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중이 사는 세상, 그 안에선 모든 게 '감격'이다

강민정 2014. 4. 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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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바닥, 공장, 촬영 중단 등 척박한 환경도 "연기에 도움"
내년엔 가야 할 군대, "성숙해질 시간이라 믿는다"
치열했던 20대, "되돌아봐도 미련없어..현재에 충실한다"
흘러가는 세월 아깝지 않아.."연기에 미치는 경지 오르고파"

최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에서 신정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현중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같은 말을 다른 사람이 해도 '솔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을까. 진심이라 함은 '반짝반짝' 혹은 '초롱초롱'한 눈빛에서나 느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배우 김현중은 피로를 숨길 수 없는 몽롱한 눈빛에서도 진실된 이야기를 건넬 줄 알았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가수로서 배우로서 연예인으로서 대중 앞에 선 '베테랑 연예인'으로서 그만큼 내공이 쌓인 덕일 거다.

KBS2 수목 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을 마친 김현중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감격시대'는 성과만큼 말도 탈도 많은 작품이었다. 보통 논란거리 등이 있던 작품의 경우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연 배우의 입에서 재생산되는 일을 꺼려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김현중은 뒤로 발을 빼지 않았다. 어떤 상황을 회상하게 하건, 진중했다. '초긍정남'이라고 보일 법했다. 김현중이 사는 세상은 '긍정'이라 쓰고 '감격'이라 읽는 시대 같았다.

"현실과 드라마, 같은 세상이더라."(사진=한대욱기자)

◇흙바닥도, 촬영 중단도, "나의 일부였다"

김현중은 하루에 2시간 정도를 잤다. 거의 매일 이어지는 촬영이었다. 한때 무대 위를 펄펄 날던 아이돌 가수였지만 스물 아홉이 된 김현중에게도 체력적인 한계가 왔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야외 세트엔 늘 흙먼지가 일었다. 종일 액션 신이 이어졌고 운 좋으면 흙바닥, 그렇지 않으면 온통 더럽혀진 공장 바닥을 굴렀다. "아, 여길 진짜 어떻게 구르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가만히 있어도 힘든 상황, 감수해야 할 무게는 배가 됐다. 제작사와 방송사, 보조출연자, 스태프 등 이해관계가 얽힌 '출연료 미지급' 논란이 연이어 터졌다. 드라마 속에서나 촬영 현장에서나 분위기를 끌어가야 하는 주연배우 입장에선 참 힘든 상황이었다.

"드라마가 지연되는 상황은 사실 연기에 도움이 됐다. 척박한 환경에 회의도 들었다. 우리 모두 피해자인데 왜 우리끼리 싸워야 하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이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내용이다. 현실이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촬영 중단이 됐을 때도 난 현장이 참 좋았다. 마초 같은 느낌이지 않나. 다같이 흙바닥에 누워 피흘리고 싸우고. 평소 하지 못하는 것들이 아니었나.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드라마에 몰입했고, 점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군대, 연예인 삶 버리고 규율 배울 수 있는 곳."(사진=한대욱기자)

◇내년엔 가야할 군대, "성숙하는 기회다"

김현중이 '감격시대'에 갖는 애착은 상당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김현중의 연기는 4년 여 만에 드라마 복귀임에도 공백이 무색한 실력이었다. 이제 배우로서의 김현중도 자주 볼 수 있는 건가 싶지만 그의 앞엔 군대라는 의무가 남아있다. 한창일 때 군대를 가야 한다는, 이제 인정 받기 시작했는데 대중의 곁을 떠나있어야 한다는 상황이 속상하진 않을까.

"군대는 국가의 의무고 가야하는 것이다. 공백에 대해선 생각을 안해봤다. 연예인들이 불안정한 건 맞다. 생각도 그렇고 환경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군대는 참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군대에선 하루에 세번 밥을 먹고, 잘 때 잔다. 그 동안 내가 못해 본 사회 규율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다. 게다가 사회에선 회사에서 나의 일을 대신 해주지 않나. 그곳에선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서열, 규칙, 그런 걸 다 배우고 나올 것 같다. 연기 생활을 하는데도 그 2년이란 시간이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제대를 하면 그 시간이 또 오지 않기 때문에, 난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배울 거다."

