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들 한국법인 순이익 100% 본국 송금..지나친 빼먹기 '눈살'

손희동 기자 2014. 4. 1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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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BM의 국내 법인인 한국IBM은 지난해 1328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는 한국 IBM의 지난해 순이익 1154억원보다 174억원이나 초과하는 금액이다.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 즉 배당성향이 무려 115%에 이른다.

조명기기와 중소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전자회사 필립스전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순이익 139억원을 전액 네덜란드 본사 '코닌클리예크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에 송금, 배당성향 100%를 기록했다.

두 회사 뿐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외국계 기업 상당수가 배당 명목으로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을 본국에 보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말로는 "한국에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고액의 '배당금 빼먹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15일 외국계 현지법인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이 100%에 이르는 높은 배당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BM처럼 높게는 115%에 달했다. 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111%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세금을 모두 내고 남긴 당기순이익 1407억원에 150억원을 더해 1570억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와 미국계 직접판매 회사 한국암웨이는 지난 3년 연속 배당성향 100%를 유지, 당기순익을 통째로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한국바스프와 한국지멘스도 각각 90.91%와 93.7%에 이르는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한국바스프는 당기순익 1358억원을 벌어들인 가운데 123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한국지멘스는 지난해 당기순익 544억원을 올리고 이중 배당금으로 510억원을 지급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배당성향이 100%인 기업은 그해 올린 당기순이익을 전부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가 넘어가면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액수가 배당금으로 나간 것이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기업의 배당성향은 한국 기업은 물론, 해외 현지 기업들의 배당성향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지난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22.86%에 그쳤다.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이 지난 3월 발간한 자료를 봐도, 미국 대형주 중심 S&P500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도 31.6%에 그쳐 한국 기업보다는 높았지만 50%가 채 되지 않았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보다 평균 배당성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100%를 넘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이는 지금까지 쌓인 순이익을 배당이익으로 끌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높은 배당성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배당금 송금은 해외 본사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국내법인이 따로 결정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본사에 송금된 배당금이 다시 절차를 밟아 재투자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사의 이득만 챙긴다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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