀랐다. 입사 당시 제출한 이력서의 학력·경력이 모두 가짜였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미국 주립대 출신에 국내 명문대 경영대학원를 마쳤다고 이력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그 주립대와 학점 교류가 가능한 커뮤니티 칼리지의 어학과정을 2개월 다닌 게 유일한 학력인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조선비즈가 지난해 4대그룹을 포함한 국내 140개 기업의 경력직 채용과정을 조사한 결과 채용에 응모한 4100명 중 18.6%(760여명)가 학력과 경력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유형별로는 신용·파산 여부·법적 처벌 여부 등의 불일치가 42%로 가장 많았고, 경력 불일치가 37%, 학력 불일치가 21%, 자격증 불일치가 0.8% 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검증단계서 확인돼 채용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간부급 경력직 채용을 추진한 A사는 최종 인터뷰에 오른 후보자가 성폭행 혐위(특수강간)로 기소된 사실이 검증 단계에서 드러나 채용절차를 백지화시킨 적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용 정보 등을 속이려고 한 사례도 있었다. 외국계 금융사인 B사에서는 경력직 지원자가 이력 조회 과정에서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탈락시켰다. 이 회사에 지원한 또 다른 지원자는 금융권 채무 관계가 복잡한 것이 문제가 되자 '빚을 모두 갚았다'고 해명을 했다. 이에 이 회사에서는 신용정보를 조회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것을 확인해 최종 탈락시켰다.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채용한 직원의 학력 위조가 뒤늦게 밝혀진 사례도 있었다. 전기전자 분야에서 유명한 한 외국계 기업인 C사에서는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미국 유명 공대 출신 직원을 채용했다. 미국 본사에 이 대학 출신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추진된 채용이었지만, 입사 후 검증 과정에서 제출된 대학 졸업증명서가 허위로 판정됐고, 이 직원은 해고처리 됐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회사측이 학력검증을 실시하려고 하자 "검증을 들어가게 되면 미국 대학에서 현재 다니는 직장에 통보를 하기 때문에 곤란해질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며 검증을 피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직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인 평판조회 결과를 조작하려는 지원자도 있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인 D사는 경력직 공채 지원자에게 평판조회를 할 수 있는 전 직장 상사의 이름과 직책, 연락처 제출을 요구한다. 지난해 이 회사에 응시한 한 경력직 지원자는 전 직장 상사 이름을 적은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수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가 적발됐다. 회사측이 그가 제출한 사람들이 실제로 해당 직장에 다니는 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위 기재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최근 2년동안 6개월 단위로 직장을 4번이나 옮겼다는 사실을 속이기 위해 전 직장 관련 기재사항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의 '거짓말'이 통용되는 것은 평판 위주의 채용 문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직전 직장의 수준이나 채용 대상자의 업계 평판 등에만 의존하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신상 정보의 허위 유무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견, 중소기업으로 내려갈 수로 이런 유형의 학력·경력 위조가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서는 외부 대행 업체 등을 통해 과거 이력 검증을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외부 평판 등에만 의존해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채용업계 관계자들은 "작심하고 학력과 경력을 속이는 채용 지원자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차원에서 검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과 달리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중소기업은 경력 위조 등을 걸러낼 수단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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