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때문에" 목숨 끊은 밀양 주민, 경찰은 "가정 불화, 경제 문제"로 왜곡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밀양의 고 유한숙씨가 사망 전 "송전탑 때문에" 음독을 시도했다고 말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해당 녹취록을 갖고서도 유씨의 음독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의 사망이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8일 오전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독 뒤 병원으로 옮겨진 유씨와 경찰 간의 녹취록을 전문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을 보면 밀양경찰서 형사가 음독 이유를 묻자 유씨는 "송전탑 때문에", "송전탑 때문에 내가 돼지도 못 먹이고, 하나 옮기면 되는데"라는 등 4차례나 송전탑을 언급해 진술했다. 그러나 형사는 유씨의 진술 이후에도 계속해서 "오늘 뭐 (사모님하고) 싸우신 일"이 있느냐, "특별히 마음이 움직였다든가 다른 원인이 있나"라며 재차 이유를 물었다.
현장에 동석했던 유씨의 유족은 당시 진술이 녹음될 때 담당형사가 고인이 "송전탑 때문"이라고 진술하자 황급하게 질문을 돌리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밀양경찰서는 유씨의 죽음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족의 최초 진술만을 따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유씨와 그 부인이 송전탑 반대 집회 때문에 갈등이 있었고, 돼지값 하락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밝혀 송전탑 외 다른 이유를 댔다.
유씨의 시신은 경찰의 사인왜곡 때문에 사망으로부터 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례도 치러지지 못한 채로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장하나 의원실은 밀양서와 경남지방경찰청이 송전탑으로 인한 자살·부상 사건에 대해 원인을 왜곡·호도한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2012년 1월 분신하신 고 이치우씨에 대해서는 애초에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발표했다가 후에 밀양서장이 직접 "분신자살"로 정정 기자회견을 했다. 2013년 12월 음독한 권모씨에 대해서도 고인 주변에 약봉지가 있었음에도 가족들에게 "약봉지를 발견치 못했다"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응급환자를 장시간 방치했다.
장하나 의원은 "고인이 죽음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하신 말씀까지 왜곡하고 은폐하려고 하는 경찰행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깊은 비애감을 느낀다"라면서 "유족이 장례도 못 치르게 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정을 저해한 책임은 경남경찰청과 밀양서에 있다. 경남청과 밀양서는 담당 수사관 징계를 통해 왜곡된 수사결과를 바로잡고, 유족들에게 즉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음독현장에 있었던 고인의 아들과 부인의 진술, 음독 직후 고인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음독 원인이 복합적인 요인으로 확인됐었다"며 "고인의 아들이 지난 3월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밀양서는 망인의 사인이 음주와 가정불화, 돼지값 하락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왜곡해 발표했다'는 내용으로 진정을 냈으나, 권익위는 4월 21일 '밀양서가 사고 원인을 복합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발표한 행위가 위법·부당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곤란하다'고 결정한 바도 있다"고 밝혔다.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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