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경, 특공대 급파 지시했지만..타고 갈 헬기가 없었다

2014. 5. 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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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 대통령, 청장 통해 급파 지시했는데 해경 '졸속 대응'

1대는 수리, 1대는 중국 어선 단속, 1대는 탑승 전 이륙

특공대원 1명도 구조에 투입 못한 채 침몰 상황 지켜봐

세월호 침몰사고 때 서해지방해양경찰청(서해청)이 선내 인명구조를 전담할 해경 특공대를 헬기에 태워 현장에 급파하도록 지시했으나 그 특공대는 헬기에 오르지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일 아침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특공대도 투입해 선실 구석구석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지만 해경의 졸속 대응으로 단 한명의 특공대도 구조에 투입되지 못한 것이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해청의 '상황보고서'를 보면, 해경은 16일 오전 8시58분 사고 신고를 접수한 직후 목포항공대에 "항공구조사 및 특공대 요원 편승 이륙 구조지원"을 하라고 지시했다. 또 "특공대장은 특공대 요원 및 비상소집 목포 헬기 편승조치"하라고 했다. 서해청 특공대에 즉각 목포항공대 헬기를 타고 출동하라고 조처한 것이다.

하지만 최고속도가 시속 296㎞인 목포항공대 헬기(B511)는 특공대를 탑승시키지 않은 채 항공구조사 2명만 태우고 사고 해역에 9시30분께 도착해 배 밖으로 나온 승객들 일부를 구조했다. 비슷한 시각에 승조원 14명을 태운 해경 경비정 123정이 도착했으나, 일반 대원들이 탑승한 이 함정 역시 배 밖으로 나온 승무원과 승객들을 건져 올리는 구조 활동에 그쳤다. 항공구조사들과 123정 승조원들은 선체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채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서해청 보유 헬기 중 1대는 수리중1대는 중국 어선 단속 함정에 실려가나머지 1대는 특공대 타기 전 이륙사고당시 1명도 구조 투입 못해

애초 헬기로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서해청 특공대원들은 9시30분께 전남 목포 삼학도의 해경 전용부두에 모였으나 이들이 타고 갈 헬기는 없었다. 서해청 보유 헬기 중 한대(카모프 헬기)는 수리중이었고, 나머지 두대 중 한대(B512)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느라 가거도 해상에 출동한 해경 3009함에 탑재돼 있었다. 목포항공대 기지에 있던 B511은 특공대 출동 전에 이미 이륙해버렸다. 결국 특공대원 7명은 긴급 수배한 전남지방경찰청 헬기를 얻어타느라 10시25분에야 뒤늦게 출발했다. 최아무개 특공대장 등 2명은 승합차로 움직였다. 이때는 이미 세월호 선체가 좌현으로 100도 이상 기울어버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시21분에 구조선이 건진 사람이 '마지막 생존자'였다.

서해청에 있던 해경 특공대 외에도 16명(목포 9명, 완도 7명)의 특공대가 있었지만 이들도 곧바로 사고 해역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신속하게 이동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해청은 "가용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헬기 수배에 나섰다. 서해청 군산항공대 헬기 1대가 오전 10시30분, 인근 전남경찰청 헬기가 10시25분에 도착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 특공대를 서해청 헬기장으로 이동시켰다"고 했다.

뒤늦게 헬기를 '빌려 타고' 출발한 특공대는 20분 만인 10시45분 사고 해역에서 가까운 서거차도 방파제에 도착한다. 특공대는 다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해온 민간어선을 잡아타고 11시15분에야 사고 해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고 초기 선체에 능동적으로 진입해 구조하는 훈련을 받아온 해경 특공대는 물 밖에 조금 남아 있는 세월호 뱃머리 일부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재난 상황 때 인원과 장비 집결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가장 빠른 이동 수단인 헬기만 먼저 떠나고, 승객들을 구조할 특공대원들은 민간어선을 얻어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현장에 '지각'한 특공대는 조류가 워낙 강한 탓에 이렇다 할 구조·수색 활동은 펴지도 못한 채 침몰 위치를 알리는 부표만을 세월호 선수에 매달았다. 목포해경 전용부두에 모인 122구조대 10명도 전용버스를 타고 진도 팽목항까지 이동한 뒤, 어선과 경비정을 번갈아 타며 11시25분께에야 겨우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목포와 완도 해양경찰서의 다른 특공대원들은 사고 당일 오후 3시10분께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타고 사고 해역에 집결했다.

특공대원들을 태우지 않고 서둘러 출발했던 헬기(B511)는 사고 해역에 오전 9시30분께 도착했다. 가거도 해상에 있던 헬기(B512)와 제주공항에 있던 제주청 헬기(B513)도 속속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B511 헬기에는 조종사 2명과 정비사 2명을 제외하면 구조사는 단 2명뿐이었다. 해상에서 곧바로 출동한 B512 헬기에는 응급구조사가 1명뿐이었고, 전문 구조요원은 아예 없었다. 이들 헬기는 31명의 승객을 구조하는 데 그쳤다.

다른 헬기들의 출동 시각도 빠르지 않았다. 이미 세월호가 심하게 기운 뒤에야 헬기 이륙 지시가 내려진 경우도 있었다. 해군 3함대 링스 헬기와 전남소방청 헬기는 9시40분, 광주소방청 헬기는 9시42분,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헬기는 9시50분에야 이륙했다. 제주경찰청 헬기도 세월호의 좌현이 완전히 침수된 9시53분에야 시동을 걸었다. 아리랑호, 전남 207호를 비롯한 관공선들과 민간어선들이 승객 100여명을 구한 뒤였다.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9대의 헬기는 오후 5시께 팽목항 주차장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박기용 박승헌 기자, 목포/안관옥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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