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 영어] Talent will show itself (낭중지추, 정부여 능력을 보여 주세요)
러시아 속담에는 'You can't hide an awl in the bag'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awl 오올)은 숨길 수가 없다는 뜻인데, 그 속뜻을 알고 보니 중국 고사의 낭중지추(囊中之錐)와 똑같은 말이다. 고대 전국시대에 국가적 위기에 처한 조나라의 평원군이 남쪽의 초나라와 협상차 나서면서 문무를 갖춘 20명의 인재를 뽑을 때 마지막 한 사람이 부족했는데, 모수라는 신하가 나서서 자천을 하였다. 어진 선비의 처신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감춰도 드러나기 마련인데, 자네는 어찌 3년 간 내 곁에 있으면서 드러나지 않았단 말인가 역질문을 하자 신하 모수는 그 주머니에 넣어만 주시면 송곳뿐만 아니라 그 자루까지 보여주겠다고 대답했다. 모수는 그의 아첨과 적극성으로 자리 하나 얻었다.
낭중지추라는 말은 영어로 옮기면 'Talent will show itself' 'Like an awl in a bag' 'Real talent will be discovered' 'Talent will reveal itself despite temporary obscurity'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인재는 위기에 빛을 발하고, 그 능력을 숨기려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최근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재난 상황이 되었는데 한국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이 3류국 수준이라는 얘기가 연거푸 외신에 나오고, 아무리 찾아도 통솔자는 보이지 않고 눈치쟁이 복지부동의 관료만 우왕좌왕하였다. 소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국가가 아니라 즉흥적이고 윗사람 눈치만 보며 몸조심만 하는 관료 천지였다. 그 근본 이유를 보면 저토록 문제투성이의 관료를 고집스럽게 임명하고, 여론이 악화하면 그때서야 해고하는 인사 스타일 때문인데 이제 와서 누굴 원망하겠는가.
물론 낭중지추같은 어구는 서양권 사람이 쉽게 이해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 여객선 사고로 외신에서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말은 'Captain was not at the helm'이다. '선장이 조타를 맡고 있지 않았다'는 것인데, 직역의 뜻으로 선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의미도 되지만 이 사건을 처리하는 한국 정부가 마치 조타수 자리를 비운 것처럼 무능과 무책임했다는 지적이 많다. 도망간 선장과 선원의 행위와 무능ㆍ무책임한 정부가 어디가 다른지 혼란스럽다. 배 안에 남아 있으라는 말을 믿고 기다리던 착한 학생들만 희생되고 국민은 전쟁이라도 겪은 것처럼 상처를 입었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Koreans are not responsible)는 3류 국가 얘기를 국격 운운의 보수 정권에서 듣게 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창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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