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흑인선수 19세기에도 있었다
1887년 인종차별 규정으로 사라졌다 60년 지난 1947년 재키 로빈슨 등장
[동아일보]
퀴즈: 다음 문장을 보고 ○, ×를 표시하시오.
'재키 로빈슨(1919∼1972·사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메이저리그 구단을 위해 뛴 역사상 최초의 선수다.'
정답은 ×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서 따온 문장이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위키피디아 영문판에는 같은 설명 뒤에 'in the modern era(현대에)'라는 표현이 붙어있다. 로빈슨은 첫 번째 흑인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메이저리그 인종차별에 종지부를 찍은 인물이다.
야구사학자들은 로빈슨 이전에 흑인 선수 15∼20명 정도가 메이저리그에서 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다 1887년 당시 양대 리그였던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어소시에이션에서 '앞으로 흑인 선수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채택하면서 흑인 메이저리거가 사라졌다. 첫 번째 흑인 (노예) 선수였던 빌 화이트(1860∼?)가 1879년 데뷔해 8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 뒤로 1947년 로빈슨이 브루클린(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60년 동안 흑인 메이저리거는 없었다.
잘못 알려진 사실이 또 있다. 로빈슨의 데뷔를 다룬 영화 '42'에는 1947년 다저스 주장 피 위 리즈(1918∼1999)가 생애 첫 방문경기에 나선 로빈슨과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종차별적인 야유를 퍼붓던 관중을 침묵시키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브루클린에는 이 모습을 본뜬 동상도 서 있다.
그러나 당시 신시내티 지역 신문 기사에는 '로빈슨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돼 있다. 두 선수가 경기 중 어깨동무를 했다는 첫 기록은 1952년 등장하는데, 이 기록에는 1948년 보스턴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나온다. 실제로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지만 어깨동무 이야기는 '허구'일 확률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리즈가 로빈슨을 대했던 정신 자세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게 피부색이어서는 안 된다." 리즈처럼 생각하는 이가 없었다면 박찬호(41)도 류현진(27)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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