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환상 방황' 펴낸 정유정.. 그곳에 간 까닭은 ?

유민환기자 2014. 4.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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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세계서 방전된 '나' 되찾고 싶었다"

베스트셀러 '7년의 밤' '28'의 정유정(48·사진) 작가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자타 공인 골방 체질에, 타고난 길치인 그가 선택한 여행지는 '신들의 땅'이라 일컫는 네팔의 히말라야. 그곳에서도 안나푸르나 영봉을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17일간 걷고, 또 걷는 이른바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annapurna circuit)다. 중간지점에는 '쏘롱라패스'(Thorung La Pass·해발 5416m)를 넘어야 하는 관문도 있다.

첫 해외여행치곤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 한 이 도전은 정 작가가 독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장편 '내 심장을 쏴라'에서 시작됐다. 정 작가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나푸르나는 정신병원에 갇혀 살던 소설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곳이자, 제 개인적으로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 '싸움꾼'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내리 8년간 골방에 갇혀서 4편의 장편소설을 뽑아내니 제 힘의 원천인 '쓰고 싶다'는 욕망이 사라진 것을 느꼈어요. 나 자신이 완전히 방전된 것을 느꼈고,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사실 소설은 독자 분들이 더 잘 알거든요. '정유정 힘 떨어졌네'라는 말을 들어까봐 죽을 만큼 두려웠어요."

실제 원고지 2500장의 장편을 거뜬히 쓰던 정 작가는 '28' 출간 이후 30장짜리 문예지 청탁 원고도 펑크 내고 말았다. 그래서 '생존을 위해' 자신 안의 이야기꾼이자 치열한 싸움꾼을 되살리려 도전에 나섰다. 두툼한 배낭과 함께 환상 종주의 최고도 '쏘롱라패스'에 묻을 타임캡슐도 손에 꼭 쥐었다. 타임캡슐 안에는 '내 심장을 쏴라'의 또 다른 주인공 수명이 낯선 세상과 맞대면하던 장면의 한 구절을 잘라 넣었다. 딱 6글자, '전사를 찾아서.'

과연 정 작가는 여행 후 전사를 찾았을까. 그가 이번 여행의 기록을 담은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 방황'(은행나무)을 보면 답이 언뜻 보인다.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유쾌 발랄한 단문, 천연덕스러우면서 섬세한 묘사는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그의 초기작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와 '내 심장을 쏴라'에서 보여준 그대로다. 정 작가는 "'28'이 다소 무거운 느낌이었다면, 이 에세이는 독자들이 가볍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함께 여행했던 후배 김혜나 작가도 여름쯤 관련 여행기를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에 같은 길에서 느낀 두 작가의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해 읽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작가는 여행기를 마감한 후 다시 유럽으로 떠났다.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땅끝마을 피니스테레로 이어지는 900㎞의 순례길을 40일간 걸었다. "안나푸르나 환상 종주가 김 작가와 가이드 검부, 포터 버럼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면 유럽 순례길 여행은 온전히 홀로 떠난 여행이었어요. 시간과 공간 속에서 혼자 남아 다음 작품의 초고를 구상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해서는 핑 눈물이 났어요. 새로운 여행을 통해 다시 도전해 보자는 마음도 확실히 되살아났습니다."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그의 후속작은 오는 2016년에 나올 예정이다. 정 작가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스릴러물을 쓰는 중"이라며 "내 안에 있는 악의 기운을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비록 그의 소설은 한참 기다려야 하지만, 빈자리가 크지만은 않을 듯 보인다. 정 작가의 장편 4편 모두 판권이 팔려, 차례로 영화화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이미 올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여진구, 이민기, 유오성 등 굵직한 배우들의 캐스팅이 확정됐고, '7년의 밤' 또한 충무로 대세 류승룡이 주연으로 물망에 올라 있다는 소문이다. 정 작가는 "아무래도 제 작품이 서사 구조가 또렷하게 보이는 편이라 각본으로 전환하기 좋기 때문에 영화화가 잘되는 듯싶다"고 겸손해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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