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콕] '끝까지 간다' 이 영화는 美쳤다

조지영 2014. 5.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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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엄마, 정말 미안해…." - 고건수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범죄 액션 영화 '끝까지 간다'(김성훈 감독, AD406·다세포클럽 제작) 언론 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마크 웹 감독)과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역린'(이재규 감독) '표적'(창 감독) 등 올해 상반기 기대작의 틈바구니에서 빛을 못 본 '끝까지 간다'는 알고 보니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상상도 못 한 긴장감과 재미로 제대로 허를 찌른다.

지지리 복이 없어도 한참 없는 박복한 형사 고건수(이선균)는 하루 동안 어머니의 장례식, 아내의 이혼 통보, 감찰반 내사까지 연속해서 일이 터진다. 몰아치는 사건 사고 속 그는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로 관객과 첫인사를 나누는데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장남으로서 어머니의 장례식도 팽개치고 서랍 안 숨겨둔 뒷돈을 수습하려 부랴부랴 경찰서에 가는데 아뿔싸, 갑자기 뛰어든 사람을 차로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던가. 뺑소니 사고로 고건수 인생 최고의 위기가 찾아왔다.

범죄를 소탕하기에도 바쁜 경찰이 되려 범죄를 일으켰으니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건수는 시체를 유기할 방법을 찾고 온갖 도구를 사용해 위기를 넘긴다. 그 과정이 꽤나 험난해 건수가 측은하기까지 하다. 딸의 장난감, 풍선, 신발 끈, 구두 뒷굽 등 각종 도구를 사용해 시신을 처리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가 막히게 절묘하다. 역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다. 알리바이까지 완벽히 만든 건수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 등장한다. 바로 뺑소니 목격자 박창민(조진웅)이다. 창민은 단도직입적으로 건수에게 전화를 걸어 "사람 죽이고도 지낼만해요?"라며 쏘아붙인다. 비록 수화기 너머 들리는 협박이지만 그 분위기가 살벌한 공포를 몰고 온다.

창민은 절대 흥분하지 않는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또 느긋함까지 보이며 건수의 목을 조여온다. 눈 하나 깜짝 않고 건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창민. 오뉴월에 내리는 서리보다 더 독하고 서늘하다. 두 사람의 대립은 장소를 불문하고 강한 스파크를 튀기며 영화가 시작된 순간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극도의 긴장감을 전한다.

이선균,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에 가장 최적화된 배우다. 그동안 다른 배우들의 뒤를 받쳐주며 아쉬움만 남겨야 했던 이선균이었지만 이번 '끝까지 간다'에서는 제일 선봉에 나서 111분간 영화를 이끈다. 드디어 제 옷을 찾아 입은 것. 사건이 더해질수록 커지는 불안감을 리얼 그 자체로 표현한 이선균은 김성훈 감독의 말처럼 비열한 인물에 연민을 불어넣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내 아내의 모든 것'(12, 민규동 감독)의 이두현 못지 않게 지질하지만 절대 밉지 않다.

또 지금껏 본적 없는 악역을 연기한 조진웅은 매 장면 소름 끼치는 대사와 표정으로 온몸의 털을 바짝 서게 만든다.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무사 무휼"을 외치던 조진웅과 180도 다른 조진웅을 볼 수 있을 것. 특히 뛰어난 잠수 실력과 끈질긴 생존력을 바탕으로 한 아파트 액션신에서는 냉소적이고 음울한 유머를 던지면서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안긴다. 화장실에서 여유롭게 볼일을 보며 "놀랐지? 나도 놀랬다. 내가 너 때문에 잠수 기록을 경신했다"라고 말하는 창민은 얼굴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소름 끼치게 무섭다.

초호화 캐스팅도, 거대한 제작비도 없지만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발상과 예측불허의 전개로 진짜 제대로 된 블랙 코미디 영화를 만든 김성훈 감독. 흩어진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퍼즐 같은 재미가 상당하다. 단 한 번의 몰입도 깨지 않고 미친 듯이 질주하는 '끝까지 간다'는 올 상반기 숨겨진 수작이었다.

좌석에 등을 붙이고 보는 건 사치다. 속된 말로 똥줄이 타들어 가는 기분으로 건수와 창민의 팽팽한 신경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보는 이도 욱신거리게 만드는 생활형 액션은 영화 속 최고의 미학이다. 이선균, 조진웅, 그리고 '끝까지 간다'는 모두 아름답게 미쳤다. 복병으로 떠오른 '끝까지 간다'가 오뉴월 스크린에 어떤 열풍을 몰고 올지 기대가 된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공식 초청된 '끝까지 간다'는 한순간의 실수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이선균, 조진웅, 정만식, 신정근 등이 가세했고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9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사진=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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