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3분 신고받은 해군..12시 지나 현장에 도착
[한겨레] 출동명령도 출동도 늑장
잠수장비 제대로 안챙겨
"정확한 상황보고 못받아"
해군의 세월호 침몰 현장 '늑장 출동'과 '부실 출동'이 3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그동안 당국의 초동대처가 늦어져 희생자를 키웠다는 점에서 해군의 초동대응도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을 쏟아냈다.
집중적으로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세월호에 갇혀 있는 인명 구조에 핵심적인 해난구조대(SSU)와 해군 특수전전단(UDT) 요원의 출동에 걸린 시간이다. 국방부가 이날 국회에 보고한 내용과 군 당국자의 말을 종합하면, 목포 3함대가 전남도청 119상황실로부터 구조 지원 요청을 받은 것은 16일 오전 9시3분이다. 그러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는 오전 9시34분 해난구조대와 특수전전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무려 31분이 걸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목포 3함대는 이날 9시3분 구조요청을 받고 12분 뒤인 9시15분 합동참모본부(합참)에 상황을 보고했으며, 같은 시간 해작사에도 통보했다. 군은 합참과 각군 지휘부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작사는 19분이 지난 뒤인 오전 9시34분이 돼서야 직할부대인 해난구조대와 해군 특수전전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해군 관계자는 "전남도청과 해경의 지원 요청을 받을 당시 세월호 침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못 받았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는 잠수요원이 필요한 상황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고, 추가 보고를 받으면서 잠수요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는 상황에서 해군 지휘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과거 대형 해난 사고의 경우 인명 구조 작업에 잠수요원이 큰 역할을 했던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난구조대와 해군 특수전전단 요원의 출동 시간도 너무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해에 주둔한 해난구조대가 출동 명령을 받은 시각은 이날 오전 9시34분이고, 이들 해난구조대의 1진이 헬기(UH-60)에 오른 시간은 오전 10시50분이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낮 12시4분이었다. 출동 명령에서 실제 출동까지 1시간16분이 걸린 것이다. 2012년 7월 발효된 해작사의 '재난구조 전력운용 예규'는 "해난구조대 대기조는 출동 명령을 수명(받은) 후 1시간 이내 출동할 수 있는 대기 태세를 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 쪽은 "해난구조대를 현장으로 태우고 갈 헬기가 포항에서 오는 데 시간이 걸려 늦어진 것 같다"며 "출동 준비는 1시간 이내에 마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분일초를 다투는 위급 사항에 대비하기 위해 운용하는 대기조의 취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해명이다.
해난구조대의 출동 장비도 규정에 어긋났다. 해작사의 '재난구조 전력운용 예규'는 긴급출동 및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하여 상시 유지해야 할 장비로 △긴급출동용 차량 △잠수 장구 △통신기 △육도·해도 등을 예시했다. 그러나 당시 해난구조대와 특수전전단 요원들은 잠수 장비도 갖추지 않고 출동했다. 대신 슈트와 핀, 마스크 등 간단한 장비만 휴대했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의 UH-60 헬기는 규모가 작아 장비를 실을 수 없다. 그래서 공군에서 이날 오후 2시1분 HH-47 치누크 수송 헬기를 지원받아 공기통을 포함한 잠수 장비와 특수작전용 고무보트(CRRC) 등 구조 장비를 공수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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