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시대' 김현중 "연기할 때 메신저 하지 않는 이유" [인터뷰]
김현중 |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흰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말하던 소년이 드디어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오랜 시간동안 김현중을 따라다니던 '꽃남'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온데간데 없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투신이 되어야 했던 남자 신정태만 존재했다.
김현중은 지난 3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감격시대:투신의 탄생'(극본 박계옥, 연출 김정규)에서 히카리 특급 열차와 견줄만한 스피드와 날렵함을 주특기로 가진 치열한 파이터 신정태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신정태는 여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밀수꾼이 됐다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신의주와 단동, 상하이를 거치며 여러 인물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점차 투신으로 성장해 가는 불세출의 사나이. 김현중은 이런 신정태를 완벽한 액션 연기와 강렬한 눈빛으로 표현해내 호평 받았다.
사실 '감격시대'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다. 150억 대작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출연료 미지급 사태에 시달려야 했고 주연급 배우의 하차, 작가 교체, 겹치기 논란 등 과연 제대로 종영은 할 수 있을까 싶은 우려까지 생기게 만들었다. 하지만 주연 배우인 김현중은 어떤 잡음에도 흔들림없이 촬영에 임했고 끝까지 신정태가 되어 브라운관 안을 뛰어다녔다. '김현중의 재발견'이야말로 '감격시대'가 시청자들에게 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꽃보다 남자'로 연기를 시작할 때는 나이도 어렸고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급하게 캐스팅이 되다 보니 '뭐지?'하다가 된 것 같다. 그래도 그 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로서의 기본 준비가 덜 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또 임하는 자세 또한 많이 달랐다. 연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더 엄청 열심히 해야 한다."
"눈물 한 방울 안 남을 정도로 다 짜냈다. 혼신을 다 해서 거의 방전 수준이다"라고 신정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한 김현중은 "처음에는 잘하려고 시작을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잘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심정을 이해해야겠더라. 잘하려는 연기보다는 신정태라는 사람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연기 호흡, 딕션, 표정, 눈물 흘리는 것을 계산하기에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그냥 신정태만 생각했다"라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을 설명했다.
그리고 김현중은 "나는 역할에 빙의가 됐다는 말을 믿지 않았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내가 그렇게 되더라. 100% 빙의는 아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내가 신정태가 됐다. 억지로 울려 하지 않아도 눈물이 나고 화내지 않아도 화가 나고. 그런 부분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정태의 삶이 우울해서 나 또한 많이 우울해졌다. 그러다 종영날인 3일 나에게 전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전에 '4월 3일 콘서트'를 검색해봤다. 넬 콘서트가 나오더라. 그리고 딱 한 자리가 있길래 예매를 했고 혼자 콘서트를 다녀왔다. 가서 콘서트를 보는데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니 빛이 나 보이더라. '내가 저기로 돌아가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을까. 흥이 없어졌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무대에 서야겠다는 작은 심지를 가지게 만들어줬다."
사실 '감격시대' 초반 김현중은 대사량이 많지 않았다. 남자 주인공인데 대사를 하지 않고 액션 연기만 한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김현중은 "나 또한 대사를 왜 안 할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감독님이 정태는 말이 많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초반에는 내면 쌓기의 과정이었다. 말을 누르고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그러다 보니 대사가 많았던 국밥신 같은 경우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허튼소리를 하지 않고 해야 할 말만 하는 것이 오히려 임팩트가 더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김현중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물이 아닌 터프한 남자의 이미지가 가득한 '감격시대'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다. '로코'는 콩닥거리는 느낌만 보이는데 '감격시대'는 시대물이기도 했고 슬픔과 분노, 애절함 등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다양했다. 내 개인적인 성향에도 신정태가 맞았고 재미있었다. 또 이런 신정태의 연애 방식도 느껴보고 싶었다"라고 대답했다,
"정태는 여자에게 헌신적이다. 목숨을 바쳐가면서 싸우고 지켜줬다. 하지만 내 연애 스타일은 현실적이다. 이런 사랑이 1930년이니까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때는 휴대 전화도 없고 카카오톡도 없었으니 사람들끼리 대화가 많았던 시절이었을 거다. 자기 의사를 정확히 전달했기 때문에 오해도 없었을 것 같다. 나도 요즘 사람이지만 요즘은 감정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메신저를 하지 않는다. 연기를 할 때 메마르기 때문이다. 말을 해야 연기도 늘지 않겠나. '감격시대'는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워낙 연기 잘하는 선배 연기자들이 많이 출연했던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김현중은 "잘하는 분들과 연기를 하다 보니 제가 더 잘하게 되는 것이 있었다. 날 슬프게 또 화나게 만들어주셨다. 이런 게 앙상블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혼신을 다해, 또 진정성 있게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선배 연기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꽃남'때는 연기가 부족하다며 고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 눈을 뚫어져라 보면서 그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고 몇 년이 흐르고 나서 '그 때 그 분은 그렇게 말했지'라며 말투를 기억해냈고, 그것을 연기에 대입을 하게 되더라. 연기는 발성이나 딕션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떠올려 감정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감정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연기를 잘하게 된다는 것도 공감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현중은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날 보고 '우와, 멋있다'가 아니라 내 연기를 보고 힘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 힘이 되고 위안이 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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