"모든 순간 순간에서 소중한 깨달음을 얻는다."(사진=한대욱기자)

◇그 어떤 순간도, "깨달음의 가치가 있다"

군대에 대한 소신이 뚜렷했던 김현중. 그에겐 사실 모든 순간이 긍정적이다. 어떤 어려움과 역경 속에서도 '그럼에도'라는 사고로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보였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스쿠버다이빙을 취미로 한다는 김현중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속에서도 뭔가를 발견해내는 탁월함을 엿봤다.

"작년에 하루에 자전거를 80km 씩 탔다. 미지의 세계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3,4배속 보고있다는 게 재미있더라. 자전거를 탐으로써 세상을 4배 빨리 볼수 있구나, 더 많은 사람들을 스쳐갈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에 들어가면 평소 느끼지 못했던 다른 세계를 또 보게 된다. 여기서도 미생물이 살고, 서로가 서로를 잡아 먹고. 그런 걸 보면 어딜 가나 자기들의 리그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드라마도 똑같은 것 같다. 스태프, 보조출연, 200명 내외인데. 여기서도 '또 다른 지구'가 형성되는 거다. 정치적인 문제도 있고 싸움도 일어나고 사랑도 이뤄지고, 어떤 작은 집단이더라도 인간의 본능은 비슷하게 얽힌다는 걸 알게 된다."

"치열했던 나의 20대,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사진=한대욱기자)

◇치열했던 20대, "선택받은 삶이다"

지금에서야 자전거도 타며 취미생활을 즐기는 위치가 됐지만 사실 그의 20대를 돌아보면 치열한 삶이었다. 아이돌가수로 지금과는 또 다른 가요계 환경에 적응했고 이겨냈다. 지금처럼 '연애돌'도 많아지는 가요계 분위기와 달리 김현중이 한창 활동하던 시기는 다소 엄격하고 빡빡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과거의 기억 조차 김현중은 아쉽지 않다고 했다. 지금의 아이돌 가수가 부럽지도 않았다.

"내 20대는 치열했다. 쉴틈없이 일을 했고 제대로 된 연애도 못했다. 개인적인 생활에도 침해를 받았다. 그럼에도 난 선택받은 삶을 살았다는 데 행복하다. 요즘 가수나 배우를 하겠다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수백만명이 모이질 않나. 그 가운데 1등을 하고, 또 데뷔를 하고, 또 성공을 하고. 그렇게 따지면 나는 10% 안에 드는 선택 받은 삶을 사는 거다. 감수해야 할 일이다. 예전에는 앞으로의 미래를 그리며 이렇게 돼야지, 욕심도 많았는데 지켜지는 게 거의 없다는 걸 알았다. 지금 난 주어진 일이 있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30대 이후의 삶, 기대된다."(사진=한대욱기자)

◇흘러가는 시간, "기대되는 순간이다"

과거에 미련이 없다는 김현중. 미래에 설레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김현중.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으로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마저도 김현중은 기대가 되는 시간들이라고 했다. 가는 세월 잡지 않고, 오는 세월 열심히 살겠다는 '불세출의 파이터' 다운 모토였다.

"서른 이후의 삶이 기대된다. 스무살 보단 스물 아홉의 감정이 더 깊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커지고 느껴지는 게 많고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다. 체력적으론 힘들겠지만 감성적으론 뛰어날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몰입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론 그 사람 자체가 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굳이 몰입하지 않아도 내 생활을 다 포기할 만큼 미쳐서 연기하는 경지 말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양동근 선배처럼, 살을 빼려는게 아니라 그냥 배가 안고파지는 상황에 놓여보고 싶다. 지금은 가수도 해야하고 할게 많아서 몸을 사려야하는데, 언젠간 불 태울거다."

강민정 (eld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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