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소리 들렸다고, 학생들 "살았다" 안도했건만..
[한겨레] 선체절반 기운 9시27분 첫 도착
현장에 3대…주변에 11대 대기
선체진입 훈련받은 '특공대'
헬기 없어 침몰뒤에야 현장에…
"헬리콥터가 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박예슬양이 지난 16일 오전 9시38분 세월호 안에서 촬영했던 휴대전화 동영상. 헬기 프로펠러 소리를 들은 누군가의 반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도한 학생들은 '아! 살았다'라며 서로를 다독인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조대는 해경의 B-511 팬서헬기였다. 목포해경은 이날 오전 8시58분 전남소방본부로부터 연락을 받고 3분 뒤 헬기 이륙을 지시했다. B-511 헬기는 오전 9시10분 목포항공대를 이륙해 직선거리로 74㎞(40마일)를 빠르게 날아갔다. 17분 뒤인 오전 9시27분 선체가 절반 정도 기울어진 세월호 사고 해역 상공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으로부터 39분, 신고 이후 29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선체가 뒤집혀 침몰한 시각인 10시31분까지 64분의 여유가 있었다.
이어 제주해경의 B-513이 9시32분, 목포해경의 B-512호가 9시45분에 현장으로 날아왔다. 헬기 3대는 초기에 선체 안팎에서 승객 35명을 구조하고, 구명뗏목 1개를 투하했다. 헬기로 투입된 해경 항공구조사 3명도 선미 쪽에서 20여분 동안 인명구조에 나섰으나 선체로 진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9시40분께 해경 경비정과 어선들이 잇따라 도착하면서 헬기의 활용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과 전남 어업지도선 201호에서 촬영한 동영상에도 헬기 2대가 세월호 상공을 선회할 뿐 구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시각 전남도 소방헬기를 비롯해 전북·경남·경기 등지에서 날아온 헬기 11대는 진도 팽목항과 관매도에서 대기중이었다. 해경은 충돌 사고 등을 우려해 이들 헬기를 구조 활동에 투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헬기가 장점인 기동력을 발휘해 구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자, 헬기의 구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명 사고 때는 단순 구조와 환자 이송을 넘어서 대피 안내 방송, 비상상황 전파, 특수인력 투입, 구조장비 지원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체 진입 훈련을 받은 해경 특공대는 마땅한 운송 수단이 없어 침몰 이전에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전용 헬기도 없고 헬기 지원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해경 특공대 7명은 이날 오전 11시40분,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특수구조단 11명은 이날 오후 1시40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박성현 목포해양대 교수는 "구조 인력이 증원될 때 지휘체계와 역할분담 등의 방안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특수구조대를 필요할 때 투입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기다렸던 아이들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내 구명조끼 입어" 단원고 학생들의 마지막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